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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28) 아프리카를 떠나며

아프리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의 순간을 노래로 남겼는데,
나 혼자 부르고 말 것들을 많은 이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날에 들던 생각

아프리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Fela Kuti의 시디 속 사진 한 켠에 내 모습도 애써 끼워 넣은 것이다. 긴 시간 트럭이동, 텐트 생활, 드라마틱한 여행을 만들어 준비까지 여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고단한 여행이었지만 그런 익숙치 않은 경험을 삶에 들여놓는 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낮추고 조화롭게 여행하는 법을 배운 아프리카 여행학교. 이제껏 개인 배낭여행으로 세계 각지를 여행했던 것과는 달리 함께 한 동행자들 덕분에 더 즐겁고 감동적인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낯선 땅 아프리카의 모습, 소리, 냄새를 알아 가듯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서로 익숙해져 가며 그들의 시각으로 여행지를 바라보는 것도 지나고 보니 여행의 일부였다. 

나는 이번 아프리카 여행의 순간을 노래로 남겼다. 그 노래들을 짧게 녹음해 이 여행기에 끼워서 공개했는데, 대부분이 여행자들과 나눠 부르거나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라 가사에 낯선 말이 나오기도 하고 별다른 후렴이 없이 끝나는 식으로 대중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나 혼자 부르고 말 것들이었는데 이런 기회에 많은 이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는 선셋 크루즈를 타고 잠베지 강의 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어제 봤던 폭포의 모습은 전혀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강물에 몸을 맡기고 먼발치에 해가 가라앉는 것을 바라봤다. 여전히 신나게 떠드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어른들은 말없이 지나온 여행의 순간을 다시 떠올리고 마음으로 아프리카와 이별하는 듯 했다. 여느 때처럼 기타가 있었으면 습관적으로 곡 만들기에 돌입했었겠지만, 여행 내내 소리 내느라 고단했을 기타를 숙소에 두고 배에 올랐기에 그저 두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지만 가끔씩 '우리가 지나친 소리의 홍수 속에서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고는 '음악을 하면서도 꼭 필요한 음만 써야겠다.' 고 낮게 중얼거리며 다짐했다. 

잠베지 강을 물들이며 사라지던 그 날의 태양은 그 아니면 할 수 없는 색의 마술을 우리에게 뽐내듯 낮과 밤의 경계를 붉고 푸름으로 매 시각 새롭게 모습을 바꿔가며 우리를 환희에 차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탄성, 카메라의 셔터 누르는 소리, 잔 부딪히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 순간 나타나지 않기로 했던 멜로디가 그 소리들을 가로질러 머릿속에서 피어오른다. 솟은 어깨를 내리고, 느림과 여유를 즐기는 듯한 멜로디. 그나저나 내게 해지는 강가의 이미지는 맥주나 담배 광고 속의 모습이었던가? 아프리카 잠베지 강에 떠 있는 내가 무안할 정도로 멜로디는 미국 남부의 느낌이다. 'Georgia on my mind'를 부른 레이 찰스류의 허스키한 보컬이 부르면 좋을 곡이다. 


어쩌면 미국 남부의 해지는 강가의 모습도 비슷할지 모른다. 남미의 아마존 강, 태국의 차오프라야 강, 심지어 한강의 해지는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다.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그냥 하나다. 국경도 없고, 말과 모습의 차이도 알 수 없다. 그런 것들은 우리 인간의 편의대로 나누고 있는 것일 뿐 지구는 우리를 그냥 하나로 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여행은 나와는 다른 모습을 찾아서 헤매지만 결국 같음을 깨닫게 만드는 삶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Sunset Africa

언제쯤 돌아올까? 저 푸른 하늘 아래 나 있는 곳 
이름 모를 바람에 다시 내 몸을 맡긴 채 
그래 나 돌아간다. I'm going Home. 

Sunset Africa 들으러 가기 

P.S.

뉴질랜드 여행과 크라이스트 지진으로 발이 묶인 이유로 매주 게재되던 여행기를 두 주 쉬었습니다. 어쩌면 아프리카 여행기의 마지막 회를 남겨 둔 것이 부담스러워서 뜸 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라한 글솜씨의 제 여행기를 기다려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립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지금 제 목에선 거위 소리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