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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길위에서 찾은 행복, 제주도 여행기

 

                     

글 : 아름다운 재단 홍보팀


키움 청소년들은 멘토 사공영익(트래블러스맵 국내여행팀장) 선생님키움 청소년들의 멘토 사공영익

청소년이 스스로 여행을 기획하고 다녀오 길 위의 희망찾기 여행 지원사업은 올해 총 15개 팀을 선정하였습니다. 

그 중 국내여행을 가기로 한 ‘키움청소년센터’ 아이들 12명은 언제, 어디로, 어떻게 여행을 할지 아직은 계획 미정인 비기획팀이었는데요. 

키움 청소년들은 멘토 사공영익(트래블러스맵 국내여행팀장) 선생님과 6월 한 달간 총 4회 ‘비기획부문 공정여행기획 워크숍’을 진행하고, 7월 제주도 공정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키움 아이들에게 '영'으로 통하는 사공영익 선생님은 다양한 연령층과 그룹에게 여행을 꾸려주는 여행기획 전문가입니다. 

키움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한 제주도여행. 이를 함께 다녀온 사공영익 선생님(이하 영쌤)께 여행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키움아이들과 여행 다녀오신지 얼마나 지났나요? 여행은 계획대로 잘 다녀왔나요?

영쌤 : 7월15일 출발해서 4박 5일이었으니까. 보름쯤 지났네요. 그냥 수치상으로 본다면 98% 정도 계획한 코스를 갔어요. 그리고 처음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일들도 있었죠. 예를 들면 ‘사려니 숲길’의 개장 시간을 정확히 확인 안 해 문 닫기 20분 전에 도착한다든지. ‘제주4·3평화공원’ 가려면 버스를 2번 갈아 타야하는 건 알았지만 배차 간격이 1시간인건 몰랐다든가 하는 거요. 버스정류장에서 애들이 멘붕 왔었어요. 

애들이 일정 짤 때 보니까 축지법을 써요. 처음에 A지점을 보고 B지점으로 갈 때 거리는 계산해도 교통 환경에 따른 이동시간을 생각 못했던 거예요. 그런데 1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경험이 강렬했을 거예요. 다음에 여행을 계획할 땐 고려하겠죠.



헉 - -;; 버.스.가.. 1시간 간격이야. 어떡하지~?




아이들에게 각자 역할이 있었나요?

영쌤 : 여행을 떠날 때 요일마다 팀을 정했어요. 인솔을 맡은 팀과 사람은 일정, 교통편, 식당 확인 등을 챙기도록요. 그래서 일정대로 이동하고 시간 지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누군가 회계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가 제안했을 때 한 친구가 자청 했었거든요. 그런데 회계가 뭔지 잘 모르고 손을 든 거에요. 회계 역할 듣더니 당황하더라구요. 

하지만 이 친구가 회계를 맡아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장부를 적었는데 그게 마지막 날 결정적 빛을 발했어요. 한라산 올라갈 때 차량이 한 대 더 필요했는데 남은 예산이 얼마인지 이 친구 장부를 보고 확인 할 수 있었거든요. 

첫날은 전체 회의 일정까지 끝나고 저랑 이 친구랑 키움 선생님이랑 정산했는데 3일차부터는 돈을 쓸 때마다 미리 미리 적더라구요. 자기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 스스로 찾아가는게 참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키움 선생님께 이후 여행결산도 가능하면 같이 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영쌤의 페이스북 포스팅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영쌤 : 2일차 저녁은 해물뚝배기 먹기로 했었는데 식당 건너편에 롯데리아가 있었던 거예요. 갑자기 한 아이가 “햄버거 먹고 싶다.” 한마디에 다들 술렁거렸죠. 아이들이 고민을 하길래 “이 여행은 너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거야. 그건 너희 자유야 마음껏 상의해.” 라고 했더니 해물뚝배기 가격을 깎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식당 주인과 가격을 협상을 하고, 깨끗하네, 맛은 어떠하네 의견이 분분했어요. 그런데 아이들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우물쭈물 답 못하는 아이들에게 “햄버거구나?” 물으니 “네! 햄버거예요.”라고 답해서 햄버거 먹었던 적도 있어요. 아이들의 이런 갈등이 지역민이 운영하는 식당, 숙소를 이용하겠다는 자신들의 공정여행 원칙을 지키려는 것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영쌤의 페이스북 포스팅



 

버스로 이동하고, 섭외한 식당들을 보면서 키움 아이들이 돈을 아끼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쌤 : 맞습니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이 여행은 지원을 받아 가는 거라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컸어요. 큰 돈 쓰는 걸 주저하고 그래서 버스 차편이 없는 상황에도 택시 탈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식단을 짤 때도 대부분 7-8천원 메뉴의 관광식당을 가기에 제가 "성인입맛이네. 식당 선택의 기준이 뭐냐" 물어보니 제주의 맛이 아니라 가격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작정하고 남은 예산을 확인한 뒤 마지막 날 식사는 잘하는 해물탕집가서 1인당 12,500원짜리 해물탕 먹었어요. 



