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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고객 후기

[트래블러스맵 네팔 여행후기] 봄 푼힐 트레킹

[트래블러스맵의 푼힐 트레킹을 다녀오신 회원님께서 공유해주신 후기입니다.]


오늘은 푼힐에 올라서 안나푸르나를 배경으로 동트는 모습을 보기. 만약에 날이 청명하다면....

컴컴했던 새벽부터, 아마5시... 해드랜턴 준비해서 트래킹 시작.

 

고도가 3000이 넘다보니 날씨도 어제와는 다르게 느껴지고 얼음도 보이고 땅은 얼어있어서 가끔 미끄러운 구간도 있고.
천천히 걷다보니 뒤늦게 나온 트래커들을 앞에 보내고 드디어 푼힐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꽉 찬 전망대주변.
다행히 차를 파는 간이매점이 있어서 네팔리마쌀라 한잔 사서 마시고. 둘러보기.

사람들 시선을 잡고 있는 안나푸르나 봉우리들. 그 반대쪽으로는 아직 떠 있는 달.
달이 떠있고, 구름에 가린 봉우리들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해가 떠오르고 있고.

달과 해의 중간에 내가 있다는 지구인의 착각.. ^^

사진은 찍고 싶고 장갑을 꼈어도 카메라를 잡고 있기엔 춥고...
아 이때를 위해서 해드랜턴, 장갑, 파카가 필요한 거였군!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는 ... 없었음.

구름이 잠시 비켜가면 fishtail쪽이 좀 보이고 south쪽이 조금 보이고 이런 식으로... 욕심이 나서 더 기다려보고 싶었지만 어시스턴트 루빠의 설명이 반대쪽을 보면 구름이 있고 그 구름이 산봉우리쪽으로 이동한다고... 그 이야기는 오늘은 포기하고 내려가는 것이 맞다!는 말씀. 그래도 비교적 늦게 포기하고 내려옴. 다음에 다시 오라는거지? 그러지 뭐.!

사람들... 같이 올라간 호주 아주머니,

아버지가 일출, 석양보기를 좋아한다고 사진을 열심히 찍던 전망대 옆에 미국처자.

런던에 사는 예술가라고 자기를 소개한 런던처자... 3sisters와 트래킹을 하고 있었고 일정이 비슷해서 다시 볼 줄 알았는데 포카라에서 못 봐서 아쉬웠음. 악센트가 반가웠고 뭔가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아가씨였는데.

이스라엘 청년... 새벽에 올라올 때 갑자기 아버지와 함께 등장하더니 먼저 올라가있다가 다가와서 또 인사하고, 내려갈 땐 먼저 내려가더니 마을 입구에서 불쑥 나타나 오늘은 어디로 가니? 묻던... 귀여운 청년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고..

내려오는 길에 어젯밤 묵은 숙소가 있는 마을. 고레빠니.
어제는 가장 추웠던 밤. 장갑에 모자 마스크까지 쓰고 잠을 잠. 등산용 내복이 정말 고마웠음. 등산용 내복은 파카같은 겉옷 짐도 줄일 수 있고 보온도 충분해서 매우 유용했음. 아... 등산복은 아니라도 울조끼도 매우 유용했음. 그 위에 방풍점퍼만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체온조절 함.

식당 fire옆에서 오랜시간 보냈던 고레빠니.. 추위는 우리에게 친밀감을 더해준다.

아침 맛나게 먹고 오늘의 본격적인 트래킹 일정 시작. 음.. 지도에선 가까워 보이는데. 고도차이도 얼마 안나고. 타다빠니까지...고고고.

트래킹 초입에서 밑둥에 구멍이 뚫린 큰 나무를 만나서 우리는 다 나무요정이 된 듯 사진직고 놀기 삼매경.. 나, 루빠~, 그리고 모니크의 어시스턴터였던 카말라~.

경력이 오랜만큼 카말라는 자연과 트래킹에 대해서 아는 것도 많았고 영어도 잘했다.

그런 카말라도 힘이 드는 것이 있으니... 새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 600종이 넘는 네팔의 새들.

어떤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머, 저 새는 뭐예요?"라고 묻는 트래커들.

어떤 새 울음소리를 듣고 `어머, 이건 무슨 새죠?"... `새 어디갔지...` 카말라는 답하고 싶다. ㅋㅋㅋ

모니크의 뒷 모습..

3개월간 네팔을 여행한다는 모니크.. 남이 차려주는 밥 먹는 것이 행복하다던 우리나라 아줌마들과 같은 것이 즐거운 호주 아주머니

수다는 즐거워~ 카말라

어느새 풍경이 달라져있다.

싸리눈이 날리기 시작하고 점심먹을 롯지에 도착. 이미 다른 트래커들도 도착해 있고.

다시 독일 커플, 이스라엘 부자 등등과 함께 인사하고. 몸 녹이고 점심식사!.

눈은 점점 함박눈으로 바뀌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출발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가 떠날 때는 눈이 그쳤는데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뭔가 예기치 않은 일에 대한 기대도 있었기에 조금 실망.


 

타다빠니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down,down,down,up,up,up이었다. 그늘도 많고... 중간에 눈도 오고...

그런대로 뭔가 신비감이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나무들 때문이지 싶다.

