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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아시아

'신들의 도시, 앙코르' 캄보디아 공정여행 2일차_100919



새벽 5시 로비 내려와서 번을 기다리는데 연락도 없고 안온다. 옅은 푸른 색을 띈 새벽거리를 몇 번 이나 내다봐도 오지 않는 사람은 안오는 법. 숙소 직원 somrith 도움으로 게스트하우스 전화로 번과 통화연결. 아침 5시에 오기로 해놓고 왜 안오냐?(왔어도 9시로 연기했겠지만), 니가 컨펌을 안해줘서 안갔다. 헉! 메일을 몇 차례 주고받고, 최종 확인전화를 떠나기 전날도 했건만. ㅋㅋ 어쩐지 순조롭다 싶더니. 알겠다. 아침 9시에 만나자. 돌아온 대답은 노 프라블럼!! 역시!!! 아침 9시. 여전히 명랑쾌활한 밝은 웃음을 지으며 번이 왔다. 지난 출장 때 트위터를 통해 만난 후 캄보디아 공정여행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나누고, 메일로 여행 프로그램을 주고받았지만 실행은 처음이다. 다른 일과 겹쳐서 본인이 진행할 수 없어, 처음 보는 코이koy를 현지 가이드로 소개시켜 준다. 말도 잘 안통하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아~ 이거, 첫날부터 문제 생기는 거 아닌가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두 번째 만난거지만 번을 믿을 수 밖에.

 

캄보디아 앙코르유적 단체 관람은 공식 가이드를 대동해야 한다. 단체로 왔더라도 개별적으로 보면 관계없다. 나름 체계적인 훈련과 학습을 받은 이들로부터 앙코르유적에 대한 정확한 설명, 자국민 생계수단(공식 가이드 1일 비용이 25달러 정도) 확보 등이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자국민 재취업의 일환으로 공식 가이드 모집광고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앙코르유적에서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옅은 황갈색의 유니폼을 착용한 공식 가이드들이다. 주로 영어이지만 프랑스, 중국어, 일본어를 하는 가이드 옆에 여행자들이 따라다니는 모습은 아주 흔하다. 아쉽게도 한국어 공식 가이드는 수가 많지 않다. 그리고 다수의 한국 여행사는 옅은 황갈색의 앙코르유적 공식 가이드를 대동해서 옆에 세워만 두고, 한국말로 유창한 썰(?, 본 내용보다 곁가지로 재미를 주는 방식)을 푸는 한국인 현지가이드가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우리는 다른 패키지여행처럼 하지 말고 앙코르유적 기본정보 제공하고, 가이드 없이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충분한 시간을 앙코르 유적을 보는 방식을 하려고 했지만,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여행 프로그램이 공정여행사가 추구해야 할 목표인지라 대한민국 최대의 공정여행사(?, 직원수)인 트래블러스 맵은 한국인 현지 가이드(업계용어로 랜드사)가 아닌 캄보디아인과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번에게 이 일을 같이 해보자고 했고, 당연히 코이는 영어가이드, 나를 포함해서 영어가 안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아주 “slow”로 말해달라고 했다. 씽긋 웃으며 알겠단다.


앙코르 톰 남문에서 설명중인 코이

 

앙코르유적 입장권 매표소에서 사진 찍고 3일권(1인당 40불)을 발급받았다. 앙코르 톰 남문에 도착하자 비가 내린다. 아열대지역 우기, 시작인가 보다. 여행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첫날부터 퍼붓는구나. 어허허~ 우짜라고! ‘크메르의 미소’로 불리는 바이욘으로 이동, 사진찍기 좋은 장소도 알려주고, 비가 퍼붓는 중에도 캄보디아의 역사와 문화 등 앙코르 유적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코이, 예습하고 온 참가자들은 벽면 부조를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오랜만에 접하는 자발적인 학습태도, 보기 좋다. 바이욘 사원을 본 후 코끼리테라스 이동, 코이에게 자유시간 갖고 다시 모이자고 했더니 약간 놀라며 자기 설명이 부족하냐, 아니다. 참가자들이 보고싶은 걸 개별적으로 보면 좋겠다고 했더니 약간 머뭇거린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우리가 만들어갈 여행프로그램에 대해 아직은 이해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퍼붓던 비가 뚝! 코이가 아치는 럭키 가이란다. 어케 알았지? 내가 운칠기삼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ㅋㅋ




차량 이동 후 따 프롬 사원 들어서기 전 산책로 같은 공간에서 코이가 설명해준 나무는 돌처럼 딱딱한 표피를 가졌지만 그 액을 채취해서 등화용 기름으로 사용했단다. 석유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리고 만났다. 사원 담과 건물 사이를 파괴하며 뚫고 선 거대한 나무, 이제는 나무가 없으면 사원이 지탱할 수 없는 구조, 그렇게 자연과 건물이 공존하는 공간인 따 프롬 사원. 이 공간에 홀로 떨어져서 구경한다면,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아마 엄청나게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며 빛의 속도로 뛰어다니겠지.ㅋㅋ


 사원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나무, 파괴와 공존을 같이 하고 있다


  나무 속에 숨은 미소, 보고자 하면 보인다.


점심식사 후 아시아 최대의 담수호인 톤레샵 일몰을 보러 가기 전까지 개인 휴식과 자유시간을 가졌다. 지난 출장은 건기였다. 그때 본 톤레샵은 넓디 넓은 크기는 인정하지만 수위도 낮고, 사방이 흙탕물이라 ‘에게!’ 이런 마음이었는데, 우기의 톤레샵은 실재하는 바다! 그 풍부하고 넓디 넓은 톤레샵이 있어 수많은 캄보디아인들이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몰 구경하는 수상가옥 가는 동안 쏜살같이 옆에 달라붙는 작은 배. 이쪽 배로 잽싸게 건너오는 아이, 코카콜라 등 음료수를 사란다. 반대편에는 뱀을 목에 건 아이가 “give me, one dollar", 아~ 뱀까지 목에 걸게 하냐?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 주지 말라,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다른 여행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구걸하게 되고, 돈을 벌게 되면 얘들을 계속 앵벌이 시킨다, 불편하더라도 참고 적선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보면 무덤덤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불편해지는 건 내 마음이다. 불편한 내 마음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선글라스, 이때는 유용하다. 바다 같이 드넓은 톤레샵과 더불어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는 구름, 그 장관을 넋 잃고 바라보다 주위가 어둑해질 무렵 씨엠립으로 돌아왔다.





글. 아치 (@yanga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