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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고객 후기

[소셜투어/후기]트래블러스맵 가을 남도 여행의 첫 날, 지리산을 가득 느끼다.



* <소셜투어시즌2,가을남도마을여행>에 우수후기로 선정된 이영현님의 후기입니다



0. 트래블러스맵


 2013년에 써니리더그룹으로 활동하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 중에 "배워서 남주자"라는 강연 프로젝트가 있었다. 에코디자인, 프로보노, 적정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연사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었다.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웠던 것을 직접 해나가기까지 하는 좋은 프로젝트였었다. 그 해 6월의 주제가 바로 "공정여행"이었는데, 연사로 '트래블러스맵'의 변형석 대표님을 초청했었더랜다. 워낙에 바쁘셔서 내가 맡기로 했던 인터뷰는 진행하지 못했지만, 강연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셨던 분.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을 통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2009년 1월에 발족하면서 지역에는 최선의 기여를,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자연에는 최소의 영향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정여행에 대한 설명은 당시 진행했던 강연을 요약한 글(http://blog.besunny.com/?p=17533)을 참고하면 좋다.

 어쨌든 내가 갑자기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사회적기업에서 지난 주말(10월 31일-11월 1일) 1박 2일로 진행한 소셜투어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트래블러스맵에서는 때때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현장답사 프로그램'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소셜투어를 진행한다. 소셜투어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기업과 마을 공동체를 탐방하는 여행이다. 이외에도 지원금을 받아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해양생태여행 등도 기획, 진행된다.


 



 이 소셜투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한 차례 있었었는데, 그 때의 여행지는 대구와 부산이었다. 이번에는 구례와 담양으로, 지리산 둘레길과 옛 정취가 남아있는 마을들을 둘러보더라. 가을이고 해서 단풍여행이 무척 가고 싶던 터라 "지리산 둘레길"이 포함되어 있는 여행 일정에 반했다. 선착순 30명 밖에 가지 못하는 이 좋은 여행을 놓칠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페이스북에서 이 글을 보자마자 시민회관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해 빨리 집에 오라고 재촉했다. 엄마가 오자마자 속사포처럼 소셜투어에 대해 설명해주며 가자!고 졸랐다. 가족끼리 여행을 간 게 언제가 마지막인지도 가물가물한데다 엄마랑 둘이서 여행을 간 적도 없어 이번 기회가 너무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사실 가족 전부가 갔으면 좋았겠지만 아빠는 결혼식이, 동생은 군인 신분이어서 일단은 엄마와 나만. 더불어 부모님 친구분이신 아주머니 한 분과 내 친구까지 같이 가기로 정해졌다.



 1. 여행의 시작


 여행 당일. 인천에서도 조금 더 깊은 곳에서 살고 있어 전날에 우리 집에 와 잤던 내 친구와 엄마와 함께 7시 50분까지 서초구청 앞에 도착했다. 역시나 토요일 아침의 양재역에는 이곳저곳으로 떠나는 관광버스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등산복을 입은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 사이를 헤치고 헤쳐 가을남도여행 안내 프린트를 들고 있는 분을 찾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체크를 받고 버스에 탔다. 참가자분들이 시간을 지켜 모인 덕에 기분 좋게 정시에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진행자분께서 트래블러스맵과 이번 여행에 대해 설명해주신다. 이미 트래블러스맵이 어떤 곳이며 공정여행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나로서는 괜시리 반가운 설명이었다. 안내를 받은 후에는 사회적 기업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들과 트래블러스맵 소개 팜플렛, 오늘 여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종이철을 받았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트래블러스맵의 카카오톡 옐로아이디가 적혀있는 노란 명함. 그리고 공정무역 브랜드인 '아름다운 커피'에서 만든 이퀄 초콜릿과 이퀄 아메리카노,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경주의 사회적 기업, 서라벌의 찰보리빵. 이렇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그 먹거리들이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의 제품이어서 더욱 좋았다. 지역 사회의 경쟁력을 살려주는 공정여행의 좋은 취지에 어울리는 센스였다.



