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솔후기]
with 트래블러스맵
도시 구석구석 생생한 4가지 풍경
(로마, 베네치아, 아말피 등)
9월에 접어든 이탈리아는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고 있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빛이 도시를 따듯하게 채우고, 저녁이 되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 무작정 더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짧아지는 해가 아쉬울 정도로 여름을 빗겨간 이탈리아는 내게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도시의 골목을 돌아다니며 만났던 길 위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풍경 1_로마 바티칸 뒷골목의 작은 미용실
미용실의 풍경은 한국이나 이탈리아나 전혀 다르지 않았다.
어깨에
잔뜩 긴장이 들어간 소년, 그에 비해 여유로운 얼굴로 능숙하게 머리를 자르는 미용사와 그 둘을 바라보는
엄마까지. 그 모습은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었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바티칸은 투어 일정에 매번 급하게 지나가기만 했는데,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어가니 보이지 않았던 일상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커트와 드라이는 24유로, 염색은 22유로에 가능하다는 가격표를 보며 한국과의 물가를 비교해볼
여유도 있었던 것 같다. 모임시간에 쫓기지 않는 개인 여행자였다면 살짝 머리를 다듬는 엉뚱한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안 스타일을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를 상상하니 쉽게 ‘경험’을 위한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풍경2_베네치아의 동네 식당
베네치아에서 늘 이용하는 호텔 뒷편에는 간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작은 카페가 있다.
대체로 아침 이른 시간의 카페라면 조용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떠오르겠지만, 실상은
아침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가벼운 아침식사를 먹을 수 있는 한국판 김밥집에 비교할 수
있다. 커피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스푼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로 주변은 생각 외로 시끄럽다. 내가 카페를 찾았던 그날은 트렌이탈리아(이탈리아 철도청) 유니폼을 입은 남자, 비닐봉지를 든 할머니, 배낭을 맨 젊은 여자 등 정말 많은 사람이 오갔고, 특유의 큰 목소리로
떠들어 카페 안은 더 북적했다. 그 사이에 말없이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어색했을
법도 한데,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다들
자신의 속도로 온전히 달려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그 에너지에 나도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풍경3_아말피, 두오모 앞의 분수대
소위 ‘이태리 남자’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비유이지만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자의 모델은 슈퍼마리오다.
패셔너블한
남자들의 모습에 기대를 많이 한 여행자들은 짧은키에 볼록 튀어나온 배, 그리고 콧수염을 가진 대머리
아저씨들이 골목에 가득한 모습을 보고 실망하곤 한다. 한국에도 작은 키에 배가 나온 중년의 남성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유독 이탈리아에 대머리가 많은 이유는 물 때문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도시 곳곳에
분수대가 있고 자유롭게 물을 마실 수 있는데, 그 물에 석회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탈모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번 인솔에서 아말피 두오모 앞 분수 앞에서의 일이 기억난다.
이탈리아 남부의 햇볕은 유난히 더 뜨거운 것 같았고, 나도 여느 때와 같이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마시고 있었다. 그때 주인을 따라 산책하던 강아지 한마리가 분수대의 물을 마시는 것이다! 그 순간 문득, 저 강아지도 털이 다 빠져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하며 피식 웃어버렸다. 가끔은 그런 엉뚱한 생각도
여행에서는 필요 한 것 같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수 있던 상황도 다시 돌이키며 웃을 수 있으니. 말도 안되는 ‘대머리 강아지’처럼.
#풍경4_내려다보며 느끼는 다른 매력, 핀초언덕
전세계 여행자들로 조용할 틈 없는 도시 로마, 오래된 건물을 한참 올려다보면 어느새 목이 뻐근해오기 시작한다.
로마 시내 중심부에 지친 목을 위로하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비밀의 장소가 있다. 바로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핀초언덕, 그 곳에 오르면 시내 중심에서 공중부양을 한 듯 로마 시내가 눈 아래로 멀리 펼쳐진다. 조용하고 탁트인 전경에 그동안 재촉해왔던 발걸음도 여유로워지고, 많은
것을 담으려 빠르게 움직이던 눈도 지평선을 응시하며 멈춘다. 로마에서의 일정이 여유롭다면 아침저녁으로
올라가서 빛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로마시내를 종일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핀초언덕 올라가기 : 포폴로
광장 동쪽 분수를 지나 뒷편에 위치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핀초언덕이 나온다.
(메트로 A선 플라미니오(FLAMINIO)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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