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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기다림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때,

나는 항상 창문자리를 택한다. 그 자리를 선택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비행기 차창 밖으로 비치는 내 모습에서 여행 전, 내 모습을 소신껏 바라보는 것이 좋았고,

여행이 끝난 다음에는 그 자리에서 앞으로의 다짐, 계획을 노트에 끄적거리는 것이 좋았다.

지상이 아닌, 항공에서 그 작업을 해야만 다른 사람에게 방해 받지 않을 꺼 같다는 내 나름대로의 안식처인 셈이다.

 

 

요즈음, 내 주변에는 여행을 가기 위해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 중에는 오래된 꿈을 찾아, 용감한 선택을 하는 자도 있었고,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 메여있어 하루하루가 버거워서 그만두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듯 우리 세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자 새로운 선택을 하며, 그 과정에는 장기 여행과 함께 한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은.

 

언제나 '행복'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도 여행을 할 때 가장 행복했다. 한국에서 나를 부르는 온갖 수식어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매일 아침,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하루를 시작할 필요도 없었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오늘은 어디를 갈까?' 라는 행복한 고민만 하면 됐다. 그렇게 여행이 끝나가고, 익숙했던 나의 삶이 그립다면, 그때는 다시 돌아오면 된다. 나를 알아주고 반겨주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옆자리로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떠나고 싶을 떄, 모든 일을 중단하고 떠난다.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아버지들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불리우는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우리보다 더 답답하고, 삶에서 일탈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란 말이다.

 

아.버.지.란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참고, 짊어져야만 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바람이었을까?

2013년, 여행 트렌드를 변화시킨 한 프로그램이 있다.

 

'꽃보다. 할배'

 

정규 방송이 아니고, 모 케이블 방송에서에서만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의 일부였다. 그 프로그램이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우리 아버지 세대에게는 젊었을 때의 꿈을 다시 한번 꾸게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젊은이들에게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시각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다. 프로그램 하나가 여행 업계의 붐을 일으켰고, 동남아시아로만 관광을 떠났던 우리 부모세대들이 또 다른 대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로운 대륙'을 향해서 진.짜.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꽃보다 중년을 기다리며

 

 

지난 추석이었을까?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모였다. 하지만 기존의 추석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그런 원인에는 모 케이블방송의 "꽃보다 할배" 가 한 몫을 톡톡히 했다고 본다.

 

 

 

이제는 나이가 지긋한, 그러나 한 때 안방TV를 주도했던 독보적인 4명의 노년남자배우들이 벌이는 온갖 에피소드와 함께 유럽과 대만을 여행하는 것을 보며 때로는 폭소했고, 때로는 그 센티멘탈한 기분에 함께 젖어 들기도 했다.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인상 깊게 봤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대만 여행편이 끝난 후에 어르신들의 대만 예약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급기야 여행 잡지 한군데서는 프로그램에 출현했던 최고령 배우 인터뷰와 함께 40~60대 남성고객의 여행 패턴을 분석하는 기사까지 싣기도 했다.

  

 

쇼핑과 옵션으로 채워진 일반 여행사의 패키지는 죽어라고 싫어하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여행이라 어쩔 수 없이 모 여행사의 패키지로 중국의 장가계에 갔던 적이 있다. 패키지라 전국에서 온갖 그룹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모녀가 같이 온 일행과 섞여,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아버지는 왜 함께 오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지금은 일하느라 바쁘니 나중에 시간이 좀 나면 오겠다고 했단다. 그 때 가만히 옆에 앉아서 대화를 들으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대화에 끼어 드셨다. 본인도 그러셨단다. 일이 한창일 때, 일에 빠져서, 혹은 회사에 말하기 미안해서 기운 좋을 땐 국내 여행조차도 마음 놓고 가지 못했다고. 그런데 막상 이제 은퇴해서 남들이 말하는 인생을 느긋하게 즐기는 때가 왔는데, 이젠 기운이 없어서 그토록 원하는 여행도 힘들게 느껴진다고내가 가시지 말라고 말린 적도 없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께 너무 죄송했다.

 

사실 40~60대 한국남성들이 여행만을 위한 여행을 가기란 쉽지가 않다. 국민여행 실태조사의 통계를 보면 해외 출국자 중 40~60대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기간도 짧고 순수한 여가를 위해 여행이기 보단 연수나 일의 연장으로 업무차 방문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실태조사에 의하면 40대는 자신보다 아이들 혹은 아내에게 맞는 여행을 선택한다고 하면, 50대는 한창 커 나가는 자녀들 때문에 학원을 비롯해 교육에 투자하는 금액이 많아지는 경제적 여건으로 선뜻 여행 가기가 어려운 나이대이기도 하다. 반면에 60대는 이젠 여유가 생겼지만, 건강과 체력이 슬슬 발목을 잡는 나이대가 되어버리는 거다. 또한, 현재의 경제적 위기상황을 감안해보면 한국 남성들이 여행다운 여행, 특히 공정여행을 가기란 요원해 보인다.

 

 

 

 

패키지 투어 VS 개인배낭여행

 

 

트래블러스맵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을 분석해보면, 80%이상이 여성고객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남자들은 공정여행이 불편한 걸까?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20대 젊은이들은 각자가 여행의 루트를 짜고, 편한 시간에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난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반영해주듯, 젊었을 때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다 추억이고, 영웅담이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도 공정여행에 대해 말을 해본다. 이런 여행이 있다고.

아버지 세대는 너무심각하게, 어렵게 생각하시는 거 같다. 공정여행이 생각하는 미션을 생각하고, 개인 여행도 즐겨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공정여행은 패키지 여행과 개인배낭여행의 장점만 만든 여행이라고. 여행자들도 더욱 더 즐길 수 있는 여행이라고 말이다.

 

 

 

 

10대에서 60대까지 두루 즐기는 트래블러스맵 공정여행 _2013년 남미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작년 한해 40~60대 한국남성 중 평균 62.3%는 일반적인 패키지투어로 한국을 빠져나갔다. 85.2% 60대와 74.7% 50대의 여행을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를 너무 어렵고 심각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워서 그냥 편하게 제공해주는 버스에 실려가고 실려오고 먹여주는 대로 먹고, 보여주는 대로 보는 그런 개성없는 패키지 투어를 너무나 쉽게 선택해 버린다. 여행의 질은 배제한 채 말이다.

 

'꽃보다 할배'가 중년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중년 아버지 세대의 바람을 현실로 보여줘서 그런 것은 아닐까?

 

각자가 내리는 여행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남들 다 가는 여행, 여행지라는 썰물에 쓸려가는 것 보다는 가까운 지역부터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자신 만의 여행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패키지 투어 VS 개인 배낭여행 라는 흑백논리 속에서 '선택의 압박'에 시달리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