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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7) '우리는 여행 내내 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여행 내내 이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의 어우러짐에 의해 만들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깎이고 살이 더해지는 노래들도 분명 아릅답다."


지난 겨울
트래블러스맵과 함께 아프리카 여행학교를 떠난
뮤지션 이한철의 음악이 있는 여행기, 일곱번째 이야기 입니다.




긴 이동시간 내내 만든 노래

시장 사람들과의 흐뭇한 시간을 보내고 트럭으로 돌아왔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익숙해지는 짧은 과정이 여행의 매력이다. 이제부터는 아프리카의 누군가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무거운 트럭이 움직인다. 곧이어 비가 후드득하고 세차게 내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아름다운 무지개가 트럭 창문에 걸린다.

비 내린 아프리카의 들녘은 짙은 초록이었다. TV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메마른 땅이 아니었다. 둥근 모양의 가지만 앙상할 것으로 예상되던 바오밥 나무도 잎이 무성했다. 어린왕자에도 등장하고 실제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는데, 가이드 케빈이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우기 때는 농작물이 하루에도 몇 센티씩 자라고 2~3모작의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무튼 시야를 가득 채우는 대자연의 초록과 어깨 위 하늘 그리고, 사람이 그어놓은 회색선의 도로를 원 없이 달렸다.

우리는 지금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국립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그곳으로 접근하기에 가장 가까운 도시가 우리가 떠나온 아루샤인데 1박2일이 걸린다. 넓은 아프리카의 관광지는 보통 이동거리가 2~3일. 그 동안은 하루에 9시간씩 이동만 한다. 식사할 때, 화장실 갈 때 외에는 멈춰 서지 않고 계속 달린다. 더운 트럭 안의 열기를 식히러 창틈에 낀 흙 때문에 뻑뻑해진 창문을 힘들여 연다. 흙먼지 섞인 그러나 시원한 바람에 잠시 잠이 든다. 트럭의 덜컹거림 때문에 길게 자진 못한다. 떠나오기 몇 일전 서울에 엄청난 폭설이 내리던 날 신호 대기 중이던 내 차를 눈길에 미끄러진 뒤차가 받았었는데, 그 때는 괜찮던 뒷목이 너무 뻐근하게 아팠기 때문이다. 기타를 잡고 노래를 만들었다. 이런 긴 이동시간 덕분에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꽤 많은 곡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 내내 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 멜로디를 흥얼거리는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관심을 갖는다. 멜로디를 가르쳐 주고 함께 불러봤다. 함께 있던 몇몇이 가사를 붙이기로 했다. 인디 뮤지션 복태, 회사 일을 잠시 멈추고 떠나온 빵똥, 해남의 고등학교 선생님인 아톰과 그의 아들 태굴, 세련된 영어실력으로 마사이족 마을에서 통역을 담당했던 내 단짝이자 중학생 마타타가 함께 했다. 복태가 ‘초록과 파란사이’로 가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어 태굴이 ‘나무와 풀이 있다’, 이어서 나와 마타타가, 다음엔 빵똥이 우리가 가는 길과 끝없는 그 길을 따라 걷는 마사이 족 여인을 보고 가사를 잇는다. 바로 후렴으로 갈까, 멜로디를 좀 더 진행시켜 볼까 고민하는 사이 관심 없는 척 앉아만 있던 아톰이 시원한 전라도 사투리로 “같이 가고 잡다”라고 불쑥 말해 버리신다.ㅋ

우리는 여행 내내 이 노래를 불렀다. 스무 명 남짓 우리 여행팀의 주제곡 같은 것이 되어서 나중에는 합창을 하기도 하고, 전주와 간주의 ‘나나나’ 부분은 태평이가 손피리 연주로 멋지게 편곡하는 식으로 곡이 발전했다. 아프리카 마을에서 공연도 했다. 요즘 대중음악은 훌륭한 프로듀서 한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작곡가가 가수이상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듯 사람들의 어우러짐에 의해 만들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깎이고 살이 더해지는 노래들도 분명 아름답다.




초록파란 사이
                                                  작사: 아톰, 복태, 빵똥, 태굴, 마타타, 카라케스
                                                  작곡: 이한철

초록과 파란사이 나무와 풀이 있다
우리에겐 저 만치 가야할 곳이 있네
누군가 그은 회색선 그 위 빨간 점 하나
한없이 걷고 있는 저 여인은 어딜 가나

혼자 걷고 있지만 같이 가고 싶다(잡다)
혼자 걷고 있지만 같이 가고 있다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국립공원과 가까워지자 마사이족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먼발치의 마을과 특유의 붉은 천을 둘러 눈에 잘 띄는 마사이족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다. 더러는 우리가 가는 도로를 하염없이 걷고 있는 이들도 있었는데 차비가 만만치 않아 하루에 몇 시간씩 그렇게 걸어서 이동한다 했다.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초록과 파란 사이'' 들으러 가기>



(원문출처 : 싸이월드 스페셜 뮤지션's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