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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3)


지난 1월, 트래블러스맵은 <아프리카 여행학교> 라는 트럭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뮤지션 이한철씨와 하림이 동행한, 음악이 흐르는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
이한철 씨의 음악과 글로 소개합니다.



탄자니아 국경을 넘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트럭이 달렸고, 내 노랫소리도 달렸다. 이제 우리들의 트럭은 탄자니아 국경에 멈춰 선다. 아프리카의 국경은 그냥 국경일 뿐이었다. 케냐와 탄자니아는 말도 같고, 생김새도 당연히 비슷했으며, 동물들의 대평원도 케냐에서는 마사이마라, 탄자니아에서는 세렝게티 & 응고롱고로라는 이름으로 다르게 불리고 있을 뿐이었다. 탄자니아의 캠프장에서 만난 케냐 친구에게 "외국에서 일하니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의아해하며 국경이 별 의미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여행 중 Africa Nations Cup 축구중계를 볼 때도 비슷한 경험이 했는데 국경보다
넓은 의미의 문화적 권역별로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국경이 의미 있을 때는 아마 한순간일지도 모른다. 비자피(Fee)를 받을 때. 탄자니아 비자를 발급 받는 비용이 무려 50불이나 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 정도의 비용을 받는다고 했다. 열약한 경제사정으로 인해 관광객들에게 기대는 부분이 커서 일 것이다.

국경을 넘자마자 트럭을 세우고 길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준비, 요리, 설거지까지 함께 했다. 가벼운 점심식사를 마칠 때 즈음 동네 아이들이 모여든다. 나를 보자마자 쿵푸동작을 취하길래 따라했더니 마구 모여든다. 이번에는 기타다. 내내 연주하던 기타를 보자 서로 연주하겠다고 해서 줬더니 연주법을 모른다. 왼손의 운지를 내가 잡아주고 오른손 스트로크를 해보랬더니 기타에서 울리는 정갈한 화음에 신기해하고 신나한다. 역시 음악으로 통했구나. 다시 한참을 달린다. 아루샤(Arusha)까지는 아직이다. 그 때즈음 좌석의 어딘가에서 "노래 좀 그만하라"는 불평
섞인 소리가 들린다. 하루 종일 달리기만 한 것에 다들 지루했다. 게다가 에어컨이 없는 트럭은 창문을 열면 먼지가 들고, 닫으면 찌는 듯 한
더위를 맛보게 하는 짜증 유발에 적합한 구조였다. 때문에 지속적인 노랫소리가 어느 순간 소음으로 느껴졌을 수 있겠다. 겸연쩍은 마음으로
노래를 멈추고, 기타를 내려둔 채 이후의 몇 시간을 맥 빠지고 나른하게 보냈다.

아루샤의 캠핑장에서 보낸 하루

드디어 세렝게티의 거점도시 아루샤에 도착했다. 지루해했던 이들은 너른 공간으로의 탈출, 더 들뜨고 싶었던 이들은 신나는 놀이터로 직행의 순간이었다. 잠시 각자의 자유를 만끽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텐트를 쳐야한다. 조명시설이 따로 없는 캠핑장에서 해가
져버리면 텐트치고 식사하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텐트는 요즘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원터치식의 가볍고 편리한 제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야말로 군용텐트 딱 그것이었다. 녹이 슬대로 슨 쇠 호스들을 이어서 텐트의 틀을 만들고 거기에 고무마냥 묵직한 텐트 천을 걸어서 2인용 텐트를 완성시킨다. 배낭을 텐트 안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고선 내 몸도 그 안에 밀어 넣어본다. 낮의 더위를 품고 있는 텐트에서
나는 고무냄새 같은 것에 숨 막혔지만, 피로와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 안에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떠나오기 전 선물 받은 헤드랜턴을 쓰고 누었다. 시선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불빛도 이리저리 춤춘다.

그 즈음 멀리서 시끌시끌하다. 우리 여행팀보다 3일 먼저 일정을 떠났던 하림의 일행이 캠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세렝게티, 응고롱고로 국립
공원에서의 일정을 마친 그들은 예상치 못한 피곤함으로 하루를 보낸 우리들과는 대조적으로 들떠있었고 신나했다. 마사이족이 신는 고무
타이어 신발을 신고 나타난 하림이 반갑고 조금은 부러웠다. 이미 노래도 몇 곡이나 만들었다며 들려주는데, 잊고 있던 숙제가 떠오른 중학교
2학년 때의 어느 일요일 저녁 같은 기분이었다. 한 낮에 트럭 안을 떠돌던 멜로디와 입가에 맴돌던 가삿말들이 노래가 되지 못하고 머릿속에
흩어져 있었다. 한껏 신나는 리듬의 곡이었는데 지금은 몸도 마음도 신나지 않으니 거짓 마음으로 곡을 쓸 수는 없다. 하림이 챙겨온 소주를
몇 잔 얻어 마시고 먼저 자리를 일어나 내 텐트로 와서 누었다.

헤드랜턴의 불을 끄니 같은 볼륨의 노랫소리가 더 또렷이 들린다. 가물은 아프리카에 비를 부르는 기우제 곡이었는데 듣다가 스르르륵...
텐트 안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Asante Sana
                                      작사,작곡: 이한철

Asante, Asante Sana
Karibu, Karibu Tena
Asante.. (to be continue)


Asante: 감사합니다, Sana: 매우, Karibu: 환영합니다, Tena: 또 다시 라는 뜻을 가진 스와힐리어다. 이 말을 첫날 배워서 트럭 안에서 신나는 리듬과 함께 노래의 일부를 만들었지만 바로 완성되지 못했다. 신나지 않는데 신나는 곡을 쓸 수는 없다.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Asante Sana'' 들으러 가기>

(원문출처 : 싸이월드 스페셜 뮤지션's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