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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고객 후기

[트래블러스맵 캄보디아 여행후기] 1월에 여행하신 김민우님의 여행일지입니다.

[1월26일~30일 캄보디아 3박 5일 일정을 다녀오신 김민우님이 보내 주신 여행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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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순전히 제가 읽으면서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쓴 여행기입니다. 읽기 지루하시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캄보디아의 앙코르에 가족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 해 11월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한 번쯤은 따뜻한 나라를 여행하고 오고 싶다는 어머니의 바람에 따라, 이곳저곳 여행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오키나와를 가 볼까, 말레이시아를 가 볼까, 어디 괜찮은 곳 없을까 하면서 이래저래 여행사 사이트를 둘러봤지만
마땅한 여행 상품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중에 퍼뜩 머릿속에 떠올랐던 그 이름, 트래블러스 맵!
마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를 여행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오호...


가격(표면적인)은 다른 여행사보다 비쌌지만 처음으로 가족끼리 나가는 해외 여행, 리조트나 쇼핑센터만 왔다갔다하는 여행은 하기 싫었기에
왜 우리 가족은 공정여행을 해야 하는지, 이 가격이 사실 비싸지 않고 적절한 가격이라는 점 등등에 대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캄보디아 씨엠립 3박 5일 일정을 선택했습니다. 이모도 저희 가족과 함께 가기로 결정.
원래는 1월 12일에 출발하는 일정을 생각했는데, 예약을 하지 않고 넋놓고 며칠을 있다 보니 예약인원이 이미 다 차 있길래 1월 26일로 예약했습니다.


예약을 하고, 다큐프라임의 앙코르와트 편을 통해 예습하면서 그 옛날의 엄청난 기술력과 노력에 감탄하고, 책을 읽으며 또 예습을 하고...
인터넷 태사랑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기도 하고, 열흘 전에 씨엠립에 다녀온 친구와 얘기하기도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출발
드디어 1월 26일 토요일 오후 5시 45분, 씨엠립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서 출발했습니다.
비행기에 타자 마자 기내식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입국 서류 3종세트(비자신청 / 세관 /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빼고는 가족들이 한국을 떠나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서류를 작성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무사히 서류 작성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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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자다 일어나고, 영화도 한 편 보고, 주스를 마시고, 다시 자다 일어나고,
지루했던 비행 시간이 어느덧 지나 현지시각 오후 9시 30분, 드디어 씨엠립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느껴지는 열기. 사실 그렇게 더운 건 아니었는데 한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국에서 왔더니 더 더웠나 봅니다.

공항에서 비자신청 서류를 제출하는데 직원들은 왜들 하나같이 그렇게 화난 표정들을 짓고 있는지...
어쨌든 가족들 모두 무사히 비자를 받고 세관을 통과해서 마지막 입국심사대 앞에 섰습니다.


입국심사대 직원과 마주하니 직원이 (역시나 화난 표정을 지으면서) 낮게 읊조리는 말,
"원딸라 원딸라!"


아... 이게 그 유명한 급행료 요구구나... 저는 못알아 듣는 척 어깨를 한 번 으쓱 하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직원이 성질을 내면서 지문을 채취하겠다고 하네요.
이런 정부에 내 지문을 맡겨도 되는 건지 싶어 처음에는 못알아 듣는 척 했는데, 직원이 저를 그냥 보내려고 하지 않아 마지못해 지문을 대 줬습니다.
굉장히 찝찝하지만 어쨌든 입국심사대까지 모두 통과.


공항 밖으로 나와서 트래블러스 맵 분들 (주이 님, 아치 님, 번 님)을 만나 인사하고, 승합차를 타고 숙소인 압사라 센터폴 호텔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막간을 이용해서 일본인 여행객들이 왜 한국을 통해서 씨엠립으로 올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밤 열한 시가 다 되었음에도 휘황찬란한 여행자 거리를 지나 호텔에 도착.


