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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여행기 (17) 잔지바르


탄자니아는 육지의 탕가니아와 섬인 잔지바르(Zanzibar)가

합병된 연합공화국이고, 명칭도 두 국가의 이름을 합쳐놓은 합성어란다.

잔지바르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탄자니아의 일부, 잔지바르

멀리 섬이 보인다. 해안선에 둑을 쌓지 않고 바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베네치아 같기도 하다. 내가 지나온, 누구나 상상하는 아프리카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섬에 내려서 입국신고 같은 것을 따로 한다. 이 곳 역시 탄자니아의 일부인데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유를 뒤늦게
알았다. 탄자니아는 1964년 육지의 탕가니아와 이 곳 잔지바르가 합병된 연합공화국이다. 명칭도 두 국가의 이름을 합쳐놓은 합성어란다.

길거리로 들어서니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잔지바르 음악페스티벌의 포스터가 눈에 띤다. 안타깝게도 다음 달이다. '잠깐!.. 남..을까??' 하다가 제법 긴 여행을 말없이 보내준 아내가 떠올라 발칙한 상상을 잘 접어 다음 아프리카 여행에서의 할 일로 메모해 둔다. 매년 2월 중순에 열리는 이 페스티벌에서 세계 각지의 아프리카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프리카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바야흐로 음악 페스티벌의 시대가 된 것 같다. 예전보다 음악을 쉽게 가질 수 있는 혜택에 뒤이어 그 음악들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모두가 알아가는 것 같아 뮤지션인 나로서도
기쁘다. 덧붙여 쉽게 접하는 음악의 홍수에서 각자가 분명한 음악적 취향을 알아챘으면, 그 만큼의 다양한 페스티벌들이 생겨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음.. 아프리카 이야기에서 얘기의 흐름이 살짝 직업적으로 돌아서려는군.'

잔지바르의 스톤타운 산책

'어디보자.. 잔지바르.' 발음이 참 멋지지 않나? Z발음에 한껏 멋을 부려 불러보면 재미난다. "Z..an Z..i bar" 재미있어서 걷는 동안 내내 입에
붙인다. 아프리카대륙에서 조금 멀어지고 아랍에 한걸음 가까워진 것 이상으로 도시곳곳에 아랍문화의 영향이 느껴진다. 그래서 술탄이 된 양 기품 있는 자세로 호흡을 좀 더 넣고, 마지막 음을 아랍의 칼 Saif가 휜 것처럼 살짝 끌어내려본다. 옆의 여행자들에게 장난 섞어 "좐~지 바아르ㄹㄹㄹ" 키득키득 웃는다.

호텔 방에 짐을 던져놓고 스톤타운을 들어선다. 세비야의 구시가지, 아바나의 올드아바나에서 본 것 같은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나 있다. 몇 개의 코너를 돌고, 몇 개의 골목으로 접어들면서 들고 있던 지도를 닫았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마구 걷고 싶었다. 그 골목을 헤매는 동안 꼬마
아이들, 소박한 상인들, 헤나 문신을 새겨주는 가게 등을 만나고 지나쳤다. 유명하다는 Jaw's Corner에서는 잠시 쉬면서 생강차도 마셨다. 이가 나간 작은 잔에 담긴 제법 진한 생강차를 목구멍으로 삼키면서 리듬과 코드 패턴이 생각났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골목의 같은 그 패턴 위에
아까의 '잔~지 바르~'를 얹어봤다. 제법 그럴 듯 했다.

즐겁게 헤매고, 돌아올 때는 호텔을 못 찾아 정말 헤맨 덕에 스톤타운 산책이 제법 길어졌다. 호텔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발전기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호텔 뿐 아니라 잔지바르는 대부분의 건물이 다 자가발전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먼지, 물에 이어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없는 상황도 체험하게 된다. 늦은 밤에는 그나마도 멈춘다. 트럭여행에서 먼지와 더위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듯이, 잔지바르의 밤에는 어둠과 더위를 자가발전기의 지독한 소음과 비교,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더위를 못 참고 야시장으로 나왔다. 즉석에서 짜주는 사탕수수 즙의 시원한 목넘김과 해물요리 몇 가지를 먹었다. 기타처럼 생긴 전통악기를 든 청년을 만났다. 그와 악기연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더 많은 잔지바르 청년들이 함께 모여들어 우리들만의 잔지바르 음악페스티벌을 즐겼다. 전기 따위가 부족하지만 늘 축제의 밤을 즐기는 잔지바르 사람들을 위해 노래 불렀다. "잔~지~ 바르~"


잔지바르

잔~지 바르~ 잔~지 바르~
잔~지 바르~ 잔~지 바르~ 잔~지 바르~~


잔지바르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음악인을 배출하고, 세계적인 음악축제가 열리는 그곳에서, 가보지 않으면
만들 수 없었던 멜로디와 리듬이 내게 들어왔다.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잔지바르> 들으러 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