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중해여행학교] '길위에서 예술과 유희를 만나다.'

# 이 글은 비건 2014년 3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4년 지중해여행학교 "길 위에서 예술과 유희를 만나다."

스페인 모로코, 11박13일 여행기

이은진 (해외팀 유럽지역담당)

매년 겨울, 트래블러스맵은 ‘지중해 여행학교’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과 여행을 진행한다. 다양한 문명과 인류, 예술이 교류하고 융합했던 문명의 바다 지중해로 떠나는 여행이다. 한국의 겨울보다는 따뜻한 스페인과 모로코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현지 문화를 경험하며 길 위에서 예술과 유희를 만나는 소중한 체험의 기회를 갖는다.

보이는 경계에 한계를 두고 스페인과 모로코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여행학교를 통해 두 나라의 지리적 특징과 함께 문화적 교류를 끊임없이 수천 년간 지속 해왔던 흔적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스페인에서도 까딸루냐의 독특한 지역성과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오전에 도착한 비행기 스케줄은 바로 여행을 시작해야하는 일정이다. 모두들 시차 적응은 잊은 채 첫날부터 여러 곳을 보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담아 일정대로 이 여행기를 서술해본다. 현지 음식과 기후에 적응하며 여행 내내 긍정적으로 여행하고자 했던 15명의 여행자들과 이 글을 나누고 싶다.

자연을 닮은 건축, 가우디

한국에서 출발해서 13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우리는 긴 비행의 여독도 잊은 채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바르셀로나는 까딸루냐 광장(Plaza Catalunya)을 중심으로 까사바트요(Casa batllo)와 까사밀라(Casa Mila)를 보고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으로 향했다. 가우디의 건축 철학과 인생관이 담겨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 내부가 훨씬 더 환상적이다. 기둥과 기둥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숲속을 걷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신과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서 건축을 통해 소통하고자 했던 가우디의 삶의 철학이 보인다.

신과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은 자연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가우디의 다음 작품을 보기위해 우리는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당시에는 개인 주택으로 바다가 보이는 아주 좋은 자리에 건물을 세웠지만 이후 바르셀로나는 미국에 팔지 않고 구엘 공원을 지켰고, 현재 시민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공장소로 남았다. 구엘 공원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바르셀로나가 바다를 품은 도시구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특히 햇살에 반사되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구엘 공원에서 매일 아침마다 조깅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시민들이 부러워진다.

바르셀로나는 시민의 편, 살고 싶은 바르셀로나

내가 본 또 하나의 바르셀로나의 매력은 편안함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그라시아 거리부터 람브라스 거리까지, 거리에는 차도만큼이나 넓은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있다.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로 출퇴근하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모습은 아주 자신감이 가득하다. 간혹 자전거 도로를 인도로 착각하고 걷는 여행자들 말고는 통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없다.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잘 정리된 쓰레기통에서도 람브라스 거리가 관광지의 최고 중심지임을 실감할 수 있다. 람브라스 거리의 벤치에 앉아 각 국의 여행자들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거리의 화가들과 음악가들이 길 위에서 창조해내는 예술도 감상할 수 있다. 비합법적으로 노상을 하는 구조가 아닌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길거리의 예술가도 정부가 선발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준다. 우리는 단순히 길을 걷고,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

보께리아 시장에서는 유럽에서도 환상적인 음식의 맛을 자랑하는 스페인의 식재료 볼 수 있다. 각종 다양한 어패류와 채소류 과일류를 보는 것도 재미나지만 하몽을 비롯한 다양한 장식은 깨끗하고 신선한 재료를 얼마나 잘 유통시키는지 바르셀로나 현지인들의 일상에 녹아 있다.

바로셀로나의 까달루냐 음악당(Palau de la Musica Catalana)은 가우디의 스승인 도미니크 네 몬따네르가 세운 건물로 97년도에 유네스코로 지정되었다. 유리, 모자이크, 스테인 글라스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낸 빛의 투과력으로 만들어낸 건물에서 15유로에서 40유로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바르셀로나에서 살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이틀 동안의 바르셀로나 여행은 참으로 짧은 시간이었다. 이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그라나다로 향했다. 이슬람 문화를 경험하고 지난 800년간 남겨놓은 무어인들의 흔적을 찾아서 안달루시아 지역으로 향했다.

이슬람 건축의 절정, 알함브라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사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 알 갈리브가 13세기 후반에 창립하기 시작하여 14세기에 완성을 하게 된다. 정교하게 이뤄진 궁전 내부 중 특히 나스르 궁전 안에는 메수아르 궁, 코마레스 궁, 라이온 궁을 볼 수 있다.

