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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걸어서 바다까지

 

-국내여행팀 망창편-

 

 

걸어서바다까지(걸바)는 말 그대로 걸어서 바다까지 가는 도보여행이다.

때문에 여행 일정의 대부분이 걷는 것이다.
걸바는 하자센터 내에 있는 하자 작업장학교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현재 맵에서는 여름여행학교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이다. 강원도 홍천에서 시작하여 양양 낙산 해수욕장까지 6박7일 약 135km의 일정이다.


누군가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짐을 꾸리는 순간이라고 했다. 
여행기획자에게 가장 설레는 순간은 자신이 맡은 여행을 올리고 그 여행이 마감 되었을 때가 가장 설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번 여행은 유독 신청이 빨리 마감되었다. 마감이 되는 순간 설레었고 기뻤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올해도 걷는구나’

밤새 무척이나 비가 내렸다. 여름에 하는 여행이니 날씨가 걱정이다. 지난여름에는 보온밥통 같은 폭염이 문제였다. 길 위, 그것도 아스팔트에서 6시간 이상 있어야 하는 여행특성상 폭염은 최대의 적이었다.
유독 장마가 길어진 이번여름은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장마기간, 그 사이 여행은 시작되었다.


한달 여를 기다리고 모두가 처음 만났다. 홍천터미널 앞 보도블럭 위에 둥그렇게 모였다.
각 지역에서 모인 참가자들의 어색한 기운이 우중충한 날씨의 구름 같이 무겁게 내려 앉아있었다. 그렇다고 스텝들이 나서 굳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지도 친하게 지내도록 유도하지 않았다. 정확히 몇 시간만 지나면 이 고요함, 어색함이 그리워질 테니까


참가자들은 친해지기 위해 롤과 힙합부터 공감대로 이야기를 시작해 자기 집 애완견의 이름까지 공유했다. 놀라울 정도의 친화력 어쩌면 내가 제일 어색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길 위에 내딛는 발자국 수가 많아질 만큼 서로 더욱 알아가고 친해졌다.
항상 도보여행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7일이란 기간동안 참가자들이 이렇게 가까워 질수 있나 생각이 든다.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 그것도 도보여행. 걷는 것은 참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여름의 정중앙을 걷는다는 것

동네 공원이나 산에 가면 복면수준의 마스크를 하고 양팔에는 토시를 착용한 아주머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여름 444번 국도 변을 지나가는 이들 또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로변은 뙤약볕이었고 그로인해 주어진 임무는 자외선을 차단하라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각양각생의 방법으로 차단하였다. 모자와 선크림은 기본이고 팔토시와 수건까지 동원되었다. 그렇다고 칠월말의 햇살을 피할 순 없었다. 그나마 남자친구들은 몇친구를 제외하곤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스텝인 파랑새와 여학생들은 매일밤 피부와의 전쟁을 치루어야만 했다. 얼굴부터 발바닥까지 팩을 했다고 하는 정도니. 한여름의 정중앙 걸어보지않은 자는 모를지어다.

 

오아시스 = 안전차량?!? :))

걸바에서 안전차량은 곧 사막위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이니그마가  '그러게요' 예상대로라면 20여분이 더 걸려야 만날 수 있는 거리인데 생각보다 빨리 안전 차량을 마주 쳤다. 여행기간동안의 날씨에게 감사했다.
비가 세차게 몰아칠 것 마냥 먹구름이 기다리고 있어 걷는 데에는 적당한 날씨였다.   

 

걸바에서 생일이란?

마침 아침에 식사는 미역국이 나왔다. 한 친구는 매우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너 진짜 불쌍하다 걸으면서 생일을 맞다니’ 한계령으로 들어가는 날, 참가자 중 한명인 상훈이의 생일이었다. 같이 갔던 형인 상일이가 동생의 생일을 모든 참가자들에게 넌지시 알렸고 어느새 19명 전원이 알게 되었다. 곧이어 길위의 생일파티를 준비가 됐다.
닫기 모임을 마무리하고 몰래카메라가 시작되었다. 몰래카메라라고 칭하고 매우 어색한 연기가 돋보였지만 이날의 감동은 군대 px에서 준비한 오예스 빼빼로 3단 케잌이였다. 축하받은 상훈이는 내심 어색해 했지만 그 축하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준비하고 만들고 축하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번 걸어서바다까지 중 몇안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뜻밖의 수확

여행에 진짜 재미있는 순간은 뜻밖의 만남이다. 여행의 3일차 걷기도 어느덧 몸에 익숙해져 갈 무렵이었다. 마침 오후에 걷는 거리도 짧았다. 광주동민박에 도착했다. 며칠 만에 화창한 볕이 들어 그동안 밀렸던 빨래도 했다. 마당에서는 힘이 남은 남자친구들이 공을 차고 놀았고 평상에 누워 낮잠을 자며 보내기도 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즘 그들이 도착했다. 오십대는 족히 되어 보이는 아저씨들. 차에서 내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민박집 앞에 흐르는 내린천에 낚시하러갈 채비를 하고 금세 사라졌다. 그러곤 몇 마리의 물고기를 들고 귀환하셨고 장작을 올려 불을 피우기 시작하셨다.
‘여기 있으면 떡고물이라도 얻겠구나’ 라는 맘을 가지고 불 피우는 걸 도와드렸으나 결국 프로야구 시청을 위해 방으로 돌아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참가자들이 신지와 나를 불렀다. 판은 벌어져 있었다. 치킨, 삼겹살, 민물 매운탕, 돼지 껍데기까지 다채로운 음식들이 상에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벌써 치킨을 입에 오물거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많이 먹어야 한다며 더 먹으라고 권하고 계셨다. ‘어쩜 고마우신 분들’ 덕분에 매일 백반만 먹던 우린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도착이다, 바다다!!!

 

바다에 도착이지만 생각보다 기뻐하지 않는다. 이런... 난 너무 좋은데 서울이라니, 더 이상 손빨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니, 땀 많이 흘리지 않아도 된다니
아 이런 반응,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10일간 4130M를 향해 걸었다. 꼭 4000m를 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도착했을때는 그리 기쁘지 않았다. 도착했다는 결과보다 그동안 걸었던 과정이 더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들 바닷가에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빼던 친구들이 모두 입수다.
다들 고작일주일인데 정이들었나보다.
닫기모임에서 헤어짐이 아쉽다며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있다.

어쩌면 참가자들도 내가 느꼈던 감정을 바다에서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