시간이 촉박해 비록 20분 만에 흡입해버린 해물탕. 애들아, 맛있었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 처음 계획이 3박4일이었는데 아이들이 일정 적은거 보고 제가 4박도 가능할 거 같다고 한 게 크게 작용한거 같아요. 4일차 되던 날 결산해보니 서울여행도 가능하겠더라구요. 제가 "여행 더 하고 싶으면 국내여행 최초로 5박 6일 해볼까" 했더니 열광의 도가니가 된 거에요. 저는 정말 아이들이 5박 6일 하지 않을까 했었어요. 서울 와서는 피곤했던지 1박하고 가긴 했지만요.



영쌤의 페이스북 포스팅




키움 친구들과 여행객을 비교해 봤을 때 보고 느끼는 것에 반응은 좀 다른가요?

영쌤 : 트래블러스맵의 여행객들은 여행지를 다니면서 반응이 즉각 와요. 여행지가 흡족하면 "와~ 좋네요" 성에 안차면 "아.. 네.." 라고. 반면 키움 아이들은 그 많은 여행지를 다녔지만 좋다 싫다 별 반응이 없더라구요. 유일하게 아이들이 너무 좋다고 표현 했던 곳은 식당 앞 바다가에 밥 먹고 우르르 나갔을 때였어요. 제주도에 오면서 그 흔한 해수욕 일정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계획에 없던 바다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내리 쬐는 뙤약볕에도 너무 즐거워하는 키움 아이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좋다 싫다 반응이 거의 없었던 건 아이들이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매해서 남이 짜준 일정을 따라다니는 손님 입장이 아니라 자신들이 계획하고 일정을 챙겨가는 내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 아니였을까 싶어요. 자기가 꾸리고 그림 그린 여행이요. 어느 여행지가 가면 와~ 감탄하고, 인터넷이나 주변사람들에게 들은 것으로 큰 기대를 하고 왔는대 생각보다 별로인 거기가 거기인 관광지만 다니는게 아니였거든요.  ‘제주4·3평화공원’ 이나 자연을 보존하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 제주도 곳곳을 다닐 때  담담하게 경험한 것들을 새기는 것 같았어요. 이런 경험과 기억을 했기때문에 몇 년 지나도 아이들에게 제주도 여행은 무게감 있게 남을 것 같아요.



‘제주4·3평화공원’ 내 관람객들이 남긴 글 앞에서




일정이 빡빡하던데 피곤하진 않으셨어요?

영쌤 : 3일째가 되니 차만 타면 자는거예요. ‘쇠소깍’을 도착했는데도 대부분 아이들이 일어나질 못했어요. 그래서 키움 선생님이랑 상의해서 잠깐 재웠는데 뒤를 돌아보니까 다들 기절해 있더라구요. 너무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런데 이 사진을 본 회사 동료들이 한국 아이들이 필리핀 여행 왔는데 잠자는 아이들 보고 필리핀 가이드가 너무 신나서 찍은거 같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여행이 직업이어서 나오면 쌩쌩해져요. 여행 인솔을 할 때 제일 수칙은 ‘안전’. 그리고 ‘처음 가본 것처럼 신나게’예요. 인솔자가 시큰둥하면 여행객은 맛이 떨어지거든요. 그런데 키움 아이들과 여행에서는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제가 더 신났던 것 같아요. 



기절한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는 영쌤. 안쓰럽고, 기특하고, 그중에 최고는 재밌고.




키움 아이들은 여행 중에 의견 충돌 같은 거 없었나요?

영쌤 : 사실 아이들하고 여행가면 굉장히 긴장하거든요. 수학여행 가면 십년은 늙어서 와요. 그런데 키움 아이들은 많이 달랐어요. 단결하고, 서로 위해 주는 게 엄청나요.


영쌤의 페이스북 포스팅



이 사진은 ‘한라산 영실 코스’인데 오르막의 연속이에요. 애들이 지금 뭐하고 있냐면 뒤에 오는 사람 기다리는 거예요. 한참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몇 번을 기다리곤 했어요. 키움 아이들 안에 나름 규칙이 있는 거 같았어요. 뭘 해야 되고, 서로 돕고, 삐지거나 화나면 달래고, 다시 단결하는 이런 느낌이요.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는 힘이 아이들에게 있더라구요. 자정능력을 지녔다 랄까. 



"애들아 왜 거기있어?" ___ "아직 OO이 못올라 와서 기다려요~"




아이들과 ‘통했다’ 느끼신 거 있으세요?

영쌤 : ‘김영갑 갤러리’에서 아이들에게 김영갑 작가와 작품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때 아이들이 “아~” 하더라구요. 왠지 통하는 기분. 그리고 아이들이 사진에 박힌 것처럼 한참을 보더라구요. 몇 명의 아이들은 김영갑 갤러리에 와서 사진의 세계에 조금은 발을 디딘게 아닐까 싶었어요. 사진을 많이 찍어본 친구들은 아니니까 이런 약간의 힌트로 영감을 받고 이후 사진을 찍거나 보게 된다면 사진을 찍는 작가의 자세와 의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었어요. 