호텔에 도착해서는 아치 님의 자세한 여행 안내 (툭툭을 어떻게 타고 어떻게 가격을 산정해야 하는지, 흥정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호텔 위치는 어디이며 자유시간에 갈 만한 곳은 어디가 있는지 등등)를 들었습니다.
사실 앙코르 유적지에 대해서는 열심히 예습했지만 여행 정보에 대해서는 그닥 준비를 하지 못한 차여서 아치 님의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3일 동안 가이드를 해 줄 보타나 씨도 만나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공정여행이라고 하면 민박 수준의 숙소에서만 묵는 줄로 생각했었는데 (저의 편견...) 깨끗하고 훌륭한 호텔에 묵게 되어 적잖이 놀랐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어머니와 이모가 지내시기에도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여행 중에 쓸 모자를 구입하기 위해 나이트 마켓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여행자 거리에 있어서 밤새도록 영업을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밤 11시 반 가까운 시간이 되니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모자 파는 곳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고... 그냥 아직 문이 열려 있는 가게 아무 곳에나 들러서 모자 대신 스카프를 샀습니다.
이 때 난생 처음 물건 구입하면서 흥정이라는 걸 해 보았는데, 처음에 12달러 달라는 걸 저는 7달러부터 불러서 결국 10달러에 합의 봤습니다.
흥정에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스카프 덕에 3일 내내 얼굴과 목 피부를 보호할 수 있었으니 10달러 이상의 가치는 해낸 것 같습니다.


호텔에 돌아와서 잠을 자는데, 새벽에 어디선가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기도 한 `짹짹짹` 소리가 납니다.
맵에서 보내 준 안내자료에는 도마뱀이 짹짹짹 일곱 번을 울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그 도마뱀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씨엠립에서의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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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 아침, 호텔 로비에서 함께 여행할 일행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보타나 씨와 아치 님의 인솔에 따라 툭툭을 타고 앙코르 유적지로 출발! 매캐한 연기를 스카프로 가리며 20분 정도 달렸을까. 매표소 앞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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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여행자들로 매표소 앞이 북적이는 광경을 보니 드디어 앙코르에 도착했구나 하는 실감이 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매표소, 국가가 관리하지 않고 사기업이 관리한다고 합니다.
이건 마치 경주 불국사 매표소 관리를 에버랜드가 하는 것과 같은 그런 상황...
정부가 관리할 능력이 없는 것인지 의지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모르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줄을 서서 유적 입장권에 쓰일 사진을 찍고 기다리는데, 뭔가 잘못되었는지 다시 한 번 사진을 찍고 입장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사흘 동안 사용할 귀중한 입장권...은 가이드인 보타나 씨가 보관하고,

체크포인트에서만 확인을 위해 여행자들이 나눠 받아서, 확인을 마치면 다시 보타나 씨가 받아서 보관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함께 다니다 보니 입장권을 분실할 위험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경험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있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여행자 수 20명 곱하기 입장권 가격 40달러면 어마어마한 금액일텐데 혼자 보관하면서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하는 생각,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툭툭을 타고 앙코르 톰 유적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앙코르톰 입구 앞 다리 양쪽에 도열해서 우리를 반겨준 것은 바로 신들과 악마들의 석상.

가까이 가서 살펴 보니 다들 옆구리에 둥그런 원통 같은 걸 끼고 줄다리기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우유 바다 젓기를 형상화한 석상들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가이드 보타나 씨는 신들보다는 악마들의 얼굴 생김새가 더 재밌어서 좋아한다고 합니다. 저도 가까이서 보니 악마 석상이 왠지 정감이 갑니다.

신 석상은 그냥 슥 둘러보기만 하고 악마 석상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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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찾아간 곳은 아름다운 사면상의 미소로 유명한 바이욘!
사원 벽면에 새겨진 갖가지 부조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엄숙하기만 할 것 같은 사원 곳곳에 숨겨진 재치있는 유머감각이 돋보였습니다.


행렬 가운데에서 거북이에게 엉덩이를 물려서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는 사람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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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짓느라 수레바퀴 밑에서 숨을 훅훅 불어서 불을 지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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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싸움하는 사람들, 돼지싸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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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전에서 물에 빠진 군인을 악어가 물어버리는 장면(이건 유머가 아닌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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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의 부조를 조각한 장인들이 고된 작업 와중에도 나름대로 후대의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려는 노력(?)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천 년의 시간을 건너뛰어서 그 장인들과 교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윗층으로 올라가서 미소가 아름다운 사면상들을 마주했습니다. 자야바르만 7세 왕의 얼굴을 본따서 만들었다는 저 사면상들...
넓적한 얼굴과 두툼한 입술을 보니 왠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사람의 얼굴이 신기해서 본따 만든 석상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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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에서 내려와서 일행 분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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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디높은 바푸온 사원으로 향했습니다.
왕이 지나가는 길을 지나 올라간 바푸온 사원, 높디높은 계단과 그 위에서 바라본 경치가 기억에 남네요.
이 거대한 도시가 수백 년 동안 주변 밀림에 가리워져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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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 12세 미만의 어린 친구들을 안전 문제로 입장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다들 더 나이 먹고 다시 한 번 찾아와서 한번씩 올라오길 바래요.


