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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공정여행

[유럽공정여행TIP] 삶으로 돌아오는 여행, 차오! 이탈리아

삶으로 돌아오는 여행, 차오! 이탈리아

 

- 해외여행팀 재롬(이재림)


차오! 는 이탈리아어로 안녕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를 다녀온 여행자 치고 이 짧고 경쾌한 인사말을 모르는 이는 많이 없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절대 짧지 않은 여행 기간 동안 이 인사말을 주변의 스치는 이들에게 건 낸 적이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여행에 따르는 돈과 시간이라는 한계는 정해진 예산과 기간 동안 더 많이 봐야 한다고, 그러니 더 빠르게 움직이고, 투자대비 효과를 많이 뽑아내야 한다고 여행자들의 마음을 재촉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훌륭한 여행지도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배경으로 남아버리게 마련이다. 그곳에 갔던 것은 기억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했는가는 말하기 어려운 난감함이라고나 할까.
한 번 더 여행에서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자, 거리의 노점상에게 혹은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에게 그 나라의 인사말로 편하게 말을 걸어본 적이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도 여행의 경험이 기억나지 않는 이에게, 그리고 유럽국가에서의 공정여행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하는 이에게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여행 : 오르비에토]

오르비에토는 로마 중앙역에서 기차로 약 1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으로, 195미터 높이의 바위산 위에 요새와 같은 성벽으로 둘러 쌓인 아름다운 마을이다. 로마에서의 근교여행으로 적합하며 풍광까지 빼어난 명소로 많은 여행자에게 알려져 있지만, 트래블러스맵의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곳이기도 하다. 오르비에토는 1990년대 오르비에토와 그 인근지역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의 발상지로, 이곳에서 시작된 지역 음식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발견 하자는 ‘슬로 푸드’ 운동이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슬로시티’ 개념으로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오르비에토는 슬로시티 본부가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라도 방문의 가치가 있지만, 느리게 사는 삶의 가치를 온전히 추구해가는 현재 진행형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로마에서의 체류기간 중 하루를 여기서 보낸 뒤 다시 로마로 돌아온다. 패스트푸드점이 없는 마을, 흔한 코카콜라 광고판이 없는 곳으로 소문난 오르비에토는 슬로시티운동이 시작 된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패스트푸드는 찾아볼 수 없고, 마을로 올라가기 위한 교통수단도 전기를 이용해 작동하는 상하행 2대의 푸니쿨라레(케이블카)가 전부다. 슬로시티운동 덕분에 많은 수의 여행자들이 오르비에토를 방문했고, 지역입장에서는 관광수입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었겠지만 한결 같은 모습이다. 유명세를 타게 되면 변화의 속도가 급해지는 우리 일상의 모습과는 다른 이곳이 직접 방문하여 삶의 가치를 생각해보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지역에서 나는 송로버섯 파스타를 먹어보고, 직접 케이블카를 타고 천천히 걷는 오르비에토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 내 속도로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되새겨 본다.

 

 

[나를 위한 여행이 모두를 위한 여행 : 지속 가능한 여행습관]


여행의 준비부터 종료까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한다.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챙겨야 할 짐이 늘어나게 되고, 비닐봉지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여행 중에는 가방에 늘 물티슈와 화장지를 챙겨 다닌다. 하지만 내가 편리한 만큼 다녀간 자리에 남는 쓰레기가 늘어간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편리하지만 조금 더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할 수 없을지 고민하다보면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그 아이디어 중 하나는 천가방과 손수건이다. 다양한 사이즈의 천가방은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고, 무게와 부피가 부담스럽지 않아 편리하다. 실제로 터질듯한 케리어를 끌고 공항에 갔는데 부득이하게 가방문을 열 수밖에 없었는데 속이 비치지 않는 천가방에 짐을 나눠 넣은 덕분에 창피함을 모면한 적도 있었다. 손수건은 젖은 손이나 더러운 것을 닦는데 요긴한데, 손으로 비벼 빨면 금방 더러움이 사라지고 또 밤새 금방 마르기 때문에 매일 들고 다니면서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나와 함께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꼭 챙기라고 안내하는 ‘여행 필수품’이 되었고, 그 사소한 실천이 여행뿐 아닌 여행자들의 생활의 습관으로 확장이 되길 언제나 바라고 있다.

 

 

 [생활의 발견 : 로마에서는 2층을 보세요]

 


이탈리아 도시들 중에서도 소매치기가 많기로 유명한 로마, 많은 인파 속에서 내 가방을 꼭 붙잡고 있는 것도 힘들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에서는 건물의 2층을 올려다 보라고 여행자들에게 잊지 않고 이야기 한다. 유명한 맛집, 오래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젤라또 가게에 대한 정보보다 먼저 앞서는 내용이다.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자의 시선을 끄는 1층의 상점에서 고개를 조금만 올리면, 로마의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예로 덧창이다. 한국에서는 덧창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설치를 해서 실제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붙박이 형태가 많다.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남부 도시들의 창은 대체로 덧창이 달려있는데, 그 모습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40도를 육박하는 뜨거운 여름날씨에 실내에 들어가 덧창을 닫아 아예 햇볕을 차단하는 용도로 그것을 사용한다. 온도가 높지만 습도가 우리나라처럼 높지 않다는 차이점 때문이기도 한데, 덧창으로 그늘을 만들면 금새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버스로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걷는 여행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에서의 사소한 발견을 도와주고, 여행지의 삶의 방식을 여행자가 직접 느끼도록 마음을 다해 조언해 주는 것 그 점이 유럽에서의 공정여행의 중요한 ‘공정’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요즘 여행에 대한 정보는 자극적이고, 삶에서의 일시적인 해방에 대한 이미지가 주류를 이룬다. 여행을 다녀오면 마치 삶이 360도 변할 것처럼,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될 것과 같은 상상을 하며 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행은 생활과의 단절이 아닌 생활로 다시 돌아오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더 많은 나라, 더 많은 장소를 단숨에 찍고 돌아오려는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일상에서도 소화하기 힘든 바쁜 일정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지의 문화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자 결과이다. 그리고 여행을 할 때 마다 하나씩 늘어가는 지속가능한 습관은 베네치아의 어느 다리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얻게 될 깜짝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