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낡은 의자들이 있다. 의자들은 꾀나 연로한 듯 모두들 낡은 모습들을 하고 있다. 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있는 의자, 다리가 부러진 의자, 의자 상판이 없는 부실한 의자들에 덧대고, 꼬메고, 얻쳐져 의자로서의 기능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다. 이 의자들은 건물의 관리인이 앉기 위한 의자들이다. 관리인은 문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건물 앞 주차관리, 작은 신부름, 청소등 건물과 입주인에 대한 모든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처음 온날 짐을 들워줬고, 물을 사다 주었다. 그는 현관 문 입구 옆에 작은 방을 가지고 있다. 그 방에는 그의 침대가 놓여있다. 어떤 현관 입구에는 방 없이 침대가 놓여있다. 관리인은 그곳에서 가장 늦게 자고 가장 일찍 일어난다.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새벽4시에 일어나 산책을 하러 나가려고 했으나 현관문이 열쇠로 굳게 닫혀 있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현관 문 옆에서 관리인이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관리인은 건물 앞에 놓여있는 의자와 같은 존재 같다. 낡고 빛바램이 비슷하기도 하고 우직함과 든든함이 비슷하기도 하다. 그 둘은 서로 기대면서 살아가는 이웃이자 친구같다. 둘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하나로 보인다. 혼자 있는 의자는 늘 외로워 보인다. 그렇기에 비어있는 의자를 보면 관리인 아저씨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의자는 관리인과 닮았다. 오랫동안 관리인의 손을 거쳤으니 서로 닮는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202년전 나폴레옹은 이집트에 왔다. 그가 온 이유는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 선점과 강대국끼리의 치열한 경쟁의식 때문이였다. 그리고 202년 동안 이집트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충족시키기 위한 혹은 미지의 오리엔탈리즘의 발로로서 위치 지어졌다. 이집트 문명은 서구의 동양에 대한 두려움과 연구대상으로서 파헤쳐졌다. 햄릿과 세익스피어는 모하메드를 사기꾼으로 몰아세웠다. 의자와 관리인 얘기에서 역사적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관리인의 존재가 식민지시대에 만들어진 부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카이로 중심부에 건물들은 유럽풍의 외곽풍경과 유사하다. 혹은 유럽의 한 나라의 수도의 변두리 풍경 같다. 이집트의 문명과 도시의 풍경을 번갈아 바라보면 이집트의 고난하고 불합리했던 역사를 어렴풋이 느껴진다. 하지만 고난함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식민지의 시간은 길었다.
낡은 의자와 관리인이 식민지화 되어 고착화된 부산물 중 하나 같다는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그의 직업이 이집트에서 안정적이고 선망의 직업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노동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이 불편함의 징후들이 이집트 곳곳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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