바푸온에서 내려와서 코끼리 테라스와 문둥왕 테라스를 둘러보았습니다.
코끼리 테라스와 문둥왕 테라스 모두 원래 이름이 아니고, 나중에 유적을 연구한 학자들이 그 기원과 용도를 추측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문서로 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지만,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타나 씨에 따르면 원래 문둥왕 테라스 꼭대기에 있는 석상은 염라대왕 석상인데, 이 석상의 얼굴이나 팔이 파괴된 것을 보고 연구자들이 문둥왕 전설을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재미있는 상상력인 것 같습니다.


다시 툭툭을 타고 스라스랑 옆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보타나 씨가 하는 말이, 캄보디아에서 소고기를 먹으면 깜짝 놀란다는데, 그 이유가 소들이 사료를 먹지 않아 지방이 없어서 질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식당에서 나온 소고기 볶음은 생각했던 것만큼 질기지 않고 맛이 불고기랑 비슷해서 입에 잘 맞았습니다.


캄보디아식 카레인 생선 아목, 그리고 똠얌은 레몬그라스 때문인지 특유의 향이 강하더군요.
같이 간 저희 형은 너무 맛있다면서 싹싹 그릇을 비웠는데, 저는 아목에서 생선, 똠얌에서 닭고기만 건져 먹고 국물은 몇 숟가락만 떠 먹었습니다.

최대한 현지의 음식을 먹는 것이 여행자의 미덕이라고 항상 생각했지만... 역시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천하는 데는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가 있더군요.

보타나 씨가 식사 중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종업원이 그릇에 밥을 넘칠 정도로 채워서 보타나 씨가 돌아와서 당황하는 재밌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ㅎㅎ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왔는데, 어디서 왔는지 팔찌 등의 물건을 파는 어린이들이 몰려 왔습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팔찌 세개 원달라`라고 얘기하면서 끈질기게 따라붙는데,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 곤란한 마음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한창 즐겁게 뛰어놀 나이에 (그것도 일요일에) 장사에 동원되는 어린이들이 가엾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점심식사 후에는 왕의 목욕탕이라는 스라스랑 옆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자유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수지 근처에는 비쩍 마른 소와 개들이 돌아다니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냥 심드렁하니 돌아다니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침 내내 유적에서 걸어다니느라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선선하게 바람이 부는 저수지 가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자니 체력도 충전되고 좋았습니다.
저수지에서 현지 어린이들이 물놀이 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바쁘고 힘들게 돌아다니고 구경만 하는 데 치중하는 것보다도, 이런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여행의 맛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라스랑에서 툭툭을 타고 이번에는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으로 유명한 따 프롬으로 갔습니다.
따 프롬에서는 사원을 파고들고 자라고 있는 거대한 스풍 나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으로는 많이 봤는데, 실제로 그 거대한 나무들을 보니 입이 쩍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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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서도 고민 끝에 복원 프로젝트에서 따 프롬의 나무들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다만, 사원을 너무 훼손시키는 나무 몇 그루는 베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미 몇 그루는 베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이 인공 구조물과 위태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스풍나무의 뿌리 사이로 얼굴을 내민 압사라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구요.


따 프롬을 나와 일몰을 보기 위해 프레룹으로 향했습니다.
프레 룹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일몰 감상을 위한 유명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새삼 내가 앙코르 유적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습니다. 셀카를 찍는 척 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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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약간 껴서 그런지 일몰은 장면은 그렇게까지 멋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몰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씨엠립 현지 주민은 없는 것 같아서 더 기분이 묘했습니다.


