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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Yo 여행, 파헤쳐보자. 팍팍! (1) 곰배령, 청정 눈밭에서 뒹군 3박 4일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오는 듯한 올 겨울. 뚝 떨어진 기온 덕에 눈도 녹지 않아 한편으론 제대로 겨울다운 이번 계절에 더 많은 눈을 보기 위해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파주에 위치한 대안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전원 9명과 함께 한 3 4일 동안의 겨울여행이었는데, 아이들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닌 모르는 어른들(저희 스탭을 말합니다 ^-^)과 저희들끼리 가는 첫 여행이라 한껏 들떠 있었지요.



곰배령은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산으로 마치 곰이 누운 것처럼 생겼다 하여 곰배령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나 정확한 이름의 연원은 아무도 모릅니다. 역사에 기록되기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았을테고 그 전부터 동물들이 살았고 그렇게 누군가가 계속 살면서 우연히 불린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바뀌고 하며 곰배령이 되었겠지요.

높이는 1146m,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는 산이지만 계곡이 깊고 숲이 울창하여 생태가 그대로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입니다. 계절마다 각종 자생화, 자생식물 등이 자라나 숲 자체가 하나의 화원 같은 곳이지요.

숲 탐방을 위해서는 인제국유림관리소에 신고한 후 숲해설가와 반드시 동행해야 하고 하루 탐방객 수도 50명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 가을철 산불조심 기간에는 탐방 자체가 금지되어 있어 출발 전 잘 알아보고 가야 합니다.

입산 안내 알아보러 가기

 

추워도 좋아

곰배령은 눈이 약 15센티미터 정도 쌓여 있어 온통 하얀 모습이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자동차에 체인을 장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일단 3 4일 동안 묵기로 한 꽃님이네 민박까지는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꽃님이네 민박은 맵에서 곰배령 여행을 진행할 때마다 묵는 곳으로 설피마을의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아이들은 마치 폭죽이 튀어나가듯 밖으로 달려나가 꽃님이네에서 기르고 있는 강아지들과 눈, 고드름에 정신이 팔렸지요.



지난 며칠간 내렸던 눈은 낮은 기온 탓에 그대로 얼어 있었고, 졸졸 소리를 내며 흘렀을 개울도 온통 얼어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었지요. 두 명씩 짝을 지어 썰매를 끌어주는가 하면, 개울의 얼음 위에서 통통 뛰어보기도 하고,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의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눈싸움도 하고, 눈밭에 누워 팔다리를 움직여 천사모양을 만들기도 하고요.

 

곰배령 스키장

마을에서 유일한 학교인 진동분교는 인제군 기린초등학교의 분교로 학생수가 1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학교입니다. 마을회관 옆에 자리하고 있고, 단층건물의 소박하고 아담한 학교이지요. 아이들과 마을탐방을 하며 진동분교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니 마을 아이들이 학교 옆 내리막에서 나무썰매와 포대자루 썰매를 타고 있습니다. 나무를 삶아 구부려 스키처럼 만든 것에 신발을 묶을 수 있는 끈을 매단 이것을 여기에서는 스키가 아닌 썰매라고 부른다는 군요.



함께 간 우리 아이들도 스키장에서 스키와 보드 꽤나 탔다는 아이들인데 역시 이곳 나무썰매는 곰배령 아이들이 프로입니다. 나무썰매와 포대자루 썰매를 마을 아이들과 번갈아 나눠 타며 겨울바람을 가릅니다. 춥지도 않은지, 이제 그만 타고 가자고 아무리 얘기해도 들리지 않나 봅니다. 마침 SBS 모닝와이드에서 인제의 빙어낚시와 곰배령의 설경을 취재하러 왔다가 아이들이 열심히 썰매 타는 장면도 담아 가십니다. 코스는 하나 뿐 이고, 리프트도 없이 두 발로 직접 올라가야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스키장입니다. ^-^

 

허리까지 눈이 오면 설피를 신자!  

설피(雪皮) 눈이 많이 내리는 산간지역에서 신발에 덧대 신는 덧신의 일종으로 눈밭을 걸을 때 발이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 도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산간지역과 제주도, 함경도 등지에서 사용되었다고 하고 일본 산간지방 사람들과 북극의 에스키모, 북미 원주민들도 설피와 유사한 기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달래 혹은 다래나무와 노간주나무의 껍질을 벗겨 삶은 다음 타원형으로 구부려서 묶어 둔 채 틀을 잡고 노끈으로 묶어 틀의 가로 세로를 탄탄하게 만듭니다. 그 다음 설피를 신발에 동여매면 준비 끝!



