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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언론 보도

[비건/6월호]드넓은 자유의 땅, 몽골

#  이 글은 채식전문매거진 비건 2015 6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모험과 낭만이 섞인 유목 여행담

드넓은 자유의 땅, 몽골



+ . 트래블러스맵

+ 사진. 트래블러스맵/몽골리아 세븐데이즈 외

+ 에디터. 박예슬




몽골?” 심드렁했던 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할 얘기 진짜 많지!”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사무실 한 복판에서 과장된(?) 액션을 취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셀 수 없이 많은 여행 인솔 경험이 있는 그가 이렇게 아이처럼 해맑고 신나 보이는 것은 한화의 야구경기가 있는 날을 빼면 처음이다.

몽골의 어떤 매력이 그를 사로잡은 걸까트래블러스맵 투어디렉터 메아리의 몽골 유목여행 이야기.









이래서 몽골이구나

_ 울란바타르에서 바가 가즈린 출루로 가는 길



Q. 여행 가기 전 몽골에 관심이 많이 있었어요?

A. 아뇨. 전혀 없었어요. 전에 중국 내몽골을 다녀왔으니까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직접 가니까 생각이 바뀌었나요?

A. 달랐죠. 둘째 날 차를 타고 초원을 달리는 데 전화도 끊기고, 내비게이션도 안되고, GPS만 된단 말이에요. 근데 그 날 비가 왔거든요. 몽골은 원래 비가 잘 안 오는데 정말 우연찮게 우리가 떠나는 날 많이 내린 거에요. 길이 물 때문에 없어져서 6시간 걸릴 걸 돌아서 10시간 갔어요. 근데 거기서 현지 가이드가 말해주기를 몽골에서는 약속을 하고 온다고 해서 내일인지 모레인지 정하지 않는대요. 그 드넓은 초원에서 오는 길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언젠가 오는 거라 생각하는거죠. (웃음) 근데 이상하게 딱 그 때부터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Q. 한계에서 오히려 자유를 느낀 것일지도.

A. 내가 어쩔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일이니까. 아무리 여행 일정을 빈틈 없이 짜도 내 마음대로 안될 수도 있구나. 생각하는 순간부터 몽골이 좋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래서 몽골이구나.

 

Q. 초원과 사막은 어땠어요?

A. 사막하면 모래만 생각하는데, 자갈로 된 사막도 있고, 풀이 듬성듬성 난 서부 영화 같은 사막도 있고, 그런 사막들이 차창 밖 풍경으로 끊임없이 연결 돼요. 그러다가 갑자기 나무 한 그루가 보이고, 다음엔 무슨 넝쿨 식물이 죽 있더니 갑자기 숲이 보이기 시작해요. 사람들이 수영하는 큰 강도 나오고, 너무 신기한 거에요. 일행 중에 한 분이 학교 다닐 때 지리시간이나 지구과학 과목을 되게 좋아했대요. 그 때 배운 모든 지형과 자연 현상들이 몽골에 다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지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대요, 초원이라도 똑 같은 풍경만 보여주지 않으니까.









반짝반짝 은하수 아래 모닥불 파티

_ 바가 가즈린 출루 게르 캠핑



Q. 몽골여행 하면 아무래도 유목민 전통 가옥 게르에서의 하룻밤을 꿈꾸잖아요.

A. 모닥불 피워놓고 같이 이야기도하고, 자기 소개도 하고, 우쿨렐레 연주하면서 노래도 한 곡 씩 했죠. 완전히 밤이 되고서는 캠프에 불을 껐는데. , 나는 어디가서 별을 본다고 해서 크게 감동을 받고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 거기서 봤던 별이 북쪽이고 고지대니까 하늘하고도 가까웠거든요. 하늘이 정말 가까이 있어요.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는게 어떤 건지 알았어요. 은하수가 그대로 보이는 거죠. 아 저게 진자 은하수구나. 별이 엄청 많고, 엄청 반짝이고, 유성도 엄청 많이 떨어지는 거에요


Q. 우와, 소원을 빌어야죠!

A. 그래서 현장 코디가 장난으로 소원을 자주 빌어야 되니까, 한 다섯 개 정도 적어놓고 번호를 매겨서 별이 떨어질 때 마다 1번 소원 들어주세요, 2번 소원 들어주세요해야 된대요. (웃음) 10분 사이에 하나씩은 꼭 떨어졌던 것 같아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밤 하늘이었어요.

 








우주의 다른행성 어디쯤

_ 몽골의 그랜드 캐년 차강 소브라가



Q. 반대로 몽골의 가장 아름다운 낮은 언제였나요?

A. ‘차강 소브라가라고, 해수면이 땅 위로 솟아서 만들어진 지형이 있어요. 거기 가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느낌이 들죠. 30m 이상의 붉은빛 돌기둥 두 개가 우뚝우뚝 솟아 있는데, 바람이 불어서 오랜 세월 동안 섬세하게 깎인 모습이 장관이에요. 거기에 온 외국인 여행자들 중에 요가하거나 명상하는 사람도 있고, 그림 그리고 시 쓰는 사람도 있었죠.

 



세계정복을 향한 질주

_ 하라호름 초원에서 말 타기



Q. 무협지나 사극 좋아하는 분들 보면 평생에 한 번 초원 위에서 말을 타고 달리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

A. 초원에서 타 보면 아, 이러니까 계속 달리고 달려서 유럽 정복도 하고 싶었겠구나, 하고 이해가 갈 정도에요.몽골은 타키라는 작은 야생마를 길들이죠. 말은 빨리 달리는 것 보다 턴을 잘 하는 게 중요하대요. 바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요. 아무래도 옛날에 멀리까지 가서 전쟁하고 버티려면 달리기만 잘 해서는 안되겠죠.









새로운 감각이 열리다



Q. 몽골 여행을 다녀온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A. 여행사 일을 하다 보니 숫자에 많이 얽매여 있었어요. 시간이나 거리 같은. 그런데 몽골에 와서는 그런 것들이 많이 사라졌죠. 탁 트인 공간의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시간에 대한 강박이나 거리감도 없어지고, 생각도 넓어지고, 뭐 하나를 가지고 끙끙대지 않게끔 자유롭게 변하는 것 같아요.

대신 소리에 집중하게 돼요. 고비 사막에 가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거든요. 내가 한 마디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 어떤 소리도 안 들려. 바람이 불면 바람 소리만 들리고, 살짝 움직이는 발 소리도 엄청 선명하게 들리고, 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이 많이 없잖아요, 도시에서는. 거기 가면 열리는 거에요. 내가 안 쓰던 감각들이.

 

Q. 그렇다면 누구에게 몽골 여행을 추천하고 싶나요?

A. 여행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맨날 똑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어떤 것들을 계산해야 되고, 책임감도 무거운 직장인들이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나의 여러 고민들이 초원 앞에서는 좁쌀처럼 작아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감히 계산이 안돼요. 이 넓은 땅에 나 밖에 없다는 느낌, 그 때 오는 해방감. 만약 혼자 가면 무섭겠지만 여럿이 함께 가면 두려움 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