 2. 금강산도 식후경, 일송정


 역시나 주말 고속도로는 막혔다. 8시에 출발하고도 예상보다 더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중간에 휴게소를 한 번 들렀지만 챙겨온 것도 어느 정도 있던 덕에 따로 뭘 사먹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1년에 몇 번 안 가는 휴게소인데 통감자라도 먹을 걸 그랬다. 휴게소만의 먹거리가 또 나름의 맛인데(없는 맛도 일단은 맛이니까). 화장실을 기다리는 줄만 그동안 본 적 없는 길이로 주욱 늘어져 있었으니 어차피 사먹지도 못했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내린 곳은 '일송정'이라는 식당이었다.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배를 먼저 채워야지.


   


 런닝맨에도 나왔다는데 어떤 메뉴가 방송에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들어갈 때는 묵은지 전문 음식점이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보였는데 메뉴를 보니 흑돼지쌈밥과 우렁쌈밥처럼 쌈밥 정식도 하더라. 나올 때 보니 흑돼지전문, 우렁이쌈밥정식도 대문짝만하게 적혀있었다. 허허. 어쨌든 전문으로 한다는 여러 메뉴 중 우리는 흑돼지쌈밥정식(1인 13,000원)을 먹게 되었다.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정갈하게 기본 찬이 정갈하게 차려져있었다. 밥과 메인 메뉴인 흑돼지 불고기도 자리에 앉으니 금방 내오더라. 투어의 장점은 음식을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5시간의 이동에 굉장히 굶주려 있어 급히 먹느라 사진을 예쁘게 찍어내지 못했지만.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남도의 식당답게, 지리산에 위치해있는 곳답게 상차림이 괜찮았다. 특히 묵은 직접 쑨 듯 아주 진하더라. 쌈도 싱싱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메인 디쉬 아닌가. 그냥 돼지도 아니고 흑돼지로 한 두툼~한 불고기(사실 두루치기라고 생각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니 불고기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나와 엄마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자마자 조금 인상이 찌푸려졌다. 평소 고기보다는 야채를 즐기고, 냄새에 굉장히 민감한 탓에 미세한 돼지 잡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아서 쌈에 싸서 마늘 하나를 넣고 먹으니 맛있더라. 옆 테이블 분들은 고기가 부족해서 우리 테이블에 있는 고기를 덜어드리기도 했다. 나도 친구가 남긴 밥을 조금 더 덜어먹으면서 곧 걸을 지리산 둘레길을 위해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로 153 / 전화 061-783-5150 / 홈페이지 http://www.ilsongjung.kr/

 3. 지리산을 싼 값에, 지리산 로컬마켓 + 지리산씨 협동조합 



 일송정에서 배를 불리고 다시 버스를 탔는데 노래 한 곡만에 지리산 나들이 장터에 도착했다. 2015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지리산 나들이 장터 중에서도 "로컬마켓"이 목적지였다. 마켓에 들어가니 관계자분께서 로컬마켓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이 지리산 로컬마켓은 구례지역 농민들로 구성된 구례 사회적기업 1호 "지리산구례공동체"에 의해 운영된다. 이 단체는 구례지역에서 재배된 것들을 생산자가 정한 가격에 파는 것은 물론이며 포장-판매까지 하는 유통 혁신을 통해 농가 수익을 높여 지역사회에 재투자한다고 한다. 과연 지리산에서만 볼 수 있을 200여 종에 달하는 각종 나물들이며, 산수유, 방사 유정란, 벌꿀, 햇밤, 단감, 곶감, 감말랭이, 매실 엑기스 등 다양한 농·임산물이 가득하더라.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이외에도 건산수유, 건삼백초, 건쑥, 건고사리 등의 건나물과 무우차, 둥글레차, 옥수수수염차 등의 전통차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있었다. 평소에는 볼 수도 없었던 나물들 때문에 엄마를 붙잡고 이건 뭐야? 이건 뭔 맛이야? 어떻게 해먹어?라며 계속 물어봤더랜다. 그 외에도 쥐눈이약콩, 서리태, 햅쌀, 보리 등의 곡물도 싸고 유과, 김부각, 강정 등 주전부리들도 잔뜩 있어 남녀노소가 모두 즐겁게 둘러볼 수 있는 알찬 구성이었다. (김부각 강추!!!! 맥주 안주로 아주 딱!!!) 덕분에 동행하는 모든 분들이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서 이것저것 채우시느라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이 곳에서 써버렸다. 워낙에 싸고 품질도 좋으니 그 누가 온다해도 빈 손으로 나갈 수는 없었을 거다. 우리도 역시 큰 봉투 두 개를 아주 무겁게 들고 마켓을 나왔다. 참고로 이곳에서 파는 일부 상품들은 전국에서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전화나 온라인 사이트으로 주문을 하면 되는데 온라인 사이트에는 등록되어 있는 상품이 몇 개 없으니 전화로 주문하는 것이 더 낫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니 지리산구례공동체에서 홈페이지를 좀 더 활용했으면 좋겠다. 상품이 어떤 게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어서 아쉽다.) 만약에 투어로 온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오면서 자가용을 끌고 왔다면, 트렁크가 가득 차도록 샀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사고 싶은 것이 많더라. 온누리상품권도 사용이 가능했는데 깜빡 두고 온 게 너무너무너무 안타까웠다.

