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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유럽

알프스 자락에서의 공정여행기?!


 우리는 여행이나 관광을 통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낯선 환경을 경험하고자 합니다. 요즘 이런 소비적이고 오락적인 여행에서 벗어나 지역의 사회, 문화와 관계 맺고 소통하는 '책임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2009년도 상반기에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했습니다. 4월의 부활절(Estern) 휴가기간을 맞이하여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유명한 관광명소에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조금 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때 한국에서 알고 있던 영국 책임여행사 (www.responsibletravel.com)가 떠올랐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숙박, 투어 프로그램 등을 살펴보았는데, 그 중 제가 가려고 하는 오스트리아에 비교적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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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오스트리아 Saalfenden에 위치하고 있는 자연친화적 숙박시설 'Haus Troth' 입니다. 알프스 산이 둘러싸여 있는 깨끗하고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아닌,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잠시 쉬러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짧은 휴가기간이라서 하루 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느낀 점들을 몇 가지 공유하겠습니다.










1. 차가 필요 없는 동네

짤츠부르크에서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어 게스트하우스에 픽업을 부탁했습니다. 이때 주인부부는 '우리는 차를 갖고 있지 않아서 걸어야 하는 데 괜찮으신가요?'하고 의견을 물어봐 주었습니다. 주인 부부는 시간에 맞춰 기차역에 나와 주었고, 함께 걸어가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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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친절한 주인 부부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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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 도착하니 밤9시 정도의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대안적인 삶과 여행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가족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티타임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이들은 영국에서 오스트리아로 이사를 와서 2007년도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도시생활에 대한 답답함, 범죄의 위험,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휴가를 즐기러 자주 찾은 이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 Jonathan은 영국에 있는 토지와 유기농 관련 NGO 단체의 활동가이고, 부인 Dianne는 아이들과 게스트 하우스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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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태양광을 이용한 샤워시설

 여기서는 태양광을 이용하여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 정부는 대체에너지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주민이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고자 하면, 정부는 보조금과 장기 저리(약1%)로 대출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흐린 날을 대비하여 나무껍질을 태워서 열을 내는 친환경적 기계를 갖고 있습니다.










4. 지역에서 나는 유기농 아침 식사

 오스트리아는 지역에서 나는 유기농 비중이 45% 정도로 높다고 합니다. 여기서 머물게 되면 Dianne는 예약된 날짜, 인원에 맞춰 정성스레 아침식사를 준비합니다. 지역에서 나는 고기, 아채, 과일, 햄, 치즈, 공정무역 커피 등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주인 부부도 로컬푸드, 슬로우푸드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식들(딸 2명)은 학교에서 지역에서 나는 음식으로 요리를 하는 수업을 듣고 있고, 큰딸은 학교에서 '로컬푸드 요리책' 발간에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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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함께 한 시간, 추억

 다음 날 주인 부부는 동네 가이드 투어를 해주었습니다. 휴일이라 상점이 닫혀 있었지만 공정무역 가게, 지역음식 판매점 등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눈을 본 지 오래되었다.'라고 했더니, 아직 까지 눈이 남아 있는 동네 뒷산을 함께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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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중 주인 아저씨는 "무슨 소리 들리지 않나요?"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딱따구리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눈이 녹아내리며 핀 꽃들을 보며 감탄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눈과 귀를 닫고 살았는 지, 주변에 있는 것을 감사하며 살아오지 못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있는 산중턱에 올라 동네 전경을 보며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가슴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짧지만 소중한 등산, 산책을 하고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주인 부부와 가족들은 버스 타는 곳까지 저를 배웅해 주었습니다. 소중하고 귀한 추억을 준 분들게 편지와 한국책자 및 기념품을 선물하고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피곤하여 잠이 들었는데, 막상 잠에서 깨니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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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것은 단순히 일상에서 떠남을 넘어서 그 시간, 장소, 사람, 사회와 관계 맺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기와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좀 더 넓은 세상과 사회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작은 추억과 경험들이 모여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 나은 세계를 꿈꾸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