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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여행사진일기] 04_산타클로스의 굴뚝과 땅굴1









 

거리를 걷다 보면 너무나 많이 보았던 스핑크스, 람세스의 형태들을 팔고 있다. 그 거리에서 선물을 가득 안고 온 산타클로스를 우연히 만났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만남이었다.  

이집트 카이로의 중심부 타흐리르 광장(이슬람어로 혁명이라는 뜻) KFC와 피자헛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주변 건물의 옥상에는 타흐리르 광장을 비웃듯 코카콜라 네온이 붉은 색으로 번쩍이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 어김없이 내 책상 위에도 코카콜라 병이 높여 있다. 병은 한쪽에는 영문으로 반대쪽에는 이슬람어로 되어있다.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중국 어디에나 전 세계적인 음료수인 코카콜라가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맥도널드에서 허기를 채우고 코카콜라로 갈증을 달랜다.

이집트는 식민지의 역사가 무척이나 길다. 그러나 이집트인은 너무나 오랫동안 겪었던 식민지의 상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식민지의 역사가 자국의 역사로 되어버렸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군림하게 되면서 그들 또한 이집트(동양)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강제적인 식민지의 형태의 한계성을 간파한 미국은 나폴레옹이 한 것과 같은 세련된 방법으로 이집트를 제국주이의 보이지 않는 식민지 형태로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집트의 식민지성은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보이지 않는 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집트는 친미 정책의 일환으로 주변 이슬람 나라들에게 외면 받아 왔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눈치를 보는 건지 미국의 눈치를 보는 건지(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미국의 경제를 유대인이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국경에 땅굴을 막기 위해 구멍을 내고 시멘트를 들어부었다. 이제 땅굴은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비합법적으로 통행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출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와 가자지구에 대한 폭력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전세계가 상식적이게도 침묵하고 있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은 노동이 파놓은 땅굴이 콘크리트를 비웃듯, 작은 균열들이 모아져 상식이라는 세상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땅굴을 헤집은 자의 손톱에 낀! 흙 때가 생각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