 참, 여기서부터 지리산씨 협동조합에서 한 남자분이 가이드로 여행에 동참하셨다. 지리산씨 협동조합은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지향하는 여행협동조합으로, 지리산의 숨은 자원을 활용한 여행 콘텐츠 개발을 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트래블러스맵 지리산판이랄까. 이번 여행에서도 트래블러스맵과 콜라보해서 지리산 권역에서 보다 좋은 경험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한다.

전남 구례군 마산면 냉천길 9-17 / 061-738-5723 / http://www.jrf.co.kr



 4. 사람과 사람이 만나며 마을과 마을이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쌍산재~상사마을~오미마을) 


 다음은 여행 일정 중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차례였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21개읍면 120여개 마을을 잇는 285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이 길은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으로 이루어져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다시 찾아내 잇고 보듬는다. 우리가 걷기로 한 곳은 가을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오미~방광 구간 중에서도 7km 정도였는데 시간 관계 상 전부를 걷진 못했다. 걸으면서 지리산씨 협동조합에서 나오신 분이 가이드를 해주셨는데, 사실 친구와 거의 맨 뒤에 떨어져 이곳 저곳을 찍었던 탓에 들은 것은 몇 마디 되지 않는다.


 

 처음 걷기 시작한 곳은 양갓집 고택인 쌍산재(雙山齋)로 무려 5천 평이라고 한다. 800석 정도의 전답이 있었다고 하니 그 넓이가 어마어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쌍산재의 입구 전경을 찍은 것인데 입구로 들어가기 직전에 고려시대 이전부터 있던 "당몰샘"이라는 샘물이 있다. 출발하기 전 이곳에서 목을 축였는데 삼다수도 살짝 거친 맛이 느껴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굉장히 알맞게 부드러웠다.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80 이상의 장수를 한다더라. 과연, 오래 살 만한 물맛이었다.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안채와 사랑채, 건너채, 별채가 모여 있다. 맨 위의 큰 사진 속에서 왼편을 차지하는 것이 안채 오른편이 건너채다. 별채는 하단의 오른쪽 사진 속에 있다. 왼쪽 사진은 관리동 처마 밑에 대롱거리던 곶감들. 현재 쌍산재는 농촌체험교육농장 겸 한옥펜션으로 운영되고 있어 두 건물은 신축된 건물이다. 별채와 경암당이 그 건물이다.



 별채와 별채 뒤의 호서정을 지나 뒤뜰로 들어서기 전에는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고택 안에 딸린 숲이어서 그런지 군데군데 전구가 달려 있더라. 차도 있어 죽노차밭길이라고 불리는 길과 그 뒤의 넓은 밭을 지나니 쌍산재의 하이라이트인 서당채의 입구가 보였다. 무성한 잎사귀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이 허공에서 자꾸만 춤을 추고 있다.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풍경에 한 발 한 발을 내딛어 가정문의 문턱을 넘었다. 가정문에서부터 서당채로 주욱 놓여진 길은 각기 다른 모양의 돌로 아주 예쁘게 꾸며져 있다. 맨 오른쪽의 사진은 서당채에 앉아 가정문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으로, 그 예쁜 돌길을 살짝 볼 수 있다. 서당채의 모습은 햇빛이 문가에서 부서지던 가정문만큼이나 신비로웠는데, 특히 아치형으로 구부러진 나무가 그 신비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서당채 우측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가면 서당을 운영하셨던 선조를 기리기 위한 공간으로 최근에 지어진 경암당이 보인다. 가던 길을 그대로 걸어 쌍산재 뒷문인 영벽문으로 나왔다. 쌍산재는 여기서 끝이었다. 완연한 가을이라 꽃들은 이미 모습을 감추고 몇몇 나무는 잎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후에 봄이나 여름, 꽃들이 활짝 피었을 계절에 다시 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가족들과 이곳에 묵고야 말리라는 생각을 하며 쌍산재 뒤로 돌았다. 아차. 봄과 여름과는 또 다른 가을만의 정취가 펼쳐져 있었다. 추수되어 끝의 대만 남은 모습하며, 주홍빛으로 익은 감들이 즐비한 감농장, 높은 하늘에서부터 잔뜩 부서지는 햇빛, 저마다 가을 옷을 뽐내는 초목들, 그들과 어우러지는 푯말, 집. 걸어가는 곳마다 자꾸 발목을 잡았다. 



