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풍경.
오래전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 집을 만들었다. 집은 자연과(해, 바람, 물) 지형을 고려해 신중하게 만들어 졌다. 이웃과 함께 노동과 지식을 서로 보태어 집들이 점점 늘어갔다. 그리고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리고 마을이 만들어졌다. 서로의 편의를 봐가며 만들어진 집들은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이다. 사각형 집, 오각형 집, 뾰족한 집 그리고 그 사이로 골목이 생겼다. 그렇게 땅은 사람을 품고, 마을을 품었다. 마을은 사하라의 모래처럼 긴 시간성을 간직하고 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전라도에서 한 사람이 서울로 올라왔다. 죽기야 하겠냐는 심정으로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든지 했다. 그가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구한 집은 봉천동이다. 달동네. 달하고 가까운 동네다. 전기가 나가도, 물이 나오지 않아도 그런대로 살만 했다. 그리고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가족을 남겨둔 채 머나먼 중동으로 날아갔다. 그는 뜨거운 모래바람을 맞으며, 모래 위에 콘크리트를 붓고 건물을 세워 올렸다.
모래 산이 무너졌다고 한다. 사람이 얼마나 다쳤는지 알 수 없다. 무너져 내린 모래 절벽에 어느 집 벽이 덩그러니 걸려 있다. 대형 굴삭기가 집들의 잔해 위에 얻어져 있다. 트럭위에는 살림살이들이 얻어져 있다. 경찰들이 보인다. 이곳은 카이로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한국의 과거가 생각난다. 박정희시절 그의 수하에 있던 서울시장 김영욱은 재미난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불도우저 김. 그는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철거로 유명했다. 철거기간 동안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전해져오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봉천동으로 신림동으로 성남으로 이주했다.
이집트 카이로는 한국의 80년대 풍경 같다. 가난한 사람들이 외곽지역 지대가 높은 곳에 몰려있고, 지금은 곳곳이 철거 중이다. 더 외곽으로 더 멀리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할 것이다. Zahraa 역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사이에 낀 존재다. 그 틈은 개발이라는 견고한 콘크리트에 내주고 말아야 한다.
곳곳에 밤바람의 시원함을 맞기 위해 망루가 세워져 있다.
서울주변에 새로운 도시가 건설된다. 신도시라고 불리기도 하고, 위성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과밀한 서울의 몸짓을 분산시키기 위한 방편으로서 도시개발이다. 성남을 넘어 분당이 생겼고, 난지도를 넘어 일산이 생겼다. 안양을 넘어 평촌이 생겼다. 동탄이 생기고 판교가 생겼다. 도시는 샌드위치처럼 구도시 신도시를 번갈아 층층이 번져갔다. 사막. 그 위에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카프푸가 먼저 영업을 시작한다. 카르푸 주변으로 건물이 기생하듯 하나하나 만들어지고 있다.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모래위에 건물이 먼저 솟아나고 있다.
이집트에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규모 건설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건설사는 몇%의 아파트를 사막에 지어야 한다. 기반시설 하나 없이 모래위에 그렇게 건물이 올라간다. 초등학교 때 판문점으로 수학여행을 같다. 군인아저씨가 북한쪽을 가리키며 사람이 살지 않는 선전용 아파트에 대해 설명한다. 폐허 같은 시멘트 덩어리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아파트들이 장렬한 태양을 맞으며 서있다. 간혹 빨래가 널려있다. 사람이 사는 모양이다.
이집트의 건설현장. 모래가 쌓여있다. 모래가 참 곱다. 노란색이 훨씬 진하고, 마치 설탕 같다. 아! 사막의 모래가 설탕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 설탕으로 건물을 짓는다. 달콤한 유혹이고 상상이다. 개발이 유혹한다. “더 멋진 삶을 상상해 보세요. 모든 편에서 멋지고 경제적입니다. 서두르세요!” 몇 년 후 카르푸가 있는 지역에 다시 오는 상상을 해본다. 사막위에 지은 흔적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콘크리트 아래 사막의 모래가 잠자고 있는 상상을 미리 해본다. 누군가는 그 사막의 모래를 그리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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