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특별한 며칠, 터키
* 글쓴이 : 트래블러스맵 해외여행기획자 문윤정
* 채식주의 잡지 [비건] 2013년 9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여행하라, 한번도 여행하지 않은 것처럼.
터키를 처음 접한 것은 TV 여행프로그램에서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카파토키아의 풍경이었다.
우와~ 세상에나! 낙타 모양 바위, 버섯 모양 바위가 있는 그곳, TV 안으로 나는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몇 년 후 나는 밤늦게 출발하는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12시간에 걸쳐 아타투르크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다. 터키 대통령 이름을 딴 아타투르크 공항에 도착하여 두리번두리번 낯선 환경, 어두운 밤에 몸을 움츠리고 여행가이드 책자에 적힌 대로 택시를 잡고 숙소로 향한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먹은 첫 식사, 그 이후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아침식사는 동일했다. 터키의 국민식사라고 불릴 만큼 아침메뉴는 전 국민이 다 같은 메뉴를 먹는다는 것이다. 세계 3대 미식이라 불릴 정도로 음식이 유명한 터키인데, 온 국민이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게 이상하다.
우리나라보다 7배나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이니 식재료도 풍부하고 요리도 무궁무진할 거라 기대했는데 터키의 아침식사는 바게트빵인 에크맥과 계란, 치츠, 올리브, 토마토, 오이, 햄이 주 메뉴다.
메뉴는 매일 같아 지겨웠지만 맛은 아주 괜찮았다. 밀 생산량이 엄청나서 남아도는 게 밀가루라서인지 에크맥 바게뜨 빵은 우리나라 대형체인점 빵집 바게뜨랑 비교가 안 되게 맛있다.
아침 점심 상관없이 온 국민이 하루에 10잔 이상을 마시는 터키의 차(짜이 CAY)도 여행자임에도 불구하고 5잔 이상 마시게 됐다. 인도 짜이와 차이점은, 터키 짜이는 보통 홍차인데 인도는 우유를 섞는다는 점이다. 코카콜라병 못지않게 예쁜 몸매를 자랑하는 차이잔의 경우 열이 쉽게 전도 되어서 아주 뜨거운데 터키인들은 홀짝 홀짝 잘도 마신다.
옛날에 한국인들이 서로 만나면 "식사 하셨어요?"가 문안인사이듯이, 터키인들은 "차 5잔 드셨어요?"가 문안인사 일 것 같다.
터키는 차 외에 커피도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처음 커피를 만들어 마신 나라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사원에 가서 엎드려 절하려면 머리, 다리를 가려야 하는데 친절하게도 사원에서는 덮개를 무료로 빌려준다. 10만 전 세계인이 돌아가면서 둘러썼을 듯한 덮개에서 나는 묵은 먼지 냄새와 '구수한' 발 냄새가 입구에서부터 나를 맞이한다. 터키는 캐주얼한 이슬람이기 때문에 사원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차도르를 쓰지는 않는다. 차도르는 지역별로 각각 나름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도르를 보고 어느 지방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사투리 같은가보다.
그러면 터키는 이슬람 국가일까? 아니다. 물론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동그라미를 치지만, 국교가 이슬람은 아니라는 언발란스한 얘기. 국민의 2/3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니, 이스탄불에는 2,000개의 이슬람 사원이 있고, 서울에는 1만 개의 교회가 있다.
블루모스크 앞 카페에서 터키 정통 요커트 '아이란'(이름이 예븐데, 요커트이다)을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는데 한국의 스타벅스 커피보다 싸다. 하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 스타벅스보다 비싼 곳은 없으니. 선배 배낭여행자들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터키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거의 동남아 물가 수준이라며 좋아했었다. 그러나 1만 리라를 1리라로 화폐개혁을 하면서 터키 배낭여행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엄청나게 물가가 올랐다. 현재 터키는 유럽 수준의 물가로 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카파도키아는 아주 옛날에 엄청난 용암폭발로 이루어진 기암도시인데 괴레메 계곡에는 30여 개가 넘는 동굴교회와 수도사들의 주거지가 남아 있어, 만화 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집의 모델인 곳이다. 이곳은 또한 유럽보다 와인이 먼저 발달했던 곳으로 척박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땅포도가 난다. 씨 없는 청포도, 호박씨, 커다란 감자, 멜론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카파도키아 기암괴석 지대에는 '동굴호텔'이란 것이 존재해서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카파도키아에서의 특별한 체험으로 열기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성수기인 4우러~9월에는 체험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도착하자마자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새벽 5시 30분에 열기구 회사차가 숙소로 데리러 오는데, 도착하면 간단한 과자와 차가 준비되어 있고 30분정도 기다리면 차례가 온다. 열기구 바람 넣는데 1시간 30분이 걸려서 열기구 직원들은 새벽 4시부터 일한다고 한다. 바구니 크기별로 10~20명 정도 탈 수 있으며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터키는 땅을 밟으면서도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독특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거의 탑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행자들은 카파도키아의 특이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석화암지대로 풍경이 하얗다고 해서 파묵칼레(목화라는 뜻)로 불린다는 곳이다. 파묵칼레에 도착해 기원전 190년에 세워졌다는 페르가몬 왕국의 유적지 히에라폴리스를 보고 언덕을 내려오니 과연 기이하고 아름다운 석회붕이 펼쳐진다. 위에서부터 흘러내려온 석회성분이 오랜 세월에 걸쳐 결정체를 이루며 땅 위를 하얗게 뒤덮어 '목화의 성'이라고 불릴만 하다. 언덕 전체가 하얗게 소금바위를 형성하고 온천수 연못은 푸른 하늘과 어울러져 환상적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언제나 다랭이 논처럼 층층이 쌓여진 하얀계단으로 내려오는 코발트빛 물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개발과 관광객 증가로 훼손이 많이 되어 시에서 일주일에 한 번 날을 정해 놓고 온천물을 내려보내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방문하는 그 달이 마침 온천물을 내려보내는 날이기를 기대해야 할 것이다.
일부 터키인들의 사기는 이미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졌을 정도니 절대적으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파묵칼레로 들어가는 버스표를 팔고 사는 데서 일어나는 사기는 악명이 높고, 길가나 시장에서 소매치기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또한, 그대가 여자라면 하루에 20번씩은 "아름답다, 예쁘다"는 한국말과 10번씩의 "beautiful"이란 단어를 들을 것이다.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릴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나 같은 통통족들에게는 "이곳이 천국이구나. 내가 여기서 통하는 외모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들은 하룻밤을 원하거나 돈을 원하는 것이니 여성 여행객들은 주의해야 한다.
동양과 서양을 동시에 품은 이스탄불, 기암괴석의 스타워즈 같은 도시 카파도키아, 환상적인 풍경의 온천 휴양지 파묵칼레, 수 천 년 전의 고대도시 에페소 등 볼거리가 많은 터키, 한국과 형제의 나라인 터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해야 한다.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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