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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구생활] 1000년의 기다림



  알함브라 궁전은 그라나다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무어왕조가 세운 모스크이며 궁전이며 요새이기도 하다. ‘알함브라’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알 함라(Al Hamra)’, 즉 “빨강”이라는 뜻으로 햇볕에 말린 붉은 빛깔의 벽돌의 색깔에서 유래한 듯 하다. 하지만 이 궁전이 이렇게 불리게 된 것은 미국 역사학자 워싱턴 어빙의 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워싱턴 어빙은 폐허가 된 궁전에 머물면서 궁전에 관한 이야기를 써서 1832년에 <알람브라이야기>란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알람브라이야기>는 발간되자마자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고 이때부터 이 궁전을 알람브라 궁전으로 부르게 되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에스파냐에서는 아랍 유적지에 대한 관리와 관심이 소흘했었다. 그 탓에 워싱턴 어빙의 책이 발간될 당시 알람브라 궁전은 폐허에 가까운 상태로 버려져 있었다. 책을 통해 궁전의 중요성을 깨달은 에스파냐 정부에서 궁전을 복원하고, 오늘날의 궁전이 되었다.

  알함브라궁전은 무하마드 1세가 13세기 후반에 건축하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증축과 개수를 거쳐 완성되었으며 방어를 위해 그라나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구릉위에 세워져 있다.

  현재 볼 수 있는 대부분은 14세기 중반에 지어진 개인 궁전들은 반짝이는 모자이크 타일, 조각해 색칠한 나무와 치장 벽토 등 알모라비 왕조와 알 모하조 때 처음 개발된 재료들로 장식되었다. 가장 세련되고 정교한 형태는 무까르나스, 즉 종유석 모양의 치장 벽돌 돔들이다. 이것은 셀주크 이란의 벽돌 구조물에서 처음 표현된 양식으로, 여기에서는 순수하게 장식에만 쓰였다.
궁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장식들은 이슬람 왕조 지배의 전성기인 그 시절을 나타내듯 가장 아름답고 가장 우아한 모습이다. 궁전 내외부의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 문양과 나무조각들은 관람하는 모든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알함브라는 많은 이슬람 궁전들이 그러하듯, 한 개의 궁전이 아니라 넓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여러 개의 작은 궁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1492년 기독교인들이 그라나다를 탈환한 후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로스 5세는 알함브라의 일부를 르네상스 스타일로 다시 지었다. 메수아르 궁이 기독교 예배당으로 바뀐 것처럼 몇몇 건물은 기능을 변경하였고, 어떤 것들은 카를로스 5세의 새로운 궁전을 짓기 위해 아예 헐어버리기도 했다. 한때 성벽 안에는 일곱 개에 이르는 궁전들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오직 두 개의 복합 궁전만이 보존되고 있다.
  알함브라궁전은 주로 세개의 정원 맞추카, 코마레스, 사자 정원을 기본축으로 하여 설계된 정원형식의 궁전이다. 내부는 왕궁(나스르 궁전), 카를로스 5세의 궁전, 헤네라리페 정원, 알카사바(성채)로 구성되어 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알함브라궁전을 속속들이 뜯어보자

 

나스르궁전(왕궁)


  나스르 궁전은 14세기 중,후반 유수프 1세와 무하마드 5세 부자 시대에 건설되었으며, 이슬람 문화의 정수라 불릴 만큼 멋진 건축물로 알람브라 관광의 백미이다. 수차례의 증개축을 반복하여 완공된 복합형 궁전이다.
   학문소의 중정과 마추카의 중정을 통과하는 끝 지점에 있는 메수아르의 방은 왕이 집무를 보던 방으로 벽면이나 천장에 아름다운 세공이 된 아라비아의 문양의 타일과 석회가 장식되어 있다. 이 장식은 모두 그리스도 시대에 바뀐 것들이다.
  방의 북쪽에 있는 예배실에 들어가면 알바이신 거리 모습이 창 밖으로 환하게 내려다 보인다.

 

 


   메수아르의 방 앞에는 남북35m, 동서7m의 커다란 직사각형 연못이 있는데 양 옆으로 아리야네스가 심어져 있어 아리야네스의 안뜰이라 불리운다. 작은 언형 분수를 배치한 연못 남쪽에서 바라보면 7개의 아치가 보이고, 그 앞에 코마레스 탑과 푸르게 펼쳐진 안달루시아의 하늘이 잔잔한 수면위에 비췬다.
   코마레스 탑 아래에는 웅장한 홀이 하나 있는데, 왕궁에서 가장 넓은 정사각형의 방으로, 대사의 방이라고 불리운다. 여러나라에서 온 사절들이 알현을 하거나 공식행사가 있을 때 사용되었던 곳이다. 천장과 벽의 세공과 벽면을 장식한 그림타일등 정교한 장식들은 방문자들을 압도한다.

