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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4)

지난 1월, 트래블러스맵은 <아프리카 여행학교> 라는 트럭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뮤지션 이한철씨와 하림이 동행한, 음악이 흐르는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
이한철 씨의 음악과 글로 소개합니다.




캠프장에 비가 오다

얼마나 잤을까? 바람이 잠든 얼굴을 간지럽힌다. 군용텐트지만 방충망이 있어서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또, 얼마나 더 잤을까? 툭툭하고 물방울이 텐트 천을 두드린다. '비가 오나보다' 하구선 다시 잠들었다. 아프리카의 무더운 텐트 안 잠자리가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반복리듬의 빗소리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가라앉은 기분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바깥이 소란스럽고, 각자의 헤드랜턴과 손전등이 저마다의 방향으로 급히 움직이는 것이 텐트에
비친다. 침낭의 지퍼를 살짝 내리고 내 헤드랜턴을 켰다. 맙소사!!!! 침낭의 다리 쪽이 물에 젖어있었다. 가장자리에 늘어놓았던 책이며 옷이며
세면도구들도 다 젖어있었다. 바람이 통하던 방충망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다. 나중에 알았는데 방충망의 바깥쪽 커버를 씌우고 자야 하는 것을 어둑어둑한 밤에 텐트 치느라 못 봤던 것이다. 기타는 머리맡에 두고 자서 다행히 괜찮았다.

배낭에 짐을 있는 대로 쑤셔 넣어 급하게 정리를 하고, 바깥의 소란스러움에 대해 '다들 텐트에 물이 샌 건가' 하던 찰나, 누군가 밖에서 나를
부른다.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난리가 아니다. 배수시설에 문제가 있는지 캠프장이 물이 차기 시작했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차는지 3~4명이
달려들어 지대가 낮은 쪽의 텐트를 통째로 들어 위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짐을 옮겨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차고가 높은 트럭으로 짐을 옮기고 다른 사람들의 짐 옮기는 것을 도왔다. 짐을 옮기다가 트럭 쪽으로도 물이차서 하는 수 없이 몇 사람과 함께 트럭에 머물렀다.

아프리카 우기의 경험

틈틈이 바깥의 상황을 지켜보며-아직 해뜨기 전이라 쏟아지는 흙탕물과 저 멀리 흐릿하게 오가는 랜턴 불빛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구잡이로 넣어뒀던 짐을 다시 꺼내 정리했다. 물에 젖은 것은 좌석등받이에 잘 펴서 널었고, 귀중품도 따로 잘 챙겼다. 그러기도 잠시. 이번엔 운전사 존이 우리를 부른다. 바깥을 내다보니 이미 트럭의 바퀴가 다 잠기고 승차할 때의 차 계단까지 물에 잠기고 있었다. 우리를 부르는 존도 이미
가슴팍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였다. 더 이상 트럭 안에 있는 것도 위험하니 빨리 나와서 높은 지대로 대피하라 한다.

짐은 그 자리에 두고 다시 트럭에서 내렸다. 차가운 물이 몸의 구석구석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물의 흐름과는 반대로 힘들게 몇 걸음 앞으로
걸었을까. 이번엔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것들이 생각난다. 다시 트럭으로 돌아가 주머니에 든 것을 꺼내본다. 디지털카메라, 핸드폰, 동전 몇 개, 물파스 같은 것들이 나온다. 물파스야 원래 물을 머금고 있는 것이라 괜찮고(그 와중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 디지털카메라와 핸드폰은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제 생명을 다한 듯 보였다. 그것마저도 두고 트럭을 떠났다.

1월의 아프리카는 우기였다. 아프리카라고 해서 늘 메마르고 척박한 땅은 아닌 것이다. 멀리서 해가 뜬다. 저 해가 머리위로 솟으면
젖은 마음이 마를까?

모퉁이 가장자리의 나 (Instrumental)
                                                               작곡: 이한철
비오는 아루샤 캠프장의 카페 구석에서 해뜨는 것을 바라보는 젖은 마음.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모퉁이 가장자리의 나'' 들으러 가기>

(원문출처 : 싸이월드 스페셜 뮤지션's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