다시 툭툭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호텔 부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침대에 잠깐 누워 오늘 밤에는 어디를 돌아다녀 볼까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습니다. 열 시도 안 된 이른 시각이었는데 피곤한 데는 장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둘째 날
1월 28일 아침, 오늘은 드디어 그 유명한 앙코르 와트를 방문하는 날입니다.
일찍부터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 탔습니다.
앙코르 와트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순환도로 (한국에서 지원했다고 합니다)를 따라 앙코르 와트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우리나라 모 항공사에서 지원해서 만들었다는 가로등들도 있었습니다.
가로등 하나하나마다 항공사의 로고가 정성스럽게 새겨져 있었는데, 그런 로고 없이 만들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듯이 하면서 은근슬쩍 알릴 건 다 알리는 것이 기업 사회공헌의 고단수가 아닐까요ㅋㅋ


드디어 앙코르 와트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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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앙코르 와트를 보니 여러 모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사원을 둘러싼 해자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한 번 놀라고, 정면에서 중앙탑을 바라보았을 때 다섯 개의 탑 중 세 개만 보이도록 완벽하게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기술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가까이서 보았을 때는 돌과 돌 사이의 틈새가 보이지 않게 섬세하게 다듬어진 모습에 놀랐습니다. 벽에 새겨진 부조의 정교함도 다른 사원에 비할 수 없이 정교했구요.
단지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정교하고 섬세하기까지 한 앙코르 와트를 보면서 그 옛날 찬란한 문명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앙코르 와트에 들어가서는 보타나 씨의 설명에 그 어느 때보다 귀를 기울였습니다.
앙코르 와트의 건축을 명한 수리야바르만 2세에 관한 이야기, 우유 바다 젓기 신화 이야기 등등... 벽면에 새겨진 부조 하나하나에 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앙코르 와트 곳곳에도 조각가들의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들이 있더군요.
밀림에 잠식당한 따 프롬과 달리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도, 그리고 최근에 내전을 겪으면서도 앙코르 와트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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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 역시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유난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현지 가이드가 아닌 한국인 가이드들이 안내를 하고 있더군요. 어, 저건 불법이라고 들었는데...
저기서 여행하는 저 일행 분들도 저렇게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유적 안내를 듣고 급하게 유적을 구경한 뒤 여행사와 연계된 쇼핑센터와 식당을 뺑뺑이 돌게 될까요?
1년에 수십만 명의 한국인이 캄보디아를 방문하는데, 정작 한국어를 하는 현지 가이드는 열 명밖에 되지 않는 현실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벽화를 감상한 뒤에는 3층 중앙 탑으로 올라갔습니다.
천년 전에 이 높은 탑과 건물을 짓기 위해 거대한 돌들을 운반하고, 저 정교한 조각들까지 완성해 낸 그들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게다가 앙코르 와트가 서 있는 그곳은 습지... 1113년부터 1150년까지 37년에 걸쳐 세우면 무너지고, 무너지면 다시 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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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누 신에게 바쳤다는 앙코르 와트. 수리야바르만 2세는 스스로 비슈누 신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왕 한 사람의 욕망을 위한 노역에 동원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보타나 씨는 앙코르 와트 벽면의 부조들도 후반부로 갈 수록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야, 왕 죽었대!" "그래? 그럼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 라는 대화가 오갔을 거라면서 ㅎㅎ
실제로 그런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권력의 무상함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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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앙코르 와트를 나와서는 숙소로 돌아와서 점심식사(자유식) 및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희 가족은 자유식 때는 Sala Bai와 Haven을 가 보기로 결정했는데, Sala Bai는 저녁 식사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날 점심 자유식 때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두 식당 모두 현지 학생 (Sala Bai는 주로 교육의 기회가 적은 여학생들, Haven은 역시 교육의 기회가 적은 고아들)들을 교육하면서 식당에서 실습도 하게 하고
나중에는 취업 지원까지 해 주는, 이를테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 식당입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점심 때 그냥 Sala Bai에 가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 단체 예약을 많이 하는 곳이더군요.
앙코르 와트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타나 씨가 전화로 예약을 해 준 덕분에 무사히 Sala Bai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Sala Bai의 종업원들은 씨엠립의 다른 식당들과 확연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서비스에 관해 확실한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시종 친절한 미소로 저희를 대하더군요.
학생들의 미소와 친절함에 저희 가족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점심 때는 크메르 식과 서양 식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는데, 저희 가족은 서양 식 코스 요리를 주문했습니다. (한 사람 당 9달러)
그린망고와 참치(통조림 말고 생참치) 샐러드, 오븐에 구운 생선 필레, 그리고 코코넛 케익으로 이어진 훌륭한 식사를 했습니다.