그 중 코마레스 궁전은 술탄이 사신이나 대신들을 접견하는 장소로 대사의 방이었다. 술탄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야말로 공간에 의해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느껴지는 곳이다. 공간과 빛의 조합은 외교적 처세술까지 영향을 미쳤다. 계단의 높이부터 채광까지 그야말로 술탄의 신비감과 위엄을 자연스럽게 살려낸 공간이었다.

이슬람에서 물은 생명과 풍요를 상징하였고, 네바다 산맥에서 녹은 물은 알함브라 궁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알카사바 벨라의 탑에서 바라본 알바이신 지구는 평화롭다 못해 고요했다. 우리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일출을 보면서 그라나다에서 기차를 타고 세비야로 이동했다.

오렌지 나무가 가득한 중정원, 세비야 대성당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으로 회자되는 곳은 세비야 대성당이다. 건축은 1400년경 직사각형의 모스크 토대를 기반으로 시작되었으며, 완공되기 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다. 모스크의 흔적은 연못과 히랄다 종탑이 딸린 현관의 안뜰이 남아 있다. 이 오렌지 나무가 가득한 중정원을 나서는 뒷문은 아랍식의 아치가 남아 있고, 히랄다 탑은 이제 카톨릭의 상징으로 남아 고딕양식으로 우뚝 서 있다.

기존에 모스크를 완전히 없애지 않고, 그 위에 카톨릭의 색채를 입혔다는 것이 스페인 광장의 무데하르 양식처럼 재창조되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안달루시아는 이처럼 이슬람의 상징인 타일에서 정원에서 지붕에서 탑에서 분수에서 알카사바와 모스크의 흔적을 통해 그들의 정신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안달루시아의 피난민처럼 모로코로 넘어가다.

그라나다 나사르 왕조를 마지막으로 이슬람은 다시 모로코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고 우리는 그 루트를 따라 모로코로 넘어갔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지브롤터 해협을 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리적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그날의 날씨는 마치 비바람을 헤치며 스페인의 땅에서 쫒겨 나는 이슬람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날씨였다. 유럽국가로 등극한 스페인은 모로코 사람들에게는 기회의 땅이고, 스페인으로 넘어가기 위해 수많은 모로코 인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이었다. 이제 이슬람의 문화의 절정을 피우기 전, 문화의 시초를 찾아볼 수 있는 곳 더불어 스페인에서 쫒겨나면서 다시 스페인의 문화를 모로코 땅에 전파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문화적 충돌은 전쟁과 자연재해 등의 수많은 자의적 타의적 조건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문화적 충돌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디딤돌과 같았다.

안달루시아 사람들의 집합 장소, 쉐프샤우엔

15세기 스페인에서 피난을 간 유대인과 무슬림들이 세운 마을, 작은 마을이지만 아주 오밀조밀 코발트 블루로 온통 파란 마을이다. 안달루시아 영향을 받은 주황색 타일의 지붕과 화이트 그리고 모로칸 블루로 치장된 푸른벽을 가진 집들을 볼 수 있다.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집을 구분하기 위해서 블루를 쓰기 시작해서 현재는 마을 전체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리프산맥을 두고 있으며 해발고도 660m 정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안달루시아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었으며 아랍의 기타라 불리는 루트라는 악기로 수피즘 음악부터 안달루시아 음악 쉐프샤우엔 전통음악까지 리아드(모로코 전통숙소)에서 듣는 연주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다음날 우리는 현재의 모로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가정을 방문했다. 이제는 메디나(구시가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몇몇 없고 신시가지구에서 사는 집들은 우리들처럼 약간의 현대식 구조를 갖고 있다. 응접실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꾸스꾸스라는 한 그릇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음식을 한자리에서 먹으며 한국와 모로코의 문화적 차이와 학교생활 등에 대해서 질문이 오고가고 서로의 다름과 같은 점을 발견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모로코가 지리적으로는 아주 멀지만 마음 한켠 가까운 온기가 느껴졌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모로코의 북부, 눈이 오다.

페즈에서 이프란, 미들트를 지나면서 침엽수림과 설산을 보면서 이곳이 눈이 오는 지역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날은 눈보라로 인해서 미들 아틀라스(Middle Atlas) 산맥을 넘어가는 길목이 한시간 이상 지체되었다. 갑자기 지중해성 기후라고 듣고 온 한국 여행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1년 내내 사계절이 또렷한 날씨만 경험한 우리들은 이렇게 다양한 날씨가 하루 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날씨 속에서 사막은 따뜻할까? 라는 의문을 갖고 우리들은 계속 남쪽으로 이동했다.

