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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국내

여행을 위한 준비. 사진에게 말 걸기. (철원 노동당사)


여행을 위한 준비. 사진에게 말 걸기. (철원 노동당사)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잊곤 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이 몇일이었더라, 무슨 요일이었더라 하는 극히 일상적이고 일시적인 것들과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지? 라는 조금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것까지.

조금 쌩뚱맞지만 우리나라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것 역시

일상에 묻혀 잊혀지는 것 중 하나다.

그러다 천안함 사태가 터지고, 불굴의 의지가 해상에 뜨고, 쌀을 주네 못 주네, 인간의 기본조건이라 생각한 먹는 문제에서까지 정치적 알력이 드러나는 것을 볼 때면

.. ,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지. 라고 새삼 느끼는 것이다.

 

트래블러스맵의 외장하드에 차곡차곡 쌓인 사진들을 둘러보면서도

그런 시점이 왔다.

아.. 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지.

바로 철원의 노동당사 건물 사진 파일을 열었을 때였다.


 

단순한 구조의 건물인데도 느껴지는 묘한 거리감.

혹 열대 기후의 동남아국가 어딘가에서 혹독한 역사를 치르고 난 후 폐허가 된 건물은 아닌가.

한때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마카오에 있는 파사드만 남은 성당이 생각났다.

마카오는 잘 모르지만 마카오의 것은 분명히 아니었던 앞면만 고스란히 남은 그 성당.

 

노동당사에 대한 내 느낌도 일단은 저런 것이었다.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정보는 노동당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원래는 북측 땅이었던 철원에 러시아식 건축양식으로 세워졌고, 광복 이후 한국전쟁 이전까지 반공활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취조와 고문과 학살을 당했으며,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포탄을 맞은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최근의 이슈라면(최근이라 하기엔 15년도 더 된 일이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이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찍었다는 것이다.

 

북한땅이었던 철원에 세워진 러시아식 건축물.

반공활동가들이 고문과 처형을 당한 곳

한국전쟁 당시의 포탄 흔적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 배경.

 

북한땅은 남한땅이 되었고, 학살의 증거는 아픈 역사로 남았으며, 포탄 흔적은 한국전쟁이라는 것을 실체화한다. 내게 가장 현실적인 것은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에서 밤안개를 배경으로 춤을 추던 서태지에 대한 기억.

 

여튼 노동당사는 철원에 있다.                

일상을 살면서 잊기 쉬운 현대사를 간직한 곳. 그래서 교과서 속의 역사가 아니라 여전히 일상으로 존재하는 그곳,
철원에 있다.

직접 가서 노동당사를 마주하면 사진으로 보던 것과 굉장히 괴리가 클 것임을 안다.

한 시대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건축물이 안겨주는 그 느낌은 거의 구조만 남은 노동당사를 천천히 살펴보며 콘크리트 냄새를 맡고 그 안에 직접 서 봐야 알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