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에 지원했지만 전공 때문인지 니 하오 밖에 못하는 나를 친히 중국으로 보내주셨다.
각 국에서 온 자원활동가들과 방문자들로 북적였던 중국을 떠나
내가 더 잘 쓰일 수 있는 곳, 네팔로 가기로 했다.
어떻게? 육로로!
원래의 계획은 사천성과 운남성을 지나 동티벳을 거쳐 네팔로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중간에 좋은 동반자가 생겨 일정을 휙 돌려 서안에서 시작해 우루무치를 거쳐 북쪽에서 서티벳을 거쳐 내려오는 일정으로 변경했다.(원래 계획이었던 파란색의 간단한 루트가 꼬이고 꼬여 결국에는 빨간색의 돌고 도는 여정이 되어버렸다...)
이때부터 영화로 만들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초스텍타클 킹어드벤처 버라이어티한 대험난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 여정에서 동료에게 나는 결국 ‘마판똥시(귀찮은 물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고,
나는 한 다섯 번쯤 울뻔했다(살기위해 딱 두 번 울었다).
그 험난했던 여정을 간단히,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하고, 신용카드가 분실되고 하는 가볍고 소소한 이야기들은 패스)
# 중국, 내가 졌다
약 두 달간의 여정을 예상하고 머무르는 도시마다 비자연장을 물었으나 가지각색의 이유로 처리해주지 않았다(약 5회).
비자 만료가 며칠 안남은 금요일, 불안불안 카스에 도착했다. 공안국에서 월요일에 오면 하루만에 발급이 가능하다고 하여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찾아가 비자연장을 물었더니 그게 웬말이냐며 일주일은 걸린다고 모른척한다. 순간, 비자로 속썩었던 지난날들이 슬라이드쇼로 펼쳐진다.
중국, 내가 졌다... 티벳횡단은 개뿔, 눈물과 화를 머금고 결국 북경으로 돌아가 네팔행 비행기를 타기로 결심한다.
# 나 다시 돌아갈래
대체 무슨 일인지 약 2주간 열차와 버스 등 북경까지 가는 교통수단이 죄 매진이다.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우루무치로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기로 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조금 전에 갔던 여행사에서 사자 하고 돌아갔으나 그 사이에 팔렸다고 한다. 해서 다음으로 저렴한 티켓으로 달라고 했으나 결제클릭을 하는 찰나 빠른 인터넷 속도를 가진 다른 컴퓨터가 표를 채갔다고 한다. 결국 비싼 비행기표 구매ㅠ
+ 어쩔 수 없이 구한 정말이지 어쩔...티켓
# 천국보다 먼 북경가는 길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갔다. 수속을 하려는데 이것은 어제 저녁 비행기였다고 이미 떠났다고 한다.
뭥미...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 일단 어제 그 여행사로 갔다. 여행사에 도착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물어본 결과 여행사 직원의 실수, 비행기는 진짜 어제 떠났다고 한다. 결국 다음 날 티켓으로 다시 발권하여 시간과 돈을 폭풍낭비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 날 우루무치 도착하였으나 여전히 북경까지 가는 교통수단은 죄다 자취를 감추었다. 네팔에 가지 말라는 신의 계시가 점점 크게 느껴진다. 후미진 골목에 있는 작은 티켓창구에서 북경 근처까지 가는 표를 예매했다.
맙소사, 2박 3일 잉쭈어(딱딱한 의자)! 2박3일을 침대기차도 아닌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가야한다니ㅠ
당시 상황은 내부는 이것보다 훠얼씬 열악했고 밖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다 안으로 들어와 있는 줄 알았다.
# 발목잡는 비자
북경에 도착해 청두-라싸-네팔로 가는 비행기에 드디어 탑승했다. 북경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청두에 새벽 2시경 도착했다. 아침 8시쯤 출발 예정인 비행기를 뒤로한 채 공항문은 닫히고 나는 덩그러니 문밖에 세워졌다.
공항 문밖에서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탑승수속을 하러 갔더니 두둥~ 이게 웬일. 비자가 이틀인가 지났다고 청두는 괜찮지만 라싸에서 네팔로 못 넘어간다고 한다. 눈물과 콧물로 사정을 호소했지만 결국 실패, 불쌍했는지 티켓은 내일로 미뤄주겠다고 한다. 40kg에 육박하는 이민가방을 승무원님께 맡겨두고 청두시내로 나가 비자를 발급하기로 한다.
+ 승무원들 앞에서 나는 대략 이런 상황
# 드디어 네팔로?
청두 공안국에 비자를 받으러 갔더니 비자발급까지 일주일이 걸리고 만료가 되어 벌금도 물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준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나는 울며불며 사정한 후 결국 반성문 한 장으로 하루 만에 비자를 발급받기로 한다. 그 와중에 저... 문맹인데요? 라는 멘트를 날리며 한글로 반성문을 쓴다.
돈이 없는 관계로 이틀 째 청두공항 밖에서 새우잠을 잔다. 제정신인지 의심스럽게, 다음 날 늦잠을 자서 이륙 몇 분 전 헐레벌떡 수속창구로 직행한다. 가방에 용량초과 액체류가 잔뜩 있었으나 승무원들이 늦었다며 그냥 다 가지고 타라고 새치기 행렬에 막 끼어넣는다. 드디어 네팔에 도착했으나 중국 시간과 네팔 시간을 잘못 전달하여 큰 짐 세덩이와 함께 한참을 기다리게 되었지만 그저 도착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한글로 쓴 반성문을 그들은 과연 읽었을까?
물론 한국에 있을때도 남들보다 몇 십 배는 스펙타클하게 문제를 만들어내 ‘말썽쟁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지만,
돌이켜보면 이때만큼 끊임없이 문제가 일어났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남들은 당시엔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피식 웃을 수 있다고 하던데...
인생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 ‘낙천’의 최정점에 있을 때였는지
당시에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재미나게 지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어떻게 웃으며 지냈나 싶다.
아마도 다양한 의미의 ‘첫’여행 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처음 떠났던 긴 여행, 소중한 이와 함께 한 첫 배낭여행,
가끔씩 떠올리면 가슴이 아련해지는,
밖으로 내보이기보다는 홀로 보듬어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 가득했던 나의 소중한 ‘첫’ 여행.
첫 여행의 기억이 무시무시한 사건들로 가득하던 아기자기 귀엽고 사랑스런 일들로 가득하던
누구에게나 ‘첫’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소중한 것이다.
그것이 단지 숫자 1의 ‘첫번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에.
듕국여행을 꿈꾸는 당신을 위한 사소한 팁
중국 공무원들도 사람인지라 사무적으로 대하지 않고 사근사근 혹 비굴하게 사정사정하면 안되는 것 없더라.
하지만, 국경을 넘어야 하는 여행자 혹 장기 여행자의 경우
비자는 여유를 두고 미리미리 연장해두자(비자연장시 소요기간은 넉넉하게 일주일정도).
안그러면 내꼴난다ㅋㅋㅋ
*여행의 부스러기*
카스에서 -기스탄 가는 길에 만난 대자연의 아름다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루무치 광장에서 마주한 따뜻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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