Sala Bai를 세운 NGO인 Agir pour le Cambodge의 직원(프랑스인)이 테이블을 다니면서 손님들과 대화를 했는데, 저희 쪽에는 마지막으로 오더군요.
아마 아시아인 단체 여행자는 생소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그 직원과 대화를 하면서 며칠 전에 다녀간 친구가 소개시켜줘서 찾아왔다고 얘기를 하니, 굉장히 놀라면서 기뻐하더군요.
그렇게 식사를 하게 된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 적은 금액이나마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Sala Bai에서 천천히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가니 자유시간이 거의 끝나 있었습니다.
간단히 씻고 나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톤레 삽 호수에 있는 수상촌인 캄퐁 플럭 마을로 향했습니다.


캄퐁 플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역시 한국 여행사에 대한 불편한 사실들에 관해 듣게 되었습니다.
톤레삽 부근 대표적인 수상촌인 쫑끄니 마을에서 목에 뱀을 걸고 구걸하는 어린이들, 한국 단체관광의 안 좋은 방식을 곳곳에 이식하고 있는 한국 여행사들...
돈만 추구하는 여행 상품이 아닌, 여행자와 현지인, 여행사가 모두 즐거울 수 있는 여행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단지 싼 패키지 상품만이 아니라 트래블러스맵의 여행프로그램과 같은 상품들이 많이 퍼지면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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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퐁플럭 마을에 도착해서 배를 탔는데, 처음 배를 탄 지점부터 몇 분 동안은 동네 실개천같이 좁고 얕은 물이 나왔습니다.
우기 때는 모두 물이 차 있었을텐데, 지금은 건기라서 그런가 봅니다.
양 옆에 울창한 맹그로브 숲, 물 자국이 남아있는 땅의 모습, 지면에서 높은 곳에 지어진 건물들을 보면 우기 때 다시 한 번 와서 이 곳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로 향하는 길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물가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멀리서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싸이의 말춤을 흉내내는 어린이들도 있었고, 마냥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어린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모습은, 여자 어린이 한 명이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데,
그 뒤에서 다른 여자 어린이가 앞의 어린이를 잡아당겨서 결국 둘 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앉더니 둘 다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힘들어 보이는 환경에서도 해맑게 지내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곳만은 쫑끄니 마을과 같이 되지 않기를 빌었습니다.


캄퐁플럭 마을에 도착하니 어린이들 여럿이 우리 일행을 따라 다닙니다. 아직 아이들은 외국에서 온 단체 여행자들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어린이들은 우리를 잠깐 따라다니더니 어느새 저멀리 가서 자기들끼리 놀기 시작합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사원을 지나, 마을을 짧게 한 바퀴 돌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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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나무 기둥들 위에 세워진 집들을 보면서도, 우기에는 물이 저 높은 곳까지 차오른다는 사실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땅 위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어린이들은 어쩌면 몇 달 되지 않는 건기를 열심히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에서 나와서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갔습니다. 몇 분을 달려 오니 어느새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드넓은 호수 한 가운데에 배가 서 있습니다.
마침 해가 지는 시각이라 열심히 일몰 사진을 찍고, 한참 동안 가만히 배에 앉아 해지는 모습을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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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수평선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이었습니다.

캄퐁플럭을 나와서 버스를 타고 씨엠립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저녁은 압사라 춤을 감상하며 뷔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일정이었습니다.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식당은 밖에서 봤던 것보다도 훨씬 넓었습니다. 수백 명은 족히 되는 여행객들이 밥을 먹으며,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고 있었습니다.
원숭이 신인 하누만과 물고기 모양을 한 여신의 춤, 그리고 또 캄보디아 전통 춤으로 보이는 고기잡이에 관한 춤, 그리고 마지막에 펼쳐진 압사라 춤이 기억에 남습니다.


