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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언론 보도

[비건/3월호]중국 호도협 여행, 그리고 나시족 이야기



# 이 글은 채식전문매거진 비건 2015년 3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차마고도茶馬古道에서 만난 사람들

중국 호도협 여행, 그리고 나시족 이야기 



호랑이 호, 뛰어넘을 도, 호랑이가 뛰어넘는 협곡이라고 해서 호도협이다. 중국 윈난성 리장(여강)에 위치한 호도협은, 인류 최고의 교역로 차마고도의 일부이자 세계 3대 트레킹 구간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수십 번 그 길을 안내했던 트래블러스맵 투어디렉터 메아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석두서 마을'과 '나시족'. 아득한 옛날부터 그 길의 진짜 주인으로 살아온 이들. 그들과 함께하는 호도협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중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도시 리장. 그리고 리장의 중심 나시족


Q. 요즘 방송에서도 리장이 많이 나오던데요, 소수민족이 사는 곳이라고.

A. 중국사람이 많이 오죠. 윈난성 지역 자체가 버라이어티한 곳이에요. 중국 하면 한족이 대다수인데 윈난성 내에는 20여 개의 소수민족이 살아 있고, 남쪽에는 태국, 베트남이 국경을 이뤄서 7가지 기후가 존재해요. 중국내륙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문화와 환경이 이색적으로 느껴지죠. 그중에서도 리장은 나시족이 중심이 되는 지역이고요. 최근에는 중국 정부에서 소수민족의 생활을 지원하려고 전기도 놔주고, 도로도 깔아주는 등 문화를 융합하는 사업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접근성도 점점 좋아지고 있죠. 


Q. 나시족은 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

A. 원래는 티베트 쪽? 거기 유목민족이었다가 지금 리장에 정착한 걸로 알고 있어요.


Q. 리장에 가면 어디서 나시족을 만날 수 있나요?

A.도착하면 만나는 가이드가 그냥 나시족이에요. 통역 겸 인솔자로 같이 여행하죠. 중국어를 쓰고 자기네 나시족 말도 해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나시족 말만 쓰죠. 사투리 개념이 아니라 아예 다른 말. 또 나시족 사람들은 흥이 많아요. 자기들 부족 노래가 있는데 노래를 되게 잘해요. 길을 가면서 노래를 해주는데 여행자들 반응이 되게 좋아요. 


Q. 흥이 많다니, 한국 사람들과 나시족은 뭔가 통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A. 내가 만나는 나시족은 사람들이 흥이 있고, 좀 친해지면 춤추고 놀고 이런 거 좋아해요. 산을 많이 다녀서인가 체력도 좋고 술도 잘 마시고요.


Q. 그래도 우리와 다른 나시족만의 특징을 꼽으라면요?

A. 예전에는 모계사회 중심이었죠. 부족의 리더인 여자의 힘이 더 컷고요. 여자들은 권력을 가진 만큼 일도 많이 했어요. 농사일도 자기 몸뚱이보다 큰 걸 이고 가고 그래요. 남자분들도 안 하는 건 아닌데 열심히 하는 거 같진 않아요.(웃음)

지금도 모계사회를 유지하는 부족이 있지만 그런 흔적들이 거의 사라졌어요. 예전에 나시족 남자들은 큰 대접을 못 받는, 그저 대를 이어가는 역할이었다고 해요. 이후에 중국 사회주의 영향도 받고, 남존여비사상도 들어오고 복합적으로 바뀌었죠. 주로 남자 위주로.









해발 1,720m 바위산을 깎아 만든 선두성 마을


Q. 나시족들이 모여 사는 마을 같은 곳이 있는지 궁금해요. 그들의 소소한 생활을 보고 싶어요.

A. 호도협에서 내려와 금사강 하류를 배로 건넌 뒤, 차량으로 3시간 정도 북쪽을 향해 달리면 석두성 마을이 있어요. 가파른 절벽 바위에 돌로 지은 집들이 빼곡히 있고, 층층이 일군 논과 밭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요. 13세기 원나라 때 몽골 침략을 피해서 이곳에 들어왔대요. 침략을 막으려고 그 무거운 돌을 쌓았고요. 그곳에서 현지 가이드 도움을 받으면 하룻밤을 묵고 함께 생활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어요. 방학 때 가면 아이들이 많아서 같이 놀기도 하고요. 한번은 버스 기사 분 집이 석두성 마을이라 초대를 받았는데, 딸 둘이랑 아내분까지 노래를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어깨동무하고 흔들고 난리가 나지.(웃음)


Q. 그 정도면 공연도 할 만한데요?

A.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맨날 하는 것도 아니지만, 흥에 취하면 전통복장을 하고 공연 같은 것도 해요. 할머니들이 춤을 추시는데 같이 나가서 추고 그러죠. 전국노래자랑처럼. 이렇게 나시족을 만나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 즉흥적인 부분이 있어요. 지금 젊은 나시족 사람들은 전통복장도 잘 입지 않고 많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Q. 요즘 중국이 여행지로도 많이 뜨고 있는데, 부디 이런 소수민족들의 삶의 터전이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어요.

A. 벌써 리장 곳곳에 상점들이 개발되고 있어요. 호도협 구간도 예전보다 길이 많이 넓어졌죠. 앞으로 이런 개발이 계속된다면 석두성 마을 같은 소수민족 마을을 방문하는 여행을 중심으로 코스를 바꿔볼까 해요. 그리고 그 뒤 본연의 차마고도 길을 걷는 것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길과 길 위의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이니까.











호도협 여행 TIP


1. 길에서 즐기는 좌판 음식

산 위에 사는 사람들이 간혹 몇몇 코스에서 좌판을 벌인다. 과일, 음료수, 초콜릿 등 여행자들을 위한 간식을 제공하는데, 지천으로 널린 과일들을 직접 따와 파는 것이기에 매우 맛있고 신선하다.


2. 중도 객잔에서 티나로 가는 길

호도협 전체 구간에서 가장 아름답다. 길 바로 옆에 깎여있는 절벽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폭포. 그 경관을 놓치지 말자.


3. 석두성 마을에서 상형문자 '동파문' 찾기

나시족은 7세기부터 지켜오고 있는 상형문자 '동파문'을 지금까지고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민족이다. 만물의 형상을 그대로 그린 신비로운 문자를 석두성 마을 곳곳에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