 

 

 


   나스르 궁전 관람의 하이라이트는 사자의 중정이다. 이 중전을 둘러싼 구역은 왕의 사적인 공간으로 왕 이외의 남자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중정은 124개의 가느다란 대리석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기둥 머리를 아치로 연결한 모든 벽면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유려한 석회 세공이 빈틈없이 입혀져 있다. 중전 중앙에는 정원 이름의 유래가 된 사자의 샘이 자리잡고 있다. 12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원형 분수이다. 이 사자들은 한때는 시계의 기능을 했는데, 매 시마다 어느 사자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지를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 기독교인들은 이 분수를 분해하여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고 했고 그 이후로 시계는 두 번 다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정 남쪽의 아베세라헤스의 방과 북쪽의 두 자매의 방은 둥근 천장에 화려함의 극치인 모카라베 장식이 되어있다. (모카라베란, 천장을 뒤덮는 무수한 종유석 모양의 복잡한 장식을 의미한다) 이 두 방의 천장은 알함브라 궁전 안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정교한것으로 손꼽힌다. 이 방은 왕이 사랑했던 두 궁녀가 함께 사용하며 자식을 낳고 사이좋게 지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지만, 바닥에 똑 같은 두 개의 대리석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두 자매의 방에서 나오면 린다하라 증정이 보인다.

 

카를로스 5세의 궁전

  16세기 카를로스 5세가 스페인 제국의 상징으로 건축한 르네상스 양식의 궁전이다. 정사각형의 견고한 건물에 원형 중정을 배치한 특이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중정을 에워싼 2층 구조의 화랑이 있다.

 

 

 


헤네라리페 정원 (여름별궁)


   알람브라안에는 여러 궁전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 흔적들만이 남아 있다. 헤네라리페로 올라가는 길에는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반겨준다. 14세기 초에 정비된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으로 왕궁에서 동쪽으로 10분정도 거리에 떨어져있다. 흐르는 물을 이용한 정원이 아름답다. 정원 안쪽에는 수로라는 뜻의 아세키아 중정이 있다. 50m정도의 세로형 정원 중앙에 기다란 수로가 설치되어 있고 양쪽에서 솟아나오는 분수들이 하트 모양을 그리며 떨어진다.

 

 

 


  스페인에서 최고의 기타 연주자였던 타레가는 그의 제자인 콘차부인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고뇌하던 중, 헤네랄리페 분수대의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소리에 영감을 받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유명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작곡했다고 한다.


알카사바(성채)

  9세기에 이미 있던 성채를 나스르 왕조의 창시자인 무하마드 1세가 현재의 규모로 정비, 확장하였다. 현존하는 13세기의 건축으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성기때는 24개의 탑과 군인들의 숙소, 창고, 목욕탕까지 갖춘 견고하고 거대한 성채였다.

 

 

 

   스페인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방문하는 곳 중의 하나가 알함브라 궁전인 만큼 볼것도 많지만 사람들도 많다. 바쁜 걸음으로 사진만 찍는 관람을 하기 보다 천장에 새겨진 조각부터 바닥의 작은 타일까지14세기부터 사람들이 쌓아온 흔적들과 함께 1000년의 호흡을 같이 해 보는건 어떨까.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들로 여행을 갈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사진 찍는 것을 자제한다. 아직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일부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 영혼도 같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한다. 혹은 음식이나 식당에서 사진을 찍는 것 조차 반기지 않는다. 그러니 사진을 찍는 것을 자제하고 사진을 찍을 경우에는 반드시 대상자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촬영하도록 하자.
둘째, 사원 방문시 짧은 옷차림으로 방문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잠시 방문하는 구경거리이지만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사원이다. 역사와 사도의 숨결이 묻어 있는 사원을 방문할 때 너무 노출이 심한 옷은 입지 않도록 하자.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잠시 더운 것을 참고 참배자의 마음으로 사원을 방문하도록 하자.
셋째, 모로코 메디나를 방문할 경우 구시자기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들에게는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메디나는 이슬람에 귀한 성지이다. 그 성지에는 술을 팔지도 마시지도 않으니 여행자로 방문한 경우 술을 찾지도, 마시지도 말자. 술에 취하기 보다는 마을에 취해, 주변 경치에 취해 구경을 다니면 어떨까.
넷째. 현지 이슬람 가이드에게는 술을 권하지 말자. 그들에게는 술을 권하는 문화가 익숙하지도 않다. 친근감의 표시로 술을 권했다가 거절하기도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어색해지기 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며 술을 권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섯째, 스페인의 점심식사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더 늦게 시작된다. 한시나 두시 정도에 시작되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여 밥이 빨리 나오기를 재촉하거나 웨이터를 따라 가지 말고 자리에 손을 들어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도록 하자. 웨이터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물건을 가지러 일어나 움직이는 것은 웨이터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이해하기 때문에 이 점을 지켜주자.
여섯째. 이슬람 문화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팔지도 않고 먹지도 않으니 이점을 기억하여 한국의 입맛을 찾아 돼지고기를 찾아다니기 보단 현지에서 파는 양고기나 소고기로 필요한 단백질을 보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