굉장히 큰 규모의 식당이었는데, 어쩐지 이렇게 큰 식당은 외국 자본에 의해 지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관계가 어떤지는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았고, 어쩌면 대규모의 시설에 가지는 제 개인적인 거부감일 지도 모르겠네요.
어찌됐건 그 유명한 캄보디아의 압사라 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압사라 센터폴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셋째 날 저녁이 자유식이기 때문에, 아치 님이 추천해 주신 호텔 앞의 `Haven` 식당에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할 요량으로 예약하러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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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받고 있는 학생으로 보이는 종업원에게 예약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카운터로 데려갑니다.
아마도 유럽계 사람으로 보이는 종업원이 카운터에서 저를 맞이했는데, 안타깝게도 내일은 예약이 가득 찼다고 합니다. 아뿔싸. 이렇게 인기가 좋은 식당인 줄 알았다면 첫 날 미리 예약을 해 둘 것을… (Haven은 Tripadvisor라는 여행자 리뷰 사이트에서 씨엠립 전체 식당 중 인기도가 2위였습니다)
제가 난처한 기색을 보이자 종업원이 `7시 단체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는 밤 8시 40분이나 9시 쯤에는 자리가 날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그 시각에는 공항에 가야 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 번 기회에 방문하겠다고 대답하고는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마지막 날


오늘은 아름다운 사원인 반띠아이 스레이를 방문하고, 점심으로 캄보디아 전통음식을 만드는 쿠킹클래스가 있는 날입니다.
첫날과 둘째날 함께 했던 아치 님 없이 보타나 씨의 인솔을 따라 버스에 올랐습니다.


또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서 교외에 있는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대문에 장대가 걸려 있네요. 우리 일행이 이 시간에 도착하는 줄 잊고 있었던 건지...
보타나 씨가 전화를 하자 직원이 안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옵니다. 보타나 씨는 웃으며 `이곳에서는 일처리 하는 게 한국이랑 달라서, 느긋하게 마음 먹으셔야 돼요` 하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 일행 분들도 이런 정도 해프닝은 다들 웃어 넘기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농장에 들어가니 주인 아저씨께서 반겨 주십니다. 주인 아저씨는 프랑스 등지에서 일을 하시다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서 고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농장에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있기도 하고, 스풍 나무를 이용해서 테이블 등을 만드는 일도 하신다면서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저희 어머니는 테이블이 예쁘다면서 그 자리에서 살 수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안타깝게도 농장에는 테이블이 없어서 구매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농장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여러 개의 테이블에 녹색 테이블보가 덮여 있고, 이미 요리를 위한 모든 재료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요리할 음식은 아직 익지 않은 그린망고를 이용한 샐러드, 스프링롤, 그리고 생선 아목과 닭고기 커리입니다.
첫 날에 레몬그래스와 향초를 통해 캄보디아 현지 음식의 맛을 진하게 느꼈던 일행들은 그 재료들을 최대한 절약(?)하리라 다짐을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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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들이 보여주는 시범을 따라서 먼저 샐러드를 만듭니다.
감자칼같이 생겼는데 칼날이 지그재그로 되어 있어서 채칼의 역할도 하는 신기한 도구를 사용해서 망고와 당근을 채치고, 그 위에 양파와 고추를 얹어 놓으니 망고의 노랑, 당근의 주황, 고추의 빨강, 양파의 흰색이 어우러져 제법 멋진 샐러드가 완성됩니다. 아직 덜 익어서 새콤하면서도 망고 특유의 달콤함이 있어서 요리 중에 계속 집어 먹게 되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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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스프링롤입니다.
스프링롤을 만들 때면 항상 뜨거운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적셨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찬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적셔도 충분히 월남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라이스페이퍼가 부드러워 집니다. 뭔가 재료 배합이 다른 건지? 이런 라이스페이퍼가 우리 나라에도 있으면 월남쌈 해 먹기가 한결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이스 페이퍼에 상추(?)를 올리고, 그 안에 오이, 당근, 숙주나물, 계란과 닭고기 볶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초(!)를 올려 놓았습니다.
향초를 아예 빼고 싶었는데 셰프가 옆에서 왜 향초를 넣지 않냐고 해서 구색 맞추기를 위해 조금만 집어서 스프링 롤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나중에 가면서 제 입맛에 따라 계란과 닭고기 볶음을 듬뿍 넣은 라이스 페이퍼들이 빠른 속도로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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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아목과 카레.
미리 준비된 카레가루와 코코넛밀크를 볶고, 물을 붓고, 흰살 생선을 어슷하게 썰고, 콩을 손가락 길이만큼 썰고, 가지, 고구마 등을 깍둑썰기해서 볶아주니 그럴듯한 요리가 탄생했습니다.
캄보디아 셰프는 밋밋하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은 다들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외국인이 와서 청국장을 밋밋하게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은 요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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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식으로 닭고기와 각종 야채를 볶아서 카레를 만들었습니다. 역시 현지인의 관점에서 보면 밋밋하기 그지없지만 한국인에게는 적당한 요리가 탄생합니다.
요리 중에 몇번씩 간을 보면서 코코넛 밀크도 넣어 보고, 설탕도 넣어 보고, 피쉬 소스도 넣어 보는 등등의 시도를 통해 가까스로 간을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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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요리를 마치자 어느덧 11시 30분,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들 테이블에 모여 앉아 각자 만들었던 음식을 먹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요리를 만들어서 그런지 거의 남김 없이 먹었습니다.
다른 일행 분들은 양 조절에 실패했는지, 아니면 간 조절에 실패했는지, 많이 남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기왕이면 적정량만 만들 수 있도록 잘 조절이 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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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원래 캄보디아의 맛보다 밋밋한(?) 맛의 요리를 만들었지만 현지 음식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고, 그 음식으로 밥을 먹은 경험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어린 친구 몇몇은 돌아가면서 해먹에 누워 보기도 하고 장난도 칩니다.
어머니는 농장 주인아저씨가 보여주시는 제품 카달로그를 보시면서 스풍나무 테이블이 너무 예쁘다고 연신 감탄하십니다.
농장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다음 목적지인 반띠아이 스레이를 향해 떠납니다.


