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02월 13일 - 2월23일 간 모로코로 '사막의 꿈, 모로코'여행을 다녀오신 김은옥님의 후기입니다.
대서양, 대서양과 핫산2세 모스크, 모스크 내부
모로코에 다녀오겠다. 여행을 선언한 나에게 잘 다녀오란 인사말 앞에는 꼭 사족이 붙었다. 왜 하필 아프리카야.. 아랍국가야...에볼라 때문에 난리잖아..IS납치되면 어쩌려구.. 이러한 우려가득한 말들 속에서 나는 모로코 여행을 취소해야 되나 깊이 고민까지 했었다. 하지만, 다녀와서 여행기를 쓰려는 지금. 그런 걱정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세상은 넓고, 또 넓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해 있단 사실. 떠나기 전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두바이를 경우하고 마침내 도착한 카사블랑카. 길고 긴 대략 20시간의 비행이였지만, 시간상으로는 반나절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애매한 기분으로 봄날의 카사블랑카에 도착하였다. 카사블랑카의 하얀 건물들과 트램은 이 곳이 유럽인듯 이국적인 인상을 주었고, 거리의 야자수들은 '어서와, 아프리카 대륙은 처음이지?'하며 내려보는 듯했다. 시내 도로 교통은 무질서 그 자체였다. 보행자 신호에 길 건널 때에도 아무렇지 않게 달려드는 자동차들 때문에 뜨악했지만, 도시 구석구석 색감이나 장식 문양에 벌써 마음을 뺏겨버린 뒤라 거리를 다니는 동안 눈은 항상 즐거웠다.
다양한 벽장식, 문양, 타일, 전등, 세면대, 자수, 캘리그라피(마조렐가든)
이미 모로코 여행 관련 TV프로그램이나 책자를 뒤져본 뒤라 주요 여행명소에 대해 대략적인 이미지는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여행 내내 나의 시선을 끈 건 도시 곳곳에, 식당, 리아드 구석구석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이런거 처음보니?'하며 각인돼 있던 문양과 타일장식이였다. 자세히 보니 기계로 찍어낸 게 아니라 타일 조각조각, 벽에 음각으로 새겨진 문양 모두 핸드메이드였다. 또한,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던 암모나이트 화석도 이곳에선 너무 흔했다.
마라케시가는길(아틀라스산맥), 에잇벤하두에서, 쉐프샤우엔가는길(무지개), 쉐프샤우엔
장식과 문양들에 마음을 홀랑 뺏긴 나는 모로코의 풍경들에도 매료되었다. '신과 예언자는 묘사될 수 없다'라는 코란 내용 때문에 사람을 그림으로 그려내지 않는 대신, 기하학 무늬나 캘리그라피가 발달했을 것이라고 하는 설명을 들었다. 어쩌면, 이렇게 멋진 풍경들도 장인과 예술가를 키워낸 것에 대해 일조하지 않았을까. 다채로운 차창 밖 풍경들의 연속은 이동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에잇벤하두 리아드 옥상에서 본 별빛 가득한 밤하늘
다른 여행지 제쳐두고 하필이면 모로코 여행을 고집했던 이유인 사하라 사막! 주변의 붉은 대지와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며 기대에 잔뜩 부풀었다. 어떤 곳일까. 어떤 느낌일까. 오늘 본 밤하늘 별보다 더 많은 별들로 빛나겠지? 막상 그날이 다가오자 정말 가슴이 설레였다.
이것이 모래바람
사진에... 온몸을 때리는 따가운 것들(먼지, 모래) 그리고 정신없는 바람소리만 더해진다면 그 날 우리 일행의 기분을 짐작될 것이다. 그래도 사막의 모래바람을 또 언제 경험해 볼 수 있으랴. 사하라 사막을 향해 달려오는 여정 내내 즐거웠으므로 실망감은 별로 크지 않았다
아침엔 다행히
밤새 바람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아침에 잠시 잔잔하진 사막은 우리에게 그 품을 잠시 내어주었다. 사진에서 거뭇거뭇하게 보이는 건 검은 모래도, 작은자갈도 아니고 빗방울에 모래랑 뭉쳐 덩어리 진 것이였다. 비오는 사막 풍경도 궁금해져 우리가 떠날 때 즈음 비가 왔으면 하고 바랬건만, 사막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니 다시 모래바람이 시작되었다.
모로코는 정말 어디에나 고양이가 있다. 식당 테이블 밑에도, 길 거리에도, 문 앞에도 (심지어는 카사블랑카 공항 안에도) 제 자리인냥 앉아서 이방인인 우리를 쳐다본다. 이상하게도 모로코 사람들은 개는 돌팔매질을 해서라도 쫓아내지만 고양이는 그대로 둔다. 때문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불쌍한 개들에게 먹을 것도 좀 주고, 이뻐해주고 싶었지만 가까이 오진 않는다.
대략 정리해 본 열흘간의 모로코 여행기.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들이 너무나도 많은 나라다. 귀국한지 얼마나되었다고 벌써 그립다.. 아무래도 언젠가 다시 모로코에서 아보카도 쥬스를 마시며 짧은 영어로 나 한국사람이라고, 너무 좋아서 또 왔다고 인사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모로코 자체도 좋았지만, 함께 여행한 일행분들. 그리고 위트 넘치는 압둘아저씨와 인솔하느라 고생하신 주희쌤 덕분에 힘든 기억 없이. 좋은 추억만 새겨진 모로코 여행이였다.
그럼 이만 총총. 파란 동네 쉐프샤우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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