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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10)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다.
오늘 밤은 드넓은 동물들의 천국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딱 하루뿐인 이곳의 밤을 그냥 지새우기 아쉬워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 기타를 튕기며 함께 노래 불렀다.




동물들의 낙원, 세렝게티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다. 이미 응고롱고로에서 동물들을 원없이 봤고, 끝없는 초원 위 외롭게 난 길을 달리는 것이 비슷한 느낌이어서 새로울 건 없었다. 아프리카에서 국경이 무의미하듯 이 둘을 구분 짓는 것도 큰 의미는 없는 듯 보였다. 다만 인접한 이 두지역의 관계가 흥미로왔다.
응고롱고로 주변은 산이 둘러싸고 있어 외부로부터 동물들을 보호하는 지형이었는데, 그것이 수 백 만년 전의 화산 분출로 생겨난 것이란다.
그러니까 그곳은 지름이 20Km인 초대형 사화산의 분화구인 셈이다. 이에 세렝게티는 응고롱고로의 화산폭발로 터져나온 화산재가 쌓인 대초원이다. 화산재 때문에 깊이 뿌리내려야 하는 나무는 살지 못하고, 풀과 작은 나무만 자라 동물들이 지내기에 알맞은 곳 세렝게티. 

세상의 가장 보편적인 진리를 자연에게서 배운다. 세상은 마치 시소놀이를 하듯 한쪽이 쌓이고 또 다른 한쪽은 사라지고 있다. 마침 읽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직접 일하지 않고 얻는 부가 내게 있다면 그것은 세상 누군가에게 불평등한 노동을 짊어지게 하는 것이고, 내가 편리할수록 누군가는 불편해진다는 내용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와는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는 되도록 평평하면 좋겠다.


세로네라 캠핑장에서 보낸 하룻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다. 오늘밤은 드넓은 동물들의 천국에 아주 조금의 땅을 세내어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세렝게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세로네라(Seronera) 캠핑장이다. 그런데 울타리가 없다. 낮에 봤던 기린이 우리 텐트 위로 장애물 달리기를 할지도 모르고, 코끼리의 코가 텐트의 방충망 사이로 콧김을 불어넣을지도 모르는 대자연 노출형 캠핑장이다. 다들 으슬으슬한 고민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케빈이 이곳 주인들은 세입자가 규칙을 잘 지키면 그리 박하게 대하지는 않는다며 안심시킨다. 규칙은 음식쓰레기를 잘 정리하는 것, 해지고 나면 불을 켜지않고, 텐트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잠들기 전 다들 음료수 마시는 것을 자제했다. ^^ 

아무리 그렇더라도 딱 하루 뿐인 이 곳에서의 밤을 그냥 지새우기는 너무 아쉬워 캠프파이어를 했다.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위를 둘러 앉아 기타를 튕기며 함께 노래 불렀다. 현지인 스탭들과 함께 아프리카의 대표곡 '잠보', 우리 지프에 함께 탄 일행은 몇 일전에 만든 '초록과 파랑 사이', 태평이는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아톰은 재치있게 민요를 재해석해서 불렀다. 케빈이 한 곡 신청한다. 트럭이동 중 불렀던 내 노래 '슈퍼스타'가 좋았더란다. 즉석에서 후렴을 '하쿠나 마타타'로 개사해서 불렀고, 케빈에게도 후렴을 따라하라고 부추겼다. 케빈이 수줍은 듯
따라 해줘서 고맙게 잘 마무리했다. 이제 헤드랜턴이 없으면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어둠이 다가왔다. 서둘러 모닥불과 음식쓰레기들을 정리하고 각자의 텐트로 향한다. 그리고는 아프리카 여행에서 한 걸음 더 깊은 여행지로 떠났다.


잠결에 눈을 떴다. 칠흙같은 그 밤의 어둠을 가르고 동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이에나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뭔가 가까운 곳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그르르르릉." 사자 같았다. 함께 텐트를 쓰는 뱅은 깊은 잠에 빠졌는지 거친 숨소리만 낼 뿐 고요하다. 

다시 한번 "그르르릉." 이곳이 아프리카, 여기가 세렝게티인 것이 실감난다. 옆 텐트 사람들도 뭔가 들었는지 수군대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녹음기를 꺼냈다. 이 소리를 담아야겠다. 


아프리카에서 부른 슈퍼스타 

지난날 아무계획도 없이 세렝게티로 왔던 너 
두렵지만 설레임의 그곳에 내가 있네 

하쿠나, 하쿠나 마타타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하쿠나, 하쿠나 마타타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상쾌한 아침이 밝아오겠지? 


현지 가이드 케빈의 요청을 받고, 그를 위해 불러준 슈퍼스타 아프리카버전이다. '괜찮아 잘될거야'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하쿠나 마타타 (no problem) 하고도 비슷하게 이어진다. 야생의 밤, 살짝 두렵고도 설레는 맘을 진정시켜주는 노래였다.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아프리카에서 부른 슈퍼스타'' 들으러 가기>

(원문출처 : 싸이월드 스페셜 뮤지션's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