영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삶 속에서 무심히 스쳐가는 것들 중에서 영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것이 멘토의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멘토와의 대화 속에서 힌트를 얻고 사진을 봤을 때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듯이, 자신의 여행을 통해 나와 우리를 발견했다면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깨닫기 시작한거 아닐까라고.


 

영쌤이 손꼽았던 사진 중 하나. 뻘쭘을 놀이로 바꿔버리는 아이들. 4번이나 깡충 깡충 뛰었더랬다.




아이들과 여행이 준 울림이 있다면?

영쌤 : 길 위의 희망찾기 여행은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사업이니 일이긴 한데, 어째든 좀 더 정을 나누며 함께 여행한 기분이 들었어요. 저희가 서울여행 하루를 더 했었는데 인사동에서 밥을 먹으며 한 아이가 “영, 이제 못 봐요?” 그러는 거예요. 갑자기 그 말에 쿵 하는 게 있었어요. 하지만 바로 “아니야. 닫기캠프 때 보잖아.” 그랬더니 또 금방 “그렇군요.”하고 풀어지더라구요. 그런데 속으로 아이들과 헤어지고 나면 한동안 못 본다는 생각에 약간 울컥했었어요. 



길위의희망찾기 비기획팀 '키움청소년센터' 아이들의 멘토 사공영익




마지막 날 아이들과 헤어지던 시각 영쌤이 시계를 선물 받았다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마치 이 순간, 이 추억을 찍어두지 않으면 흘러가 버릴 거 같은. 그래서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선물해준 시계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영쌤의 페이스북 포스팅



아이들과 헤어질 때 시계를 선물 받았다고 들었어요?

영쌤 : 서울 인사동에서 아이들이 쇼핑할 때 아이들이 “영은 뭐 좋아해요?” 묻기에 짐작했죠. 그래서 진지하게 사지 말라고 했는데 기차역 가는 길에 “선물이에요.”하고 주더라구요. 한번 거절하고 받았어요. 시계더라구요. 어떻게 시계 살 생각을 했냐고 물어보니 “손목에 시계가 없어서...” 세심하기는. 감동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어떡하냐. 나는 너희들에게 줄 선물이 없는데.” 했더니. 그 다음 아이 말이 또 한 번 쿵 했어요. “영 우리랑 같이 여행 다니고 멘토 해줬잖아요.” 속으로 ‘나 이게 직업이야.’ 이런 생각 없잖아 있었는데, ‘아!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 들었어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숙하고, 걱정과 고민이 많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식당 선택 기준이나, 반드시 자신들이 짠 일정을 지키려는 것이나, 큰 돈 쓸 때 주저하는 것들이 뭐랄까 뭉클한 게 있었어요.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서 훌쩍 컸다고 느낀 점 있으세요?

영쌤 : 한라산 올라가서 사발면 먹는데 자기들끼리 매주 등산 할까? 셋째주 좋아 넷째주 좋아 그러는거예요. 한라산 오를 때 힘들다고 "영, 멀었어요? 얼마나 더 가요? 저기가 끝이에요? 왕복 4시간이라면서요~" 이러던 아이들이었는데 정상에 올라가서는 등산의 느낌이 너무 좋은걸 알게 된 거죠. 



한라산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어느 새 몸에 밴 듯 또 다른 여행을 그리는 아이들




누군가 길 위의 희망찾기 여행을 통해서 아이들이 뭐가 변했냐 물어본다면 이건 거 같아요. 여행에 대한 재미를 알고 또 가볼까 단초 심어주는 거요. 아이들은 자랄 때 어느 순간 키가 훅 크고 생각도 훅 크는데 여행을 통해서 생각주머니가 빵빵해진 느낌 그런 느낌 들었어요. 정말 많은 아이들이 이 경험을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어지는 용산역에서 한 친구가 “우리 매달 돈 모아서 내년에 해외 가기로 했어요. 어제 계획 세웠어요. 제주도 한 번 더 갈까 했는데요, 이왕이면 해외가 좋을 거 같아서요.” 그러더라구요. 해외여행 계획까지 세울 수 있었던 건 이 여행을 해봤으니까 여행이 얼마나 재밌고, 신나고, 보람찬지 느끼고 깨달은 거 같아요. “아이들아 해외여행 갈 때 내가 필요하면 연락해. 일정 짜는거 봐주고 어디가 좋은지 설명해줄 수 있으니까!”


(인터뷰 : 아름다운재단 홍보팀)



영쌤은 길 위의 희망찾기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여행을 선물할 수 있기를, 더불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법도 찾아본다면 좋겠다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여행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겠다합니다. 




 
꿈꾸는 다음세대를 키우는 아름다운재단 '길 위의 희망찾기' 청소년 여행 지원사업 동참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