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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학교 밖의 기다림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또 다른 인생을 만나다.

글쓴이 망창

 

11월 7일. 19살의 인생의 도전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리고 전 교과과정인 12년의 결과를 담담하게 기다려보는 날이기도 하다.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은 온몸에 긴장감이 감돌고, 수험생들의 가족들은 그날 하루가 조마조마하다. 그뿐이겠는가. 시험에 아예 관계없는 사람들조차 출근시간이 1시간 미뤄지고, 경찰들은 시험장에 늦을 수험생들을 옮기기 바쁘며, 듣기평가 시간에는, 시험에 방해될 꺼 같은 인근 공항 및 소음을 일으키는 곳들은 모든 업무가 마비 그 자체다. 우리는 이렇게 특별하게, 조금은 유별나게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한다.

그렇게 고된 하루를 보내면, 오로지 통계적인 암시적 숫자에 의해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아주 황당한 기분에 휩싸인다. 만족하는 결과를 얻은 자에게는 물질적, 정신적인 보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만족스럽지 않은 .. 한스러운 결과를 얻은 자들은 바깥출입을 삼가한다. 19살이었을 때, 나는 후자였다.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몇 달 후의 앞 일조차 예측하지 못한채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하지만, 그때! 수능 이후의 날에. 내가 조금 더 다른 곳에 눈을 떴다면, 인생의 갈림길에서 특별한 여행길에 올랐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수능을 치룬 학생들에게 '학교 밖의 기다림' 이란 주제로 '안나푸르나_청소년 등반대'의 여행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겨울산을 꿈꾸다

유난히 길었던 더위와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2013년의 여름이 끝났다. 그리고 바야흐로 가을과 겨울이 돌아왔다. 겨울은 많은 한국여행자들이 네팔에 가장 많이 찾는 계절이다. 엄청난 규모의 웅장함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설산들,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의 네팔 도시들. 그 누가 한번쯤 그려봤을 법한 설산에서의 트레킹의 나라 네팔. 네팔 그중의 겨울의 모습을 청소년들과 떠난다. 이 곳을 선택한 자. 점수, 봉사활동, 나를 문서로 보여주는 스펙은 다 버리자. 그저, 나를 위한 여행으로 겨울산. 그 중에서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로 떠난다.

 

 

 

7시간의 비행 후 땅에 발을 딛는다.

가장먼저 마주하게 되는 네팔의 공항은 얼핏 우리나라의 버스터미널과 맞먹는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공항의 아날로그한 수속절차를 마치고 나온 카트만두. 뭔가 정신없이 펀치를 맞는 것 같은 기분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기사들, 오래된 친구처럼 아는 척하는 짐꾼들. 이들의 환대를 뒤로하고 차에 올라탄다. 함께 탄 청소년 여행자들은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에 다시 다양한 광경을 마주한다. 사람, 가축, 오토바이, 각종 자동차들이 엉킨 도로와 도무지 완공이라고 할 수없는 건물들이 있다. 그리곤 생각한다. 네팔이다. 다시 또 시작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포카라에서 시작한다.

 

포카라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로 7~8시간 소요되는 도시이다. 네팔의 도로 사정상 구불거리고 울퉁불퉁한 길을 타고 지나와야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출발점인 이곳. 이곳은 카트만두에 비하면 매우 평화롭다. 큰 호수를 따라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호수를 끼고 돌아다닌다. 카트만두에 비한다면 여행자들의 안식처다.

안나푸르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포카라에서도 차를 타고 다시 이동해야 한다. 가방과 신발을 고쳐 메고 신는다. 10일간 자연 속에서 걷고 걸으며 생활해야한다. 아직은 드러내지 않는 안나푸르나의 자태가 더욱 설레게 한다아직 네팔의 공기도 충분히 들이마시지 못했을 시간 트레킹을 시작한다.

 

 

2014년도 푼힐에서의 또 다른 다짐

 

10일간의 트레킹에서는 하루평균 5~6시간 정도를 걷는다. 눈을 뜨면 걷고 멈추면 밥을 먹고 다시 또 걸어야한다는 것을 몸이 받아들이는 데는 3일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다. 몸에 적응 된다고 해도 무척이나 힘들다. 10일간 걷는 다는 것은 굉장히 고된 일이다.

걸은 지 3일차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에서는 Poonhill(푼힐)이라는 봉우리를 들러 간다. 이곳은 일출의 명소이기도 하다. 그중 11일 아침에 이곳을 오르게 되었다. 헉 헉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새해를 맞이하러 걷지만 내려오는 사람들의 안타까움 섞인 한마디. ‘해는 안보여어찌되었건 Poonhill에 도착한다. 여기저기 각국의 여행자들이 새해를 기념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중 일본 여행자들은 먹과 붓을 가져와 종이에 무엇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새해 바램이라고 추정된다.) 새해는 보지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병풍처럼 서있는 설산들을 보았다.

 

 

 

네팔, 어디까지 올라가봤니?

해발 약 3,000m를 지나고 부터는 숨이 가빠온다. 그렇다보면 말을 조금만 많이해도 심장이 쿵쿵 뛰며 힘들어진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옆에 있는 사람이 함께 걷지만 특별히 말을 하지 않는다. 가이드는 계속해서 천천히와 수분섭취를 권한다. 풍경도 달라졌다. 설산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고 눈도 제법 쌓여있다. 매서운 추위가 자극한다. 이젠 힘듦보다도 아늑하고 푸근한 집이 그리워 온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다. 가이드에게 저 봉우리는 몇미터냐고 물으면 기본 5,000m를 넘긴다. 워낙 큰놈들에 둘러 쌓여 있다보니 멀리서 보았던 그 봉우리가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베이스캠프에 도착이지만 큰 감격보다 많이 춥다. 그리고 자꾸만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과도한 수분 섭취였나. 최소한의 말과 행동으로 에너지를 아껴야한다. 베이스 캠프가 목표였건만 엄청나게 기쁘지만은 않다. 돌아보니 이 4,130m의 장소보다 소중한 것들을 몸소 느끼며 올라왔다. 올라오며 봤던 것들 나눴던 이야기들 했던 생각들 모두. 나의 지나간 과정이 참 소중하다는 걸 몸소 깨닫는다.

 

   

 

안나푸르나는 풍요의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높디 높으며 눈과 바위로만 이루어져있는 저 산이 어찌 풍요로의 여신이라는 것인지. 그렇지만 그동안의 시간은 풍요로웠던 것 같다. 걸으며 보고 느끼고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풍요롭기에 충분했다.

트레킹, 나만의 시간도 좋지만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준비물 또한 꼼꼼히 챙겨 떠나보길.

마지막으로 이 여행은 이런자들에게 추천한다.

  • 인생이 고단한 자

  •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싶은 자

  • 진짜 트레킹을 느껴보고 싶은 자

  • 시작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자

도전하라! 안나푸르나에. 4,130M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날테니. 

  

2014 안나푸르나_청소년등반대 여행일정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