 똥매산을 오르다가 중간에 상사마을 뒷길로 빠졌다. 여전히 고즈넉한 풍경이 가득 펼쳐진다. 예정대로 7km를 걸었다면 어디를 더 볼 수 있었을까. 이것만으로도 벅차다.



 상사마을 뒷길에서 둘레길을 따라 잠시 내려온 곳은 하사마을이었다. 효자 이규익(李奎翊)의 정려가 있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이곳은 평소 효성이 동네에 자자할 정도였던 이규익의 효심에 나라에서 내린 것이라고 한다. 80세 고령의 부친이 노환으로 병석에 누우셨을 때 백방으로 약을 구해드려도 소용이 없어 자신의 허벅지를 베어 구워드리고 손가락을 잘라 피를 흘려 3일간을 더 연명하게 했다니, 정려를 받을 만도 하다. 옛 시절 효자의 조건 3가지가 무엇이었는지 퀴즈가 나왔는데 맞히기가 굉장히 힘들더라. 효자란 부모의 똥을 먹어 건강을 체크하고 피와 살을 희생해야 한댄다. 엄마한테 그 말을 듣고 나는 불효자였을 거라고 했더니 얻어맞았다. 하핳.

 하사마을에서 찻길을 따라 쭉 걸으면 오미마을이 나오지만(원래 이 길이 지리산 둘레길이다) 우리는 그 길로 가지 않고 다시 산속으로 들어갔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은 오르긴 올랐지만 굉장히 완만한 경사였는데 여기부터는 가파르더라. 마지막 등산이 언젠지 가물가물한데 갑자기 등산을 하려니 무릎이 시큰거렸다.



 한 10분 남짓을 계속 오르니 하사저수지를 품은 채 너른 들을 마주한 하사마을의 가을 정취가 한눈에 보인다. 곧 어두워질 시간이어서 마침 조금씩 노을이 지고 있어 더더욱 진한 가을 냄새가 퍼졌다. 수확이 끝난 논과 그렇지 않은 논이 대비되어 황금빛이 더욱 살아났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해 최종목적지인 오미마을 쪽으로 내려간다. 전형적인 산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운조루 산림욕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우리는 둘레길을 마무리하는 명상 시간을 가졌다. 사실 나는 이 날 내 사랑 두산이 14년 만에 우승을 하는 순간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명상을 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곧 우승이라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만큼은 성실히 했다. 비염 때문에 비강이 좁아 숨을 잘 못 쉬는데 그 좁은 틈으로 들어가는 지리산의 맑은 공기가 온 몸에 퍼졌다. 새 소리와 바람 소리, 여기저기 바스락대는 낙엽 소리, 서로의 몸을 쓰다듬는 자연의 소리들이 생생하더라. 지리산 둘레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쌍산재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632 / 061-782-5179 / www.ssangsanje.com

지리산 둘레길 구례 안내센터 061-781-0850 / www.jirisantrail.kr/ 



 5.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 운조루에서 듣는 우리 소리 + 환상적인 저녁 식사, 가락원


 원래는 운조루 삼림욕장에서 내려오자마자 오미마을을 둘러보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앞서 지리산 로컬마켓에서 많은 시간을 써버린 탓에 오미마을 탐방은 내일 아침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날이 추워져서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버스에서 외투를 챙겨 나와 운조루로 들어갔다. 오미마을에서 제일 중요한 운조루만 오늘 둘러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사실 너무 추워서 무릎에 얼굴을 묻었던 탓에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운조루'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들었다. 진나라의 시인이었던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머리글자만 따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더라. 귀거래사는 다음과 같다.


