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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아프리카를 잊지 못하고 아직도 꿈에서 여러분들과 마주하는


2010 첫번째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학교 참가자 후기

아프리카를 잊지 못하고 아직도 꿈에서 여러분들과 마주하는
승달이

* 아프리카 예뚜 *
여러분, 우리 아프리카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함께 하고 함께 나눈 것 같아요. 모두들 아프리카에서 얻은 무언가가 있으시겠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아프리카가 저에게 좋은 친구들을 선물해준 것 같네요. 아프리카에서 돌아와서 일상으로 스며들어가는 동안(아직까지도 일상으로 완전히 스며들지 못했지만)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씻으려고 하면 옆에서 날범이 “승달아, 클렌징폼 좀 빌려줘” 말할 것 같고, 아침이면 여몽이 쭉쭉이를 해주실 것 같았다니까요. 돌아와서 일주일 동안 침대위에 침낭 깔고 잤어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 모르겠네요. 저에게 좋은 기억 많이 만들어주신 여러분, 감사해요. 장난 잘 치는 용이부터 동안 헤모, 28차원 따슬이, 중하중하 중하언니, 너무 일찍 자는 쑤, 너무 늦게 자는 테리우스 모자리나, 캔디 야리, 깜찍이 야비, 매력女 신여사, 노래와 우크렐레를 가르쳐 준 하림, 오빠 같은 호프, 우주최강 쭈, 재미있으신 늘, 킬리만자로의 바람, 나의 32살 친구 날범, 엄마 같은 까무, 멋진 친구 유이, 손재주 좋으신 남지, “어서 가요” 어딘, 나의 연인 여몽, 마지막으로 막내(나름 막내였어요) 승달이 까지! 너무 감사해요. 우리 또 같이 아프리카 가요!(가서, 남은 팀원인 제이티와 몽가이, 헨리도 껴줘야죠.) 


* 그대는 모자리나 *
덜컹이는 우리의 메뚜기와 그 안에서 가장 열심히 꿈나라 활동을 하는 모자리나. 뒷좌석에서 자고 있는 모자리나의 포즈는 진정한 모델 감이다. 팔은 의자 뒤쪽으로 아예 넘겨버리고, 입은 마치 쭈가 돼지소리를 낼 때의 입(본 사람은 다 안다.)처럼 벌리고 잔다. 내가 본 중 최고의 자태. 내가 푸하하하 웃자 야비도 와서 보고는 웃는다. 하림은 옆에서 ‘그대는 모자리나’를 열창했다. “정녕 그대는 진정 똑바로 잠을 잘 수가 없나~ 그대는 모자리나 모자리나 똑바로 잘 수가 없네~ 모자리나~” 늦게 자서 그런가, 나보다 열심히 자는 유일한 사람, 모자리나. 모자리나는 알까, 야비가 자기 포즈를 보러 왔을 때 카메라도 동행했었다는 것을(아마도 빨간 불이 켜져 있었던 것 같은데). 야비와 신여사에게 편집하지 않기를 부탁하는 바이다. 미안해, 모자.
   
* 따슬이 머리위에 *
 따슬이가 자고 있었다. 메뚜기 안에서, 빨랫줄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잘 달리던 메뚜기가 덜컹! 뛰어오른 순간, 자고 있던 따슬이의 머리위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툭 떨어졌다. 인상을 찌푸리며 잠에서 깬 따슬이는 머리위에 떨어진 것을 보고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것은 주인 모를 팬티였다. “누구꺼지?” 모두 누구 것인지 궁금해 하는 찰나 뒤에 앉아 있던 하림이 고개를 쏙 내밀고 보다 말했다.
“어? 그거 내 건데.”
“또 하림 팬티야? 하림 팬티 왜 이렇게 흔해?”
하림 팬티를 트럭에서 많이 봤었던 것 같아 내가 말했다. 뒤에서 하림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따슬이 머리 위에 팬티가~ 떨어졌네~ 이걸 어쩌나~ 이걸 어쩌나~ 따슬이 시집 다 갔네~” 불쌍한 따슬이는 웃고 있었고, 내 옆에선 날범이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는.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이 노래도 부르고 싶어지는 걸.
   