4일 동안 지낸 곰배령의 아랫마을 이름도 이 도구의 이름을 따 설피마을입니다. 이웃집 할아버지댁을 방문하여 아이들도 설피 만드는 것을 체험했지요. 나무 틀에 노끈을 단단히 동여매야 해서 두 명이 한 개의 설피를 붙잡고 완성했습니다. 설피의 진가는 눈이 아주 많이 쌓인 곳에서 발휘되는데, 그만큼까지 눈이 쌓인 것은 아니어서 진면목을 볼 수는 없었지만요. 그래도 파주에서 신겠다며 설피를 챙겨가겠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

 

곰배령의 별밤

산은 밤이 일찍 찾아옵니다. 여섯 시에 저녁을 먹고 밖을 나가보니 여름철 별자리는 서쪽 산으로 넘어가고 있고 동쪽 하늘엔 겨울철 별자리들이 총총 뜨고 있네요. 강원도라서 그런지 희미하게 은하수도 보입니다. 본격적으로 별을 보러 나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별자리판을 통해 어떤 별들을 볼 수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별자리판은 시간과 날짜를 맞춰 돌리면 밤하늘에서 어떤 별자리를 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별자리판에서 자기가 찾아보고 싶은 별자리를 백지에 그려보며 그 생김새가 눈에 익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별자리를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겨울철에는 밝은 별들이 많아 별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곰배령처럼 공기도 맑고 높은 지대에서는 별 보기가 더욱 좋지요.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산중이라 하늘이 주변 산에 많이 가려진다는 것. 아이들이 가장 관심이 있는 별자리는 단연 자신의 탄생별자리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오리온 자리, 카시오페아 자리, 안드로메다 자리 등 이름이 익숙한 별자리들에 관심을 보입니다. 아이들은 이 밤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여행은 “OOO” 이다

5학년 아이들 전부가(그래도 소박한 아홉명이랍니다) 모르는 어른들(맵 스탭입니다 ^-^;)과 처음으로 떠난 여행이라는 이번 곰배령 여행을 아이들은 어떻게 기억할까요? ‘여행은 OOO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주하 : 여행은 지나감이다. 빨리 지나가니까... 아쉬워요.

준호 : 여행은 재미다. 재밌으니까.

민형 : 여행은 즐거움이다. 즐거우니까요.

태헌 : 여행은 여행이다. 여행은 여행이니까. 참 멋진 일이죠.

두영 : 여행은 폭탄주다. 왜냐하면 폭탄주처럼 여러 가지가 섞여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 여행은 노래다. 노래처럼 즐겁고 신난다.

 

즐거움과 아쉬움이 녹아 있는 대답에 아이들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여행의 기억을 가사로 옮긴 것을 보내드리며 , 여행을 떠나다 [1] 곰배령 편을 마치려고 합니다.



 


(제이슨 므라즈 "I'm Yours" 에 노랫말을 붙였습니다)

 

답답한 우리도시 느긋함은 없고

모두 자기 일에 바쁘지

답답한 도시를 떠나 시골마을로 왔지

도시와는 다른 한적한 이곳 산촌 작은 마을

햇빛처럼 여유롭고 정이 많은 곳은 처음 봤지

이곳은 DMB도 안 잡히고 춥고 편의점 나가는데 사십분 걸리는 곳

하지만 깨끗해

그런데 우리집 근처는 DMB도 잘 잡히고

편의점은 걸어서 3분 거리에 사우나도 있는 곳

하지만 아름답지도 않아

시골에서 있다 보면 성급한 나도 평온해지네

마법 걸린 것 같은 시골

도시도 이렇게 편하면 얼마나 좋을까






* 곰배령 가는 방법
서울-인제 현리 터미널 : 고속버스(완행) / 혹은, 서울-홍천, 홍천-인제 현리 터미널 : 고속버스
현리터미널에서 곰배령 설피마을까지 하루 2회 버스 운행

* 트래블러스맵의 곰배령 여행 상품 안내(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