雲無心以出岫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오르고

鳥倦飛而知還 새들은 날기에 지쳐 우리로 돌아오네


 


 운조루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큰사랑채에 들어가 미리 준비된 명창의 판소리 무대를 감상했다. 잽싸게 맨 앞에 앉은 덕분에 점점 어두워지며 붉은 빛이 밑으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경치와 우리 소리를 내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사진 한 장에 예쁘게 담을 수 있었다. 창도 좋았지만 맨 처음의 가야금 연주와 대금 연주에 푹 빠졌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마을 할머니들께서도 무대 위에 옹기종기 앉아 한 명씩 차례로 창을 하시는데 작은 체구로도 너무 잘 하셔서 깜짝 놀랐다. 할머니 한 분의 장구 연주에 다른 할머니 한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시는데 표정이 좋으셔서 나까지 미소짓게 되더라. 할머니들이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는 고운 한복에 가채까지 쓴 여자 세 분이 나오셔서 아리랑을 한 곡조 뽑았다. 정겨운 리듬에 자연스레 어깨가 들썩거렸다. 

 공연이 끝나고 단체사진까지 찍고 나니 7시가 넘었다. 점심을 조금 늦게 먹었다지만 산을 오르고 내리며 2시간을 걸었으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식당이 있었다. 점심에 먹은 곳 정도의 수준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큰 기대 없이 식당에 들어섰다.



  


 그런데 웬걸, 상차림이 너무 좋은 게 아닌가. 이 정도 상차림이면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잖아. 화엄사 입구에 있는 식당답게 다양한 나물들이 반찬으로 올라와있다. 파전까지! 다원과 도예도 같이 하고 있는 곳이어서 접시 하나하나가 너무 예쁘다. 직접 빚은 거라고 하던데, 구례의 7품 중 하나인 산수유가 예쁘게 잘 그려져 있어 한 두개 정도 가져오고 싶더라. 밥그릇이 제일 예뻤다! 뚜껑에 그려진 산수유 열매 세 알이 앙증맞으면서도 우아했다. 쑥부쟁이, 박나물, 토란대 등 평소 먹기 힘든 나물 반찬들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금세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버섯약초전골까지 나왔다. 제일 좋아하는 목이버섯은 물론이고 꽃버섯, 싸리버섯, 표고버섯 등 고기는 하나 없이 버섯들과 몇몇 야채로만 끓인 전골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아주 깊으면서도 깔끔한 국물맛과 저마다의 향을 뿜어내는 버섯들이 잘 어우러지더라. 반찬들도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한 덕에 버섯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직접 담그셨다는 막걸리까지 한 잔(두 잔 세 잔 네 잔...) 곁들이니 이 날 저녁은 환상이었다. 반찬들이 금세 동나서 귀찮으실 정도로 더 달라고 하고, 그렇게 반찬을 많이 먹었는데도 밥까지 서너숟갈을 더 먹었다. 다원을 겸하시는 덕에 마무리로 뽕잎차까지 주시더라. 하.... 완벽 그 자체다. 화엄사 입구에 있어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이 으레 그렇듯 조미료 맛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담백해서 너무 좋았다. 멀지만 않았다면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밥을 먹으러 오고 싶더라.

 다른 분들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당을 나와 버스에 탑승했다. 곧장 숙소를 배정 받았는데 '공짜 여행이라 좁은 방에 남/녀를 나눠 몰아 넣을 거'라는 예상과는 정말 정반대로 우리 일행은 독채를 배정받았다. 독채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나와 내 친구는 헐!!! 독채래!!! 라면서 두 손을 맞잡으며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 내에서 조금 크게 좋아했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은 독방/독채를 배정해줬는데 우리가 독채를 배정받은 거다. 우왕 끝내준다. 덕분에 걱정했던 거와는 달리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아주 편한 밤을 보냈다. 인솔자 분들께서 과자와 함께 오미마을 측이 준비해준 단감도 주신 덕에 낮에 산 산수유 막걸리와 함께 먹으며 친구와 두런두런 얘기도 했다. 넷이서 쓰기에 적당히 넓은 것은 물론이며 깨끗하기까지 하고 보일러도 아주 빵빵한 데다 TV도 좋더라. 보증금 3만원을 그냥 안 돌려받아도,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냈어도 정말 좋았을 하루를 보냈다. 오늘 하루만으로도 벌써 이런데 내일은 또 어떨까?