여기 나무들은 두꺼운 이끼 옷을 입고 가지를 축축 늘어뜨리고 큰 키를 자랑하며 서 있다.

큰 나무들을 보면 늠늠한 젊은이같다 싶은데 여기 나무들은 늠늠한 원로같다.

불편부당한... 어떤 처단도 무심하게 명령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

우리나라에서는 아담한 크기의 만병초를 주로 보는데 여기는 그냥 나무다. 그것도 키 큰 오래된 나무들.

치밀하게 크는지 기름성분이 도는지.. 땔감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줄어들고 있는 모양이었고. 네팔 트래킹은 사람의 필요와 자연의 필요를 생각하게 한다.

추운밤 난로옆이 좋은 사람과 그냥 자기 살던 자리에서 살고 싶을 나무. 이것도 다 사람의 스토리인지 모르겠지만.

복잡하지만 네팔에 가서는 내가 약해빠진 도시인임을 알고 이곳을 나에게 맞추려는 의도들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것이 공평한 것 같다.

여기 존재들에게 나의 필요를 정당하다 주장하면 나를 그나마 좀 거리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공간들은 계속 사라질테니까.

여기까지 오던 중 원숭이를 본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는 못봤다. 같이 가던 모니크의 스틱이 사라지는 일도 발생하고.

개울가에서 건축재료로 내다 팔기 위해 돌을 깨는 커플을 보았다. 몇 번 이런 장면을 본 것 같다.

생계를 위해 손으로 돌을 깨는 삶. 아마 우리가 지구에서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오래 생각해 본다면 보통 상식하고는 다른 결론이 날지도 모르겠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가볍고 즐겁게 "나마스테이~"를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돌을 깨고 있는 사람,

이마에 끈을 대서 짐의 무게를 목과 머리로까지 나눠진 짐꾼들에게는 "나마스테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방해가 되는 것 같았는데 무겁고 복잡한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또 이 오키드를 보았고.

다리인지 발인지 무릎이 아픈듯한 독일 아주머니와 그 남편도 보았는데 어시스턴트 한명과 트래킹하는 것 같았다.

아내는 돌계단은 피해서 최대한 흙길로 움직였고 남편은 몇 미터씩 앞서가고 아내를 기다리고 다시 앞서가고 그러는 것 같았다.

둘 다 어찌나 표정이 없던지 인상적이었는데 남편이 내가 뒤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위험하다고 한마디 해줘서 놀랐다.

독일 사람들은 표정에 비해서 속은 다정한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내 인생에서 서너번째는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독일 사람을 조금 알게 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아... 이 난은 사진으로 다시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해진다.

타다빠니 도착! 드디어~. 네팔말은 생각보다 발음이 어렵다. 처음엔 타 다 파 니... 인줄 알았는데 루빠의 입을 보니 영... 아니었다.

타 덧(혀가 입천장에 붙는다.) 빠 니...에 가까운 것 같다.

아무튼... 좀 천천히 걷고 중간에 호주아주머니 스틱문제도 해결하고. 루빠의 무릎에 가져간 보호대를 채워주고 다시본 오키드 사진을 한참 이리저리 찍고... 말린 사과 나눠먹고 각국의 사과값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우린 타다빠니에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도착했다. 예약되었으리라 생각했던 숙소는 다른 손님들로 만원이었고 루빠와 카말라는 다른 숙소를 찾아봐야했다. 덕분에 경치는 볼 것 없지만 한적한 숙소에서 난로를 다 차지하고 있을 수 있었다.

아... 저녁늦게까지 콩닥통닥 뭔가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렸는데 마당 건너 롯지에서 사람들이 북치고 장구치고 그에 맞춰 춤을 추고 노는 것이었다. 불 옆을 떠나기 싫어서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소리를 따라가보니 육십이 넘어보이시는 네팔 아주머니와 어려보이는 백인총각 등등 이미 클럽이 된 식당에서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피곤함에 꿈꾸듯 멍하니 바라보는데 사람들이 춤을 권했다. 특히나 그렇게 흥이 넘치는 곳에 가면 동양 여자는 주목을 받는다.

어울리고도 싶었고 리듬이 매력적이었건만... 내 머리는 습관적으로 내일과 지금의 저울을 재고 있었고 멍청하게도 내일이 무거웠다.

떠나면서도 `춤출 수 있을 때 걷지 말라`는 말을 기억했건만... 춤출 기회를 두고 가면서 후회를 하나 만들고 있구나 생각했음에도...

습관은 승리했다.

11시가 지나기 전에 집에 가야한다는 마법이 나를 지배한다.

다음날 후회한 적이 얼마나 많던가. 다음엔 다를 수 있을까?

다음날 아침은 고맙게도 맑았다. 언른 추위를 위로해줄 차를 한잔 사 마시고 마을에서 경치가 좋은 지점을 찾아나섰다. 발견~ 오늘은 안나푸르나가 한 폭으로 다가온다. 파노라마 촬영을 놓쳐서 안타깝지만 뭐... 이것 또한 다음 트래킹의 이유가 되니 기쁘다.

아이구... 내 안에 경이로움이 자라는 순간.

부디 이 순간을 존재와 삶의 신뢰로 키워주소서.

설레이는 하루, 또 시작. 이제 타다빠니에서 간드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