사하라, 대지의 품에 안기다.

사하라는 우리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여러 개의 오아시스를 지나면서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발달한 문명의 길을 따라 달렸다. 에르푸드(Erfoud)에서 우리는 30인승 버스에서 4인승 승합차로 갈아타고 사하라에 도착했다. 이미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별은 빛났고 우리는 9시간 이상 차안에서 분출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사하라에서 베르베르인들과 함께 원초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 에너지는 우리들 가슴속에 거룩하게 남겨 있을 것이다. 엄마와 딸, 가족, 부부 또는 혼자 이번 여행을 결합했던 여행자들은 이제 한 가족처럼 모두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놓았다. 사막의 밤이 추울꺼라는 걱정과 근심은 날려버렸고 우리는 한없이 더워질때까지 아마직 사람들의 음악과 춤에 몸을 맡겼다. 나이와 신분도 잊은 채 사막은 우리가 대자연 속에서 작은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기억하게 할 뿐이었다. 다음날 낙타를 타고 해가 뜨기 전에 어둠을 헤치며 우리는 사막 언덕에 도착해 일출을 기다렸다.

알라신에게 기도하며 사막의 태양을 기다렸다. 우리들의 간절한 바람대로 태양은 우리에게 얼굴을 당당하게 비췄고, 자유인이 되어 모래와 바람과 햇살에 몸을 맡겼다. 모래썰매를 타면서 모래와 내가 하나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고 맨발로 모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잠시 동안의 정적은 나를 생각하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었고,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한 감동으로 인생의 행복한 기억의 한자락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는 사하라에서 받은 에너지로 당분간 한국에서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확신에 다들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세상의 만물을 다보는 재미, 자마엘프나(Djemaa El Fna)

사하라를 떠나 마라케쉬에 도착해서 우리는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 모이는 자마엘프나 광장을 지나갈 수 있었다. 원숭이로 쇼를 하고 헤나로 그림을 그려주고 오렌지 쥬스로 목을 축일 수 있는 자마엘프나는 모로코의 중세시대부터 엄청난 카라반 대상인들이 응집한 장소이다. 얼마나 교역을 잘하는지 물물 교환은 세상 최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상술은 능숙하다. 영어보다는 바디랭귀지가 더 쉽게 빨리 통할 것 같은 가격흥정은 한국에서 온 아주머니들의 경험과 능력이 더 빛을 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너무 아쉬운 시장 구경은 다음에 다시 한번 모로코에 오고 싶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게 우리는 아쉬움을 달래며 마라케시 골목 안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리아드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 복잡하고 매연 가득한 마라케시의 시내와는 다르게 골목 안에 있는 리아드는 또 다른 천상의 세계를 보게 한다. 이슬람의 집은 천국과 같았다. 무슬림들은 집을 또 다른 안식처이자 마음의 정원으로 꾸민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는 아침은 이슬람식의 정원과 함께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대서양을 마주하며 카사블랑카에서 기다리는 봄

이제 우리는 다시 대도시에 진입했다. 이제는 카사블랑카는 부자들의 별장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고, 개발로 인해 교통체증과 소음이 심한 도시 중에 하나로 거듭나고 있다. 일반적인 대도시의 개발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15세기에 포르투갈에 의해 도시계획이 이뤄지고 프랑스 식민지를 거쳐서 영어보다는 불어에 능통한 사람들, 대서양이 보이는 위치 좋은 곳에 맥도날드는 따진과 꾸스꾸스라는 음식 문화를 대처하고 있다. 이제는 맞은편에 버거킹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도시의 정체성은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 같다. 한참 잘 나가던 포르투갈의 흔적을 남겨 놓은 채 하얀 집들로 가득 차 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나치들을 피해 미국으로 가고자 했던 유럽인들의 통로로 이용되었던 곳의 명성은 이제 없고 또 다른 무역도시로 카사블랑카는 성장 중이다. 그 성장통처럼 우리들은 13일간의 파란만장한 경험과 추억으로 자신이 소속한 곳에서 또 한번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호기심으로 모로코를 선택했고 그 중에서도 사하라의 쏟아지는 별빛을 보고 싶었다던 여행자들은 잠시나마 소원 하나를 이뤘다. 우리는 이번 여행을 통해 2014년을 살아가는 힘을 얻었고, 이제는 2014년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이 글은 비건 2014년 3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사진은 2014년 지중해여행학교 참가자 박영훈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2015년도 어김없이 지중해여행학교는 길을 떠납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www.travelersmap.co.kr/#travels/35?event=683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