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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고객 후기

[트래블러스맵 이탈리아 여행후기] 이탈리아 일주 8박 9일

[트래블러스맵의 '인생은 아름다워! 이탈리아 일주 8박9일'을 다녀오신 강미영님께서 공유해주신 후기입니다.]



[후광이 후덜덜한 메이와 아리따운 여성들 ^^ 발딛는 모든 곳이 낯설고, 설레고, 아름다웠던 이탈리아에서. 사진제공: 박병준님]


생애 처음 혼자 여행을, 그것도 유럽여행을..ㅎㅎ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 그리고 다녀온 직후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들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그래도 메이가 부르짖던(?) 후기가 내내 가슴에 걸려 간단한 소감이라도 남기려 합니다. 나는 기억도 안나는 곳곳의 이름들을 마침 아씨가 세세히 기록했고, 애교만점 조여사께서 멋진 사진들을 올려놓으니 그 뒤를 잇는 저는 훨 부담이 없네요. 사실 외우기에 너무 어려운 지명들이고, 사진을 올리는 기술이 없는지라 지나치게 소박한 후기가 될듯하여 염려됐었거든요. 각설하고!!


제게 이탈리아는 발딛는 모든 곳이 낯설었고, 설레었고, 아름다웠습니다. 아름다운 건물,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길 등 모든 것이 그랬지만, 그 중에도 가장 나를 흥분케 한 것은 내가 마침내 그. 곳. 에. 서 있다는 그 사실이었지요. 책으로만 보던 베니스, 피렌체, 로마, 지중해 바다와 하늘, 수없이 많은 골목골목들...내 삶과 상관없이 바깥에 있던 그것들이 내 삶속에 성큼 들어오는 그 경험의 짜릿함이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글발이 짧아서리..^^


처음엔 입이 쩍 벌어지는 성당과 각종 건축물의 규모와 섬세한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내내 고개를 쳐들고 다녔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작고작은 골목길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타고난 길치라 혹여 국제미아가 될까 너무 겁이 났지만, 그래도 자유시간만 주어지면 낯선 골목길을,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의 생활의 소리가 들려오는 조용한 골목길을 구석구석 걸어다녀보는 재미에 빠져들었지요. 특히 오르비에또의 골목 깊숙한 곳을 돌아다닐 때 느꼈던 고즈넉함과 웬지 모를 쓸쓸함, 세상에 나 홀로 남은 듯한 두근거림 등은 지금도 간혹 떠올려집니다. 두려움 없이 좀 더 오랜 시간을 내 발자국 소리 들으며 걸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내내 남았었지요. 뭐, 그럴 날이 또 오겠지요.


나름 생각보다 빡센 일정들 속에 많은 것을 보았고 그 또한 매우 흥분되는 경험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가로이 걷거나 앉아서 멍 때리며 햇볕을 쬐거나 하는 목적없는 시간들이 훨씬 내가 진짜 멀리 낯선 곳에 여행왔구나 하는 실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행자마다 다르겠지요.


또 기억에 남는 좋은 시간 중 하나는 로마에 머물때인가요. 작은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보았던 시간입니다. 제목이 춘희 즉 라트라비아타..맞죠? 제 생각에 맵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일정한 한도내에서 인솔자에게 개개인이 원하는 여행컨셉을 의논하고 도움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날 공연도 정해진 일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 3명의 희망자를 인솔하여 어렵게 극장을 찾고 또 함께 관람한 후 함께 귀가한 인솔자 메이가 아니라면 사실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평생 이탈리아 현지에서 오페라 공연을 볼 기회가 또 있겠나..하는 염원을 기꺼이 수용해 준 메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찐~하게 날립니다. 깊어가는 이탈리아의 매혹적인 밤, 작고 소박한 극장, 흰머리 히끗한 배우들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노래소리, 검소하지만 정중한 옷차림으로 공연을 관람하려온 할머니의 소녀같은 표정까지..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여행 중 꼭 해보고자 했던 것 중 하나가, 사람많은 광장에서 노천카페에 앉아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커피를 마시며 몇시간을 멍하니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있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못해본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일정상 그리고 두려움 땜에 끝내 못해보고 왔거든요. 담 기회엔 꼬옥...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의 유쾌한 경험 중 하나는 메이의 전라도 사투리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현지에서 익혔던 몇가지 이탈리아 말은 지금은 생각도 안나는데, 간간히 메이가 날렸던 "다 찢어부러~~" 하던 말은 뇌리 깊숙히 ㅎ ㅎ 아마도 그 의미가 `갈때까지 가보자..이 밤을 불태우자..` 등 이런 비슷한 거였다고 기억되는데 맞는지... 몇일내내 이어지던 비와 추위와 하루하루 쌓이는 피곤함에 지치다가도 기막히는 뉘앙스로 발사되는 " 다 찢어부러~~"는 유쾌상쾌통쾌의 기운을 팍팍 심어주었던 것 같아요. ^^


여행후 2주가 지난뒤 우연히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배경이 이탈이아 남부더군요. 정확한 지역은 모르겠지만 너무 낯익은 바다, 골목, 카페 등등 영화장면을 보며 참 신기하고 묘했어요.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가 쓴 책을 샀습니다. 이전에는 워낙 베스트셀러라 손이 안갔는데, 이탈리아를 다녀오니 흥미가 새로이 솟아나더군요. 웬지 지금 읽으면 글이 아닌 생생한 경험들로 책 내용이 다가올것 같아서요. 두고두고 로마인 이야기까지 읽어보려구요.


주저리 길어졌네요. 길을 떠나는 것, 낯선 곳을 찾아가는 것, 낯선 시간속을 걸어가는 것...언제 들어도 가슴뛰는 말들입니다. 또다시 그런 시간을 만들기 위해 열씸히 준비해 봐야겠네요...좋은 시간 만들어준 맵과 메이에게, 그리고 함께 여행한 여러분들에게 감사인사 안부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