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01.03~2015.01.28에 남미로 떠난 '두근두근! 26일간의 남미여행'을 다녀오신 김소정님의 후기입니다.
지난 6월 종강 이후 여름 방학 계획으로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어서 무섭기도 했고 학기 중에 쏟아진 과제에 지친 상태여서 배낭여행 보다는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여행 상품을 예약하기로 했다. 몇 년 전에 갔던 유럽 패키지여행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대형 여행사는 이용하고 싶지 않던 차에 엄마가 알려준 트래블러스맵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공정여행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공정여행에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상품 소개에 나와 있는 여행 일정이나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 트래블러스맵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5~10일 일정의 여행 프로그램들을 죽 살펴보다 26일 간의 남미여행 상품을 발견했다. 별 생각 없이 엄마에게 여기 가는 건 어떠냐고 물었는데 뜻밖에도 가고 싶으면 가라는 대답을 받았다. 그렇게 상상도 못했던 남미 여행을 예약하고, 예약 확인 메일을 받고, 정말로 2015년의 시작에 남미로 떠나게 되었다.
남미 여행 일정의 첫 나라였던 페루는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의 연속이었다. 글과 사진으로만 접했던 모래사막, 안데스 산지의 풍경, 고산 도시 쿠스코, 마추픽추까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광장과 성당을 둘러보고, 피스꼬에서 바예스타스섬 투어와 이까 사막 투어를 끝낸 후 비행기를 타고 고산 도시 쿠스코로 이동했다.
공항 밖으로 나와 조금 걸으니 정말 듣던 대로 숨이 차고 머리가 아파서 고산 지대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 쿠스코에는 이틀 정도 머물면서 도시와 마추픽추를 포함한 잉카 유적지들을 둘러봤는데, 여러 유적지들 중에서도 특히 피삭과 마추픽추는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기만 해도 왠지 모를 감동을 주었다. 견고하게 쌓인 돌에서 많은 시간과 이야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몇 시간이라도 앉아있고 싶은 곳이었다.
안데스 산지의 풍경과 모라이, 살리나스를 끝으로 페루를 떠나 볼리비아에 도착했다. 볼리비아 라파스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라파스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에 펼쳐진 모습에 깜짝 놀랐는데, 라파스가 고산 지대에 위치한 도시라는 것만 알았지 분지 지형에 위치한 도시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특이한 도시 풍경이었다.
산비탈을 따라서 빽빽이 들어찬 집들을 지나 분지 밑바닥의 도시 중심부로 들어가자 사람들로 번잡한 풍경이 나타났다. 전통 복장을 한 아주머니들이 길가에서 과일을 파는 모습도 보였고 장난감 악기를 메고 구걸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음식이나 옷을 파는 노점상들이 모여 있는 소란스러운 곳이 있는가 하면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모여 있고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는 한적한 길도 있었다.
밤에는 다른 어느 곳에도 없는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어디에 어떤 풍경이 있을지 알 수 없어서 재미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라파스를 떠나 사막 투어를 위해 새벽에 공항으로 향했다. 모든 여행 일정 중 숙소도 가장 열악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고 했다. 우유니 마을에 도착해서는 날씨가 흐리고 추워서 약간 걱정이 됐는데, 소금사막에 가까워질 쯤에는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착한 소금사막에서는 운이 좋아 마침 전날에 비가 내린 후 물이 차 하늘이 반사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소금사막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창문 밖으로 펼쳐진 끝없는 사막 풍경을 보고서는 남미 대륙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했고, 다음 날 새벽하늘에 쏟아질 듯한 별과 은하수를 보고서는 우리가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정말 다양한 풍경과 날씨를 경험했던 것 같다. 사막에서 보낸 3일은 가장 춥고 불편하기는 했지만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다.
사막에서의 마지막 날 차로 볼리비아와 칠레의 국경을 넘어 칠레로 향했다. 칠레의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로 주로 여행자들이 묵는 곳이라고 했다. 다른 것보다도 오랜만에 따뜻한 햇빛을 마음껏 맞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곳에서 이틀 동안을 푹 쉬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를 거친 후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설산과 호수, 빙하, 야생동물들을 보았다.
칠레에서 아르헨티나의 엘 깔라파데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을 때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평원의 모습에 남미 대륙이 얼마나 넓은지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엘 깔라파데에 도착한 다음날 모레노 빙하를 보기 위해 투어 버스와 배를 차례로 타고 빙하와 가까운 섬까지 들어간 뒤에 아이젠을 신고 빙하 위를 걷는 미니 트레킹에 참여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에 힘을 주고 걸어야 해서 발이 좀 아프긴 했지만 빙하 위를 걷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빙하 깊숙이 들어갔을 때 눈앞에 하얗고 푸른 얼음과 하늘 밖에 보이지 않던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트레킹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한 후 하룻밤을 묵은 뒤에 다시 한 번 비행기를 타고 이과수로 향했다. 이과수는 일정 중 갔던 지역 중에서 가장 덥고 습했다. 브라질 사이드와 아르헨티나 사이드 두 곳을 이틀간 구경했는데, 브라질에서는 전체적인 광경을 조망할 수 있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폭포 구석구석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가기 위해 장거리버스에 탑승했다. 총 18시간이 걸리는 길이었는데, 언제 도착하나 싶었지만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잠도 자고 창밖 풍경도 구경하다보니까 지루하지 않았다. 그렇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서 이틀을 보내고 약 한달 간의 남미 여행이 끝이 났다.
트래블러스맵을 이용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여행 일정이었는데, 자유시간도 많았고, 여행지마다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고, 불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일정도 없었다. 숙소나 투어에서도 모두 현지 호텔과 여행사를 이용한 것도 좋았다.
+다음 여행자들을 위한 팁 ... 남미 여행에서는 정말 다양한 자연환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막지형, 빙하지형, 고산지형 등등) 문화나 역사도 좋지만 특히 지리에 대해서 알고 가면 재미있어요 그리고 옷은 사계절 날씨를 고려해서 여러 가지로 활용이 가능한 옷들 위주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고...자유시간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괜찮은 가이드북을 꼭 챙겨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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