운조루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 061-781-2644 / unjoru.com

가락원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410-1 / 061-782-6269



 6. 다섯가지 아름다움을 간직한 오미(五美)마을


 우리가 묵은 오미마을은 전남 구례에 위치한 마을로 다섯가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고 해서 "오미(五美)"마을이다. 그 다섯은 월명산, 방방산, 오봉산, 계족산, 섬진강을 일컫는다. 뒤에는 지리산이 든든하게 세워져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고 넓은 들이 펼쳐져 있으니, 그냥 슬쩍 보아도 이곳은 명당이라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오미마을의 '곡전재'는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길지 중의 길지인 금환락지의 형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어제 봤던 운조루는 풍수지리상 우리나라 3대 명당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라고. 이런 오미마을에 직접 머물러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민박/펜션이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서 아주 편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7시 반에 아침을 먹기로 되어 있어 우리가 묵은 한옥단지를 슬쩍 보기 위해 더 일찍 일어나려 했다. 늦잠을 자버린 탓에 얼마 돌아보지 못했지만. 오미마을의 한옥단지는 2008년 행복마을로 지정된 이후 총 22동의 한옥을 신축했다고 한다. 지금도 한옥 신축이 진행되고 있더라. 기존의 마을 고택들과 잘 어우러진다.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가 아주 깔끔하고 보일러도 빵빵!하기 때문에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생각인 분들은 여기에 머무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몇 장 찍어오지 못했지만 제각각의 멋을 뽐내고 있는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몇몇 한옥은 아주 예쁜 마당도 가지고 있어서 날씨가 많이 춥지 않다면 툇마루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



 가을이라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들지만 좋은 풍경들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마을 길을 따라 흐르는 물 위로 피어오른 안개와 머리를 늘어뜨린 버드나무, 생태수로 중간에 조그맣게 조성되어있는 생태소공원까지.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풍경을 꼽자면, 바로 위 사진이다. 아직 졸려서 흐리멍텅한 눈으로 나오자마자 본. 장독대 뚜껑 위에 표고버섯을 찢어다가 올려놓은, 한옥스러운(?) 모습. 한옥스럽다니 뭔가 이상한데, 어쨌든 이런 소박한 풍경들이 펼쳐져 있는 곳이 바로 오미마을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우리는 아침 식사 시간이 임박해 얼마 더 보지 못하고 식당으로 곧장 향했다.

 


 솔직히 어제 저녁의 식사가 아주 근사했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기대하진 않았다. 시골마을에 식당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데 웬걸, '뽕잎시골백반'이라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는 식당 <들녘밥상>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들어서자마자 상에 올라와 있는 반찬을 보고 어제의 나물들이 떠오르면서 군침이 고였다. 여기 있는 나물들은 다 직접 기른다고 하시더라. 센스가 부족해 미처 공기 뚜껑을 열어두지 못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저 안에는 뽕잎밥이 숨어 있다.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니 뽕잎향이 잔잔하게 퍼진다. 아침부터 아주 잘 차려진 밥상을 먹으니 기분이 좋다. 이번에도 밥을 몇 숟갈 더 먹었는데 뽕잎으로 지은 밥이어선지, 속이 편하다. 밥을 다 먹고 다 같이 오미마을을 둘러본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것 같은 정자에 앉아 보고, 오랜만에 보는 길다란 전통 그네를 타기도 한다. 아직 9시도 되지 않았던 터라 공기가 차가웠다. 청량한 느낌이다.

 

아직 걷히지 않은 아침 안개.

