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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25) 여보세요?

25.여보세요?

우리 트럭의 요리사 와조이에게 노래를 만들어주자고 제안했더니 

모두가 좋단다.

여행하면서 음악으로 낯선 이와 친구가 되고

추억으로 남기는 법을 배웠다. 

국경을 넘어 찾아간 바

말라위를 떠난다. 이제 잠비아를 거쳐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폴스로 간다. 2박 3일의 이동에서 머물게 되는 곳은 잠비아의 치파타와 수도 루사카이다. 치파타의 캠핑장은 숲속 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지대가 좀 높아져서 밤이 되자 제법 서늘해졌다. 좀 두터운 긴팔 옷을 꺼내 입고 기타를 들고 '바'로 향한다. 국경을 넘었으니 새로운 맥주를 마셔봐야 될 것 아닌가? 문이 따로 없는, 아예 반이 숲속으로 부터 열린 공간인 바에서 여행자들 만날 수 있었다. 트럭회사는 다르지만 일정과 루트가 비슷하기에 개중에 몇 사람은 낯이 익다. 또 현지 주민들도 밤 나들이 와서 한 잔하고 있었다.

이게 누군가. 우리 트럭의 요리사 와조이(Mwazoi)도 거기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와조이를 바에서 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가이드 월급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급료로 일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여행을 함께 즐기기 보다는 스태프로 묵묵히 일만 하는 쪽이었던 같다. "와조이, 오늘 저녁 맛있었어요!" 흐뭇한 미소를 답하는 와조이. "우리 와조이에게 노래 만들어줄까?" 제안 했더니 함께 있던 모두가 좋단다. 여행하면서 우리 팀은 음악으로 낯선 이와 친구가 되고, 추억으로 남기는 법을 함께 배웠다. 악기도 따로 필요 없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진심과 진정으로 즐기면서 부르는 것, 이 두 가지가 중요한 것이다.





요리사 와조이를 위해 노래를 만들다

노래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 못지않게 영어가 익숙지 않은 와조이는 같은 단어를 두세 번 반복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전달한다. 다듬어진 야채를 어디에 둘지 물어보면, "여기다 두면 돼" 대신에 "Here, Here, Here"라고 답한다. 요리하는 방법을 잘 보고 따라하라고 시킬 때도 "Look, Look, Look"으로 의미를 전한다. 그런 와조이만의 화법이 잘 드러난 노래를 만들었다. 와조이의 음식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와조이의 성대모사가 들어가서 한국말을 모르는 와조이가 들어도 본인의 주제곡임을 알게끔 만들어진 'Best Cooker In Africa'가 바로 그것이다. 즉석에서 만들어서 최초 공개를 주인공 앞에서 했다. 역시 흐뭇한 미소로 답하는 와조이.

와조이 주제곡을 부를 때 어떤 이는 탁자를 두드리고, 또 어떤 이는 발을 굴러 연주에 보탰다. 그 중 누군가가 맥주병을 '마라카스'를 연주하듯 긁어서 소리를 냈는데, 그 병에 mosi mosi라고 적혀 있었다. 또 영감이 왔다. 작곡을 하다보면 이런 날이 있다. 말하자면 그 분이 오시는 날. 여행을 시작한지 3주째, 집에 있는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이 보고플 때다. 그래서 그들에게 전화 거는 노래다. 맥주이름 'mosi mosi'가 일본어 'もしもし'와 발음이 같고, 우리말로 하자면 전화 걸 때의 "여보세요"와 그 의미가 같다는 것이 노래의 재료가 됐다. 후렴을 만들고 나머지는 비워서 함께 있던 여행자들에게 채우라했더니 즐거운 아프리카 여행을 자랑하는 태굴이, 핸드폰 잃어버린 사연이 있는 마타타, 긴 여행으로 누적된 피곤함을 호소하는 뱅, 우물쭈물하다 전화가 끊겨버린 두레의 가상전화 이야기가 이 노래에 담겼다.

숲 속이라 로밍해간 핸드폰은 잘 연결되지 않았지만, 마주하고 있는 사람끼리 소통하고 그것으로 즐거울 수 있었다. 이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이 유행처럼 번졌고, 이제는 더 이상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에게 100% 집중하지 않는 시대가 돼 버렸다. 나부터도 소셜 네트워크 중독증상이 생겨서 세상 돌아가는 일이 잠시도 궁금하지 않은 때가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의 그 순간에 우린 우리끼리 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아름다운 밤을 보낼 수 있었다.





Mwazoi, Best Cooker in Africa

와조이는 매일 아침 밥을 한다네.
와조이는 맛있는 밥을 우리에게 준다네.

Look, Look, Look.
Here, Here, Here.
Not There, Not There.
Hello.
My Brother From Another Mother
My Friend
와조이는 매일 아침 밥을 한다네.
와조이는 맛있는 밥을 우리에게 준다네.
Mwazoi, Best Cooker in Africa


와조이의 주제곡이다. 다시 꺼내 들어보니 그가 했던 말 중에 'My Brother From Another Mother' 라는 말이 참 가슴에 와 닿는다.


Mosi Mosi

Yeah Baby (Yeah Baby)
Yeah Baby (Yeah Baby)
Mosi Mosi (もしもし)
Mosi Mosi (もしもし)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십니까? (여보십니까?)
여보십니다. (여보십니다.)


짐바브에의 빅토리아 폴스에 도착해서 안 사실인데, 정작 Mosi는 폭포를 일컫는 말이었다. 폭포처럼 시원한 맥주 Mo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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