* 하림과 우크렐레 *
  잔지바르에서 우크렐레를 처음 배웠던 것 같다. 야시장에 가기 위해 팀원들을 기다릴 때였나? 그냥 궁금한 마음에 배우기 시작했던 건데, 다음날 같이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더 많이 배웠다. 배우면 배울수록 빠져드는 우크렐레의 강력한 마력. 악기를 배운 게 처음이기 때문이었을까? 우크렐레는 나한테 꽤 큰 의미가 있었다. 하림은 나의 우크렐레 스승! 내가 첫 제자를 할 테야.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배운 결과! 며칠 배운 것 치고는 코드도 어느 정도 알고 조금씩 소리가 잘 나기 시작하니 더 재밌었다. 우크렐레로 처음으로 끝까지 쳐 본 곡은, <너의 기억이...>였다(제목이 없다). 연주할 줄 아는 곡이 처음 생겨서 그런가, 그 노래가 그렇게 좋았다. 연주할 수 있는 노래가 생긴 게 좋아서 계속 치고 다녔다. 안 칠 때도 허공에서 코드 잡는 연습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범생이 되었다. 하림, 고마워! 내가 정말 잘 치게 되면 하림한테 <너의 기억이> 나중에 다시 불러 줄 거야. 기다려.
   
* 킬리만자로의 바람 * 
템보 캠프사이트로 향하던 도중, 예뚜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메뚜기의 왼쪽을 향해있다. 그 이유는, 높은 키를 자랑하는 킬리만자로! 산봉우리는 구름에 살짝살짝 가려져 보일 듯 말 듯 하다. 킬리만자로를 꼭 보고 싶어 하시던 우리의 미스터 킬리, 바람. 소년 같은 표정으로 킬리만자로를 뚫어져라 보고 계시다가, 잠시 구경하기 위해 차를 세우자마자 후다닥!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뛰쳐나가셨다. 여기저기에서 “진짜 맨발로 나가셨어.”라는 말이 나왔다. 하림은 기타를 치며 <킬리만자로의 바람>을 불렀다. 차를 세우자마자 맨발로 뛰쳐나갈 정도로 보고 싶은 것이 있다니, 조금 부럽기도 했다. 나는 사실 아프리카에 올 때 특별히 보고 싶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하는 것이 별로 없었다. 어쩌면 내가 아프리카의 경치를 보고 그렇게 큰 감동을 받지 못한 것은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게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정말 보고 싶던 것을 보았을 때의 벅찬 감동이 있지 않은가. 그 날, 그렇게 좋아하시며 그날 밤 팀원들에게 음료를 다섯 병씩 쏘기까지 하시던 소년 같은 바람님의 모습에 새삼 나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 우주최강 쭈 *
쭈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 팀이 20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아프리카의 향기를 맡았을 때, 환영해주던 쭈의 모습이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 처음 아프리카의 하늘을 보고 감탄을 하려던 찰나에,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라며 악수를 청해주었을 때, 얼마나 고맙던지! 어색해서 웃으며 악수하고 말았지만 쭈의 환영에 힘이 났다. 그리고 사파리를 할 때, 같은 차에 타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를 공격해오는 쭈의 헛소리. 자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2ne1>에 대해 얘기하며(그것도 '투에니원'을 '투엔티원'이라고 발음하며) 연예인을 하라는 것이다. 만약 딸을 낳으면 모자와 자기 중 누구에게 시집을 보낼 건지, 함께 차에 탄 사람 중에서 누가 제일 멍청해 보이는지 등의 영양가 없는 헛소리 질문들로 나를 재밌게 해 주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며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줬던 쭈. 누군가가, 우리 팀 중에서, 아니 세계에서 누가 제일 웃기냐고 묻는다면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쭈요!"
우주최강 쭈.
   
* 어딘과 이야기하기 *

가롱가 마을에서 지낸 둘째날, 모자와 함께 선교사님 댁 앞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취침시간에 대한 이야기. 취침시간 이야기는, 청소년들도 서로 자는 시간이 다 다르고, 체력도 다르고, 서로 함께 의논해서 정한 것도 아니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이번 여행에서 청소년들은 11시에는 잠자리에 들자고 하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강요하며 “11시에는 자야 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11시에 자지도 않으며, 딱 11시에 와서 “자라!”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갑자기 “이제 늦었으니 들어가자.”라며 들여보내는 것이 불만이라는 것이었다. 피곤해 보일 때, “피곤해 보인다. 오늘은 일찍 자자.”라고 말해주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꼭 하고 싶은 얘기를 끝내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런 불만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규칙은 함께 의논하며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다음 날에 나와 모자와 헤모와 함께 어딘에게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안전사항, 자유가 주어졌을 때 자기 결정, 긴 여행에서의 체력 안배에 대해 어딘도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함께 논의해서 안전한 장소에 있되, 어딘에게 어디에 있을 것인지를 알려주고 취침시간은 체력에 맞춰 알아서 하기로 했다. 우리가 겪는 여러 문제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 해결되는 일들이 다. 어딘과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소통해서 해결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어딘에게 우리의 생각을 말해주었기에 다음 여행학교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니 서로에게 좋은 일 아닌가. 그 좋은 아프리카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배워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