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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26) 모시폭포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딴 빅토리아 폭포.

'모시'라는 본래의 이름이 있는 이 폭포의 캠핑장에 

여행의 끝자락 허전함과 씁쓸함을 가지고 도착했다.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도시적인 경험을 하게 해줬다. 최고급 승용차, 엄청난 차량 정체, 쇼핑몰, 큰 대학 캠퍼스, 흥정하기가 만만치 않은 거리의 상인들. 서울에 비하면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아프리카에 익숙해진 내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거리에서 중국의 영향도 꽤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여기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중국은 특별한 외교를 하고 있는 듯 했고, 제법 많은 중국인들이 아프리카로 건너오고 있다고 한다.


잠비아에서 짐바브웨로

다시 잠비아에서 짐바브웨로 달리는 트럭 안이다. 트럭 안에서 '카라케스의 기타교실' 마지막 수업을 한다. 이번 여행에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지난 3주 동안 이동 중의 트럭과 캠핑장에서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제법 수준급의 기타실력을 갖추었다. 주변에서 "보통 기타 배우려면 얼마나 걸려요?" 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제는 "얼마나 노력 하냐에 따라 달라요" 가 아니라 "노력하면 3주 만에 마스터 가능할 겁니다." 로 대답을 바꿀 것이다. 캠핑장에서 기타를 들고 와 연습한 거 봐달라던 태굴, 트럭 안에서 기타 2대를 돌려가며 쓸 때 항상 양보했던 깜죽이, 너무 쉽게 왼손 코드를 잡아버려 선생을 당황케 했던 하쿠나, 트럭 안에서 기타를 껴안고 꾸벅 졸고 있는 나를 도저히 못 참겠는지 깨워서 질문 했던 내 수제자 두레. 이제 여행의 시작에서 풀어 놓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 

잠비아에서 짐바브웨로 국경을 넘는다. 절차가 제법 복잡해 트럭에서 내렸다 올랐다를 반복하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우리가 비운 트럭의 열린 창틈으로 들어갔다. 다들 놀라서 트럭에 두고 온 짐들을 걱정하는데 다행이 먹다 남은 빵조각만 챙겨서 달아난다. 놈들이 누군가의 지갑에 손을 대 주변가게로 먹을 것을 사러 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여행의 끝자락에 도착한 곳

이제껏 몇 번의 국경을 넘었다. 하지만 부족사회였던 아프리카에서 국경은 큰 의미가 없다. 아프리카의 지도를 펼쳐보면 국경이 직선인 이유는 서구열강들이 그들의 편의대로 선을 그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호적이지 않은 부족들이 한 나라가 되고, 같은 부족이 서로 다른 나라로 나눠진 것이 결국 아프리카 분쟁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지명도 마찬가지다. 이제 곧 도착하게 될 세계에서 2번째로 큰 폭포 '모시'도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딴 빅토리아 폴스(Victoria Falls)고, 폭포에 면한 잠비아의 도시 이름도 이 폭포를 발견한 리빙스턴의 이름을 붙여서 쓰고 있다. 분명 모시처럼 아름다운 원래의 이름이 있었을 텐데.. 분명히 그들도 나처럼 이미 어릴 때부터 명승고적지의 벽이나 바위에 자기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은 분명 나쁜 짓이라고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을 텐데 말이다. 

여행의 끝자락, 허전함과 씁쓸함으로 빅토리아 폭포의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역시 음악이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아름다운 화음과 재미난 춤동작의 공연 팀이 캠핑장을 돌며 공연을 하고 있었다. 남성 합창단인데 고음을 내는 이의 선명한 음이 예뻤고, 새소리 같은 음을 내는 것도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