추첨되어 받은 억새로 만든 젓가락. 생각보다 대가 딱딱해서 반찬이 쉽게 집어질 것 같다.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운조루길 49-1 / 061-781-5225 / 홈페이지 http://www.omiri.net



 7. 창평의 슬로푸드, 엿을 직접 만들어 보다. 강순임 슬로푸드 체험장


  날의 밤과 마지막 날의 아침을 보낸 오미마을을 떠나 도착한 곳은 엿 만들기 체험장이었다. 담양 창평면에 위치해 있었던 곳인데,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오색의 쌀엿을 만들어내신 분이 계셨다. 하얀 쌀엿에다가 댓잎, 백년초, 단호박 심지어는 초콜릿까지 첨가해 다섯 가지의 엿을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시더라.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엿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먼저 조곤조곤 설명해주셨다. 유쾌하셔서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직접 농사 지어 거둔 겉보리를 씻어서 엿기름을 만든 뒤 고두밥을 지어 만들어놓은 엿기름과 섞어 빚은 식혜를 숙성시켜 즙을 짜내 달이면 조청이 나온다고 한다. 이 조청을 계속 달이면 갱엿이 나오는데, 이 때 댓잎 분말이나 초콜릿 등을 넣으면 오방엿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미리 만들어놓으신 갱엿을 이용해 전통 엿 만들기 체험을 했다. 식탁에 참깨와 생강가루가 놓여져 있었는데 이것들을 통해 엿 특유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다더라. 두 사람씩 짝을 지어 갱엿을 한 덩어리씩 받고, 가운데를 조금 오목하게 만들어 거기에 참깨를 털어넣었다. 생강가루는 별로 안좋아해서 아주아주 쬐끔. 한 꼬집만 넣었고. 그리고 그 위를 덮어 조금 치댄 후 위 사진과 같이 늘리고 붙이고 다시 늘리고를 반복했더니 엿이 점점 하얘지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얗게 만든 엿은 물을 끓이면서 나는 수증기 위에서 다시 한 번 늘리고 꼬아야 한다. 그래야 엿 안에 공기가 차서 딱딱하지 않고 잘 부서지도록 만들어진다더라.



 그렇게 완성된 엿 덩어리를 예쁘게 잘 늘려서 잠시 말린 뒤 잘라내니 예쁜 모양의 엿이 두 봉지 나왔다. 생강가루를 조금 더 넣은 것과 참깨를 많이 넣은 것을 하나씩 먹어보니 확실히 맛이 다르더라. 참깨를 넣은 것은 고소한 향이 확 올라오고, 생강가루를 넣은 것은 코가 시큰하더라. 만약 엿 만들기 체험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엿을 당기고 붙이는 과정을 빨리 끝내서 엿을 말릴 시간을 충분히 갖기를. 내 경우엔 팔 힘이 부족해 엿을 만드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미처 다 말리지 못했다. 그 상태로 봉투에 넣어 냉장고에 넣어놨더니 한 덩어리가 되어버리더라. 아무리 내리쳐도 잘 부서지지 않아 먹는데 고생했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 243-3 / 061-382-8371 / 010-3623-8371



 8. 얹다 섞다 비비다, 정갈한 돌솥비빔밥의 들풀부븸 + 때를 놓쳐 아쉬운 명옥헌



 열심히 엿을 당긴 탓에 조금은 피로한 몸을 버스에 실었더니 이제 밥을 먹으라며 식당에 내려줬다. 시골로만 생각했던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세련된 외관이 눈에 들어오더라. 얹다, 섞다, 비비다. 글자가 바다를 담고 있는 듯 해서 제주도에서 회덮밥을 팔고 있을 것만 같다. 비닐이 아닌 얇은 종이를 덮은 테이블, 머리카락 하나 없을 것 같이 깔끔한 장판. 깨끗하고 넓은 내부 덕분에 편하게 앉아 식사를 했다.
 

 

 앞서 '얹다, 섞다, 비비다'를 보고 비빔밥이나 덮밥 전문점이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지리산이라고 또 '산채'비빔밥이 나왔다. 위생적인 식당 내부처럼 상차림도 아주 깔끔해서 기분이 좋았다. '들품부븸'이라는 식당 이름처럼 어딘지 정겹고 소박한 이름같았다. 집에서 먹으면 김치에 날계란이 끝인 비빔밥인데 이렇게 차려먹으니 좋다. 찬으로 얇게 저며 구운 삼겹살과 상추겉절이, 그리고 각종 나물 반찬 조금, 우렁이 된장 무침이 나왔는데 어느 하나 빠짐없이 다 맛있었다. 비빔밥 하나에 9천원이나 하는 게 이해되지 않을 뻔 했는데 찬들이 아주 알차서 9천원이 전혀 아까울 것 없겠더라. 게다가 돌솥이라 밥을 다 푸고 나중에 물을 넣어 누룽지를 해먹는 재미도 있으니 더 좋다. 개인적으로 저 상추겉절이가 너무 맛있었다. 안그래도 배가 터질 것만 같은데 저 겉절이 때문에 꾸역꾸역 누룽지까지 다 먹었다. 조금 멀어도 찾아가서 먹을 만한 맛이다.



