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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22) 말라위 호수

말라위 호수의 Kande Beach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잘생긴 말라위 청년 존은 
내 기타소리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돌아가는 중 뒤돌아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말라위 호수의 Kande Beach

중부 아프리카의 말라위에는 국토면적의 1/4을 차지하는 큰 호수가 있다. 말이 호수지 그 규모는 바다처럼 끝없이 넓다. 가롱가 마을에서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말라위 호수의 Kande Beach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조용한 휴양지 분위기여서 휴식을 취하기에 좋고, 스노클링이나 낚시 같은 액티비티도 가능한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텐트를 치지 않고, 호숫가 방갈로에 묵었다. 

방갈로 문을 여니 잠귀어져 있던 습기가 젖은 낙엽 냄새를 내며 바깥으로 밀려나온다. 손님이 없는 요 며칠 주인 행세 하고 있던 도마뱀도 후다닥 모습을 감춘다. 짐을 내려놓고, 기타를 꺼내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하고 내 체중을 견디는 매트리스 소리가 난다. 왼손으로 누워서 잡기 편한 A9코드를 잡고, 오른손 엄지로 6번 줄부터 아래로 쓸어내린다. 긴 하루를 보낸 농부의 한숨 같은 기타소리가 귀와 마음에 안락을 가져다준다.


호수에서 만난 아프리카 청년

깜빡 졸았나보다. 눈을 떠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열린 문 너머의 파란 하늘과 그 아래 조금 더 파란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도 함께 밀려온다. 몸을 일으켜 기타를 들고 바깥으로 나왔다. 나부끼는 빨래들의 제 몸 말리는 소리가 묻히지 않게 말 할 때 음높이정도의 편안한 노래 한 곡을 불러본다. 두 번째 곡으로 무얼 부를까 고민하며 기타를 튕기는데 호숫가 천막에서 건장한 청년 하나가 나온다. 내가 묵는 방갈로가 캠핑장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바로 옆에 액티비티 영업하는 가게가 있었던 것이다. 

그가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설마 하는데 그가 걸음을 내디딜수록 내게 오는 게 분명해졌다. 검은 얼굴에 하늘과 호수를 등지고 걸어오고 있어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삐딱하게 쓴 모자가 "마냥 순박한 시골청년은 아니에요." 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결국 내 앞에 멈춰선 그가 입을 연다. "야~ 만" 아프리카 청년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이 표현은 힙합 뮤지션들이 "yeah man" 하듯 레게음악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긴장한 탓인지 대꾸로 내 입에서 나온 "야~ 만"은 그의 것에 비해 음이 살짝 들려있고, 기름기가 적어 덜 멋있었다. 아무튼 나의 반응에 흰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인다. 

"아까 그 음악 다시 한 번 들려줘" 가까이서 보니 제법 잘 생긴 말라위 청년 존은 내 기타소리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다시 들려주니 표정이 좀 전보다 더 밝아진다. 그는 내게 레게뮤직도 좋아하냐고 물었다. 대답대신 바로 연주했다. 엇박을 강조한 레게의 기본 리듬패턴으로 시작해서 좀 더 그루브가 느껴지게 고스트 노트를 넣어 연주했더니 박수를 쳐준다. 존이 제안했다. "있다가 6시쯤 가게가 문을 닫는데 그 때 같이 연주하면서 놀지 않을래?" 어차피 이 곳에서는 어떤 액티비티도 참가하지 않고 휴식만 취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가게에 돌아가는 중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호수에서 불어온 바람이 이제 갓 말라위에서 만난 친구의 손짓을 내게 전한다. 


수영을 해볼까싶어 방갈로 앞의 호숫가로 나갔다. 파도가 없는 것만 빼면 영락없이 바다다. 부유물들로 물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발이 익을 듯 뜨거운 모래사장을 전속력으로 가로질러 온 수고가 헛되지 않으려면 신나게 물장구치고 노는 것이 맞다. 심지어 누군가의 잃어버린 물안경을 함께 찾느라 호수를 휘젓고 다니다시피 했다. 다시 방갈로로 돌아 나온다. 물속의 부드럽고 시원함을 머금은 내 두 발은 서너 걸음 못가서 기억을 잃는다. 저벅저벅 걸어 나오려던 것을 바꿔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 볶아지는 소금처럼 빠르게 내달렸다. 

호수의 물이 그리 깨끗하지 않았기에 샤워장으로 바로 갔다. 비누와 샴푸 거품을 몸에 골고루 바르고 남은 거품으로 수영복도 조물조물 빨고선 샤워기에 물을 틀었다. 시원한 물이 머리에 떨어지면서 거품을 씻어낸다. 거품이 얼굴로 흘러내릴 때의 부드러움이 참 좋은데, 샴푸향 외에 첨가된 냄새가 감지된다. 고개를 들어 샤워기 물을 얼굴에 떨어뜨려보니 살짝 비릿한 것이 아까의 그 호숫물과 같다. 결국 호숫물을 그대로 끌어와 샤워하는 거였구나.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곳은 아프리카. 'T. I. A.'다. 샤워를 하고 방갈로로 걸어가는데 가이드 케빈이 생수 물로 양치질 하고 있다. '쳇 부자집 도련님이 틀림없어' 혼자 중얼거리며 걸었고, 오후가 지나고 있었다.

Moni Watonga

다음 편에 자세히 소개될 존과의 합동 연주를 녹음한 것이다. '모니'는 말라위에서 쓰는 치체화 인사말로 'Hello'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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