반띠아이 스레이는 다른 사원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정교하고 아름다운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여자 사원`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인데, (실제로 여성과 상관이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ㅎㅎ) 실제로 보니 붉은 빛의 돌로 지어진 사원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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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장식된 부조에서 눈에 띄는 신의 모습은, 식탐이 너무나 강해서 자기 몸까지 먹어버린 신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신의 우악스러운 모습까지도 붉은 빛의 돌에 정교하게 조각되니 아름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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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주변을 쭉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고, 산책도 하다가 40분 뒤에 다시 입구에 모여서 씨엠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나고, 이제는 자유 일정만 남았습니다. 저는 다른 몇몇 분들과 함께 국립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박물관에서 많은 불상과 석상을 보고, 영상 자료도 감상하니 2박 3일동안 했던 여행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찾은 곳으로 유명한 `레드 피아노`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 8시 30분에 다른 일행 분들보다 먼저 호텔에서 아치 님과 번 님의 인솔을 따라 씨엠립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에서 아치 님이 도와주신 덕에 금방 출국 수속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입국할 때는 잘 몰랐는데 출국할 때 보니 씨엠립 공항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공항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습니다.

밤 11시가 되어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주말에 틈틈이 여행기를 쓰다 보니 보름이 넘어서 완성되었네요.


어머니는 어머니 대로, 형은 형 대로, 저는 저대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은 있어도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첫 가족 해외여행을 트래블러스 맵과 함께 다녀오길 잘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행지 현지인들의 삶에 대한 존중, 여행자들에 대한 배려 등의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에 저희 가족 모두가 트래블러스맵을 믿고 따를 수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트래블러스 맵의 팬이 되셔서 동강트래킹, 청산도 여행까지 신청하셨습니다 ㅎㅎ


여행 전 캄보디아는 제게 굉장히 생소하고 멀게 느껴진 나라였습니다.
제가 캄보디아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언론을 통해서 접한 폴포트와 크메르 루즈, 킬링필드의 비극 정도였습니다.
씨엠립 여행을 결심하기 전에는 앙코르 와트가 캄보디아의 유적지라는 것도 몰랐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캄보디아가 눈부신 문명을 지녔던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전의 상처에도 새로운 희망을 위해서 나아가는 나라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3박 5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푹 빠질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캄보디아와의 인연이 제 삶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 나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제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진 여행이었습니다.

나중에 결혼을 하면 아이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습니다. 그 때도 트래블러스 맵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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