 아주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난 후에 배롱나무(백일홍)로 조경을 한 민간 정원인 '명옥헌'에 도착했다. 솔직히 말해 실망스러웠다.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면 뭐하나, 사백년이 되었으면 뭐하나. 백일홍이 백일을 다 채워서 져버리고 없는데. 네모지게 파놓은 못을 둘러싼 배롱나무들. 그 뒤로 누정 하나가 놓여 있는데 이 누정이 바로 명옥헌이다. 옆에 흐르는 물줄기에서 구슬이 부딪히는 듯한 맑은 소리가 나서 '명옥헌'이라고 이름 붙여졌댄다. 그 주위에도 여러 나무들이 잎이 다 떨어져 휑한 가지를 뻗고 있었는데, 명옥헌과 세월을 같이 한 건지 굉장히 크더라. 잎이 다 떨어졌음에도, 아니, 잎이 다 떨어졌기에 더욱 웅장해보였다. 배롱나무들도 다 고목이었던지라 나중에 꽃이 만개했을 때 온다면 아주 예쁜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 같다.

 

들풀부븸 전남 담양군 고서면 분향용대길 20-19 / 061-382-7371

명옥헌원림 전남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513 / 061-380-3114

 


 9. 돌담 곁을 거닐며 느끼는 옛 정취, 삼지내 마을 


 나는 우리나라가 너무 좋다. 아니, 우리나라의 '전통'이 좋다. 특히 한옥, 한복, 한과. 그래서 이번 여행에 끌렸던 거다. 그런 나를 더없이 충족시켜준 공간, 삼지내 마을. 월봉산에서 유래한 월봉천, 운암천, 유천이라는 세 하천이 모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더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찾아보니 아시아 최초라고 한다). 조선 후기 전통 사대부의 남방가옥이 잘 보존된 덕분이라더라.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각종 음식도 한몫했다고 하나 맛보진 못했다. 한과, 쌀엿, 된장, 간장 등이 유명하다. 옛 돌달길과 그 곁에서 흐르고 있는 작은 냇물을 따라 거닐었는데 기분이 좋더라. 춘강 고정주 고택을 포함한 몇몇 고택은 전라남도 민속자료로 지정이 되어 있어 슬쩍 안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오미마을처럼 삼지내마을도 민박과 체험학습을 운영하고 있으니 묵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군데군데 좋은 풍경들을 보다 섬세하게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트래블러스맵이 이끌어준 1박 2일의 가을 남도 여행이 모두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모습들로 채워진 덕에 막혀서 5시간이 넘었던 귀갓길이 짜증나지 않았다. 칩거하며 공부하는 반복된 일상에 지친 내가 쐬기에 딱 좋은 바람이었다. 최근에 간 여행지들은 대부분이 화려한 곳이었던 탓에 더더욱 좋게 느껴지기도 했고. 여행사를 껴서 가는 여행은 좋지 않다는 내 생각이 깨지더라. 아마 공정여행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지역 내 단체가 아닌 외부인, 외부회사가 운영하는 숙식지, 관광지를 낀 일반적인 여행사 투어와는 달리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실제 지역민들이 운영하는 곳들로 여행 코스를 짠 덕에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겪었으니까. 사회적 기업 탐방 사업의 일환으로 무료로 다녀온 것이 미안할 정도로 아주 알찬 여행이었다. 같이 다녀온 사람들도 입을 모아 극찬하더라. 돈을 주고 와도 전혀 아깝지 않았을 여행이라고. 트래블러스맵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삼지내마을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8 / 061-383-3807 / 홈페이지 http://www.slowcp.com

트래블러스맵 02 2068 2799 / 홈페이지 www.travelersma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