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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맵의 마지막 발자취 IN HAJA

 

 

_교육여행팀 가재(서정현)

사진_교육여행팀 랏차(염현진)

 

하자센터 3층 공간

 

2009, 내가 하자센터를 드나들던 탈학교청소년일 때 맵은 3층 구석에 있었다. 찐한 초록색 로고와 여행협동조합이라는 한글명칭은 조금 촌스러웠지만 친근한 느낌이 났다. 유리벽 안으로 대여섯 명 남짓한 직원들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2013, 로드스꼴라를 수료하고 맵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을 때 나는 1층으로 출근을 했다. 그동안 직원 수는 세 배 늘어났고 매출은 일곱 배 증가했다(고 한다). 영어로고는 말끔해졌고 홈페이지는 매끈해졌다. 하자센터의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설립된 지 5년 만에 맵은 독립을 준비 중이다. 2013년 겨울, 하자센터 시절 맵의 마지막 모습을 담았다. 

 

103호 사진+옷걸이에 걸린 맵피플의 코트들

#1 103호의 인구밀도

오전 10시가 되면 하자센터 103호로 속속들이 출근하는 맵피플.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에 옷걸이가 있다. 옷걸이에 하나 둘 외투가 걸린다. 103호는 하자센터 안에서 커다란 공간 중 하나지만 맵피플 전부 앉아서 근무를 하면 숨 막히게 좁아 보인다. 다행히 여행사여서 출장이 많다는 점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니 다행. 지각해서 뛰어온 인턴들은 책상과 의자 사이사이를 비집고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다. 

 

 

쇼케이스 빨간색 바탕 써있는 사진+회의하고 있는 재롬과 영

#2 우리의 앞마당

맵피플의 스케쥴은 대부분 회의와 미팅이고, 그건 대부분 103호 앞 쇼케이스에서 이뤄진다. 나무 바닥에 깔린 몇 개의 테이블 중 비어있는 곳을 선택해 앉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쇼케이스에는 종종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데 쇼케이스에 바로 붙어있는 공동운영카페의 주인장에 따라 노래의 장르가 바뀐다. 카페는 하자센터에서 운영하고 있고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지난여름 2000원짜리 수박빙수와 달콤한 복숭아 생과일쥬스는 여름을 나는 즐거움이었는데.

 

 

점심시간 도시락파

#3 점심시간

12시 반이 넘으면 직속상사 교육여행팀장님은 밥 먹읍시다!”하고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맵피플 반이 외식파라면 나머지 반은 도시락파다. 도시락파원들은 도시락 싸온 사람?”하고 식사 그룹을 모은 후 쇼케이스, 빈 방, 야외 테라스로 향한다. 찬바람이 불고 나서는 야외테라스나 쇼케이스보다 빈 방들이 인기. 수요일이나 금요일이면 하자센터에서 직업체험활동을 하는 날이라 빈 방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노마드 카페에서 편하게 회의하는 쭈와 루피

#4 유목하는 사람들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면서 쇼케이스는 오랜시간 회의하기엔 조금 어려운 공간이 됐다. 맵피플들은 2층에 있는 노마드 카페로 간다. 하자센터의 쉼터 역할을 하는 이곳엔 푹신한 쇼파와 작은 테이블이 위치해 있고 여기서의 회의는 자주 졸음을 불러일으킨다. 가끔 머리를 흔들며 방황하는 동료들이 여기에 달려가 잠깐 눈을 부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괜찮아요, 업무도 효율적으로 해야 하잖아요. 노마드 카페는 따뜻한 곳이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탁구하는 맵 사진들

#5 레저가 필요해

하자센터 신관에는 공동구매한 공용탁구대가 하나 있다. 비좁은 사무실을 박차고 신나고 박력있는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맵피플들이 신관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너무 자주 한다고 부장님께 한 소리 듣기도 하지만 탁구는 건강한 맵피플에게 허락된 유일한 레저활동이다. 통통, 탁구대 위에서 펼쳐지는 승부는 더 짜릿할 수밖에 없다.

 

 

하자에서 월례회의 사진

#6 마지막 월례회의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이 모여서 하는 회의가 1122일 오후 2시에 있었다. 국내여행팀, 해외여행팀, 교육여행팀, 경영기획팀, 로드스꼴라 순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공유하고 10월 생일인 맵피플을 위한 축하 노래를 다 같이 불렀다. 월례회의가 되면 생일케잌과 간식이 기다려지는데 오늘은 늘어나는 턱살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아차, 그러고 보니 하자센터에서 하는 마지막 월례회의였다.

 

째깍째깍, 오후 4시가 넘으면서 시계 초침소리가 더 잘 들려오는 것 같다. 6시 퇴근을 위해 오늘의 업무를 마무리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사무실 어디에선 벌써 4시야?”하는 불안한 소리가 들려온다. 출근하고 고작 이거 했다는 생각이 가슴을 짓누른다. 103호의 공기가 좀 더 무거워 지는 시간이다.

누군가 야근하고야 만다. 하자센터의 경비아저씨가 정문을 잠그기 전에 되도록 나가자는 다짐을 하지만 오늘처럼 밤 11시까지 원고를 써야하는 날도 있다. 늦게 나가면서 경비아저씨에게 인사를 했다. “그 방 다 갔나?” 아저씨가 말했다. 하자센터에서 밤늦게까지 불이 켜있는 방 중의 하나가 103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