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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다시, 곰배령에서

그러고보니 곰배령을 갈 때마다 누군가를 인터뷰해 오라는 지령을 받았다.
뭐, 그래봤자 두 번째이긴 하지만 두 번 모두 인터뷰 지령이 떨어진 셈이니 어쨌든 100%.
3년 전, 처음으로 찾은 곰배령은 눈이 20센티 넘게 쌓여 있던 곳이었다.
도시의 눈과는 달리 깨끗하고 반짝거리는 그대로 얼어버린 곰배령의 눈은 여행을 함께 했던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이 되어주었다.

그 겨울, 초등학생 여행자들이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썰매를 타던 민박집 앞 내리막길에는
이제 남보랏빛의 붓꽃이 우아하게 피어있고 나무 사이로 해먹이 한가로이 걸려있다.
아이들이 낑낑대며 설피를 만들어 신발에 끼운 채 눈 위를 저벅저벅 걷고, 민박집에 살고 있던 시베리안 허스키가 졸졸 쫓아다니던 그 길에는
가지가 층을 이루어 뻗는다는 층층나무가 작고 새하얀 꽃을 눈부시게 피워내고 있다.



곰배령에는 여름이 그 생생함을 뽐내며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다시는 안 오겠다했던 곰배령, 그러나 4년째

이동시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맵의 공정여행 방침이 곰배령에 갈 때만은 불편한 교통편으로 인해 전세버스로 대체된다.
그 덕에 맵은 4년째 이성원 기사님과 함께 곰배령을 다녀오고 있다.
현재 트래블러스맵에 있는 어떤 스탭보다도 더 많이 곰배령을 맵과 함께 다녀오신 분,
웬만한 맵의 스탭들은 줄줄이 꿰고 계신 분,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쉬어갈 휴게소나 중간에 들러야 하는 할머니네 구멍가게 앞에 능숙하게 멈춰서 주시는 분이 이성원 기사님이다.

-(오미재를 넘으며) 4년 전 1월 겨울이었을거야, 맵이랑 곰배령에 처음 온 게. 그 때 눈도 많이 쌓이고 오미재를 아주 설설 기면서 운전했지. 설피마을에 딱 도착하니 왜 그리도 춥던지, 내가 다시는 곰배령 안오겠다고 다짐했다니까?

-(맵 스탭보다 곰배령을 더 많이 다녀가셨겠다라는 말에) 나도 거의 직원이지 뭐.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까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나한테는 곰배령 오는 게 쉬는 거야, 공기도 좋고 밥도 맛있고.

-(항상 마무리는 맵의 국내여행팀장 영 칭찬으로..) 영이 사람이 정말 괜찮더라고, 예의바르고.. 그나저나 빨리 짝을 찾아야 할텐데...


다시 트래블러스맵, 이번에는 곰배령


들꽃을 보며 천천히 걷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맵의 곰배령 프로그램을 선택한 여행자 고형자님은
지난 1월, 첫 번째 가족여행을 캄보디아로 다녀오신 분이다.
그 당시에 전화상담 하고, 현지에서 공항에 마중나가 숙소까지 모셔드린 팀이라 여행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할 때부터 반가움에 마음이 들뜨고,
강변역 만남의 장소에서 고형자님을 보자마자 그 때의 얼굴과 분위기가 떠올랐다.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 몰랐네~ 아치는 잘 있나요? 그 때 캄보디아 여행을 너무 즐겁게 다녀와서 그 다음부터 계속 트래블러스맵 홈페이지만 보고 있어요. 청산도도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못가서 너무 아쉬워~

-(곰배령을 오르며) 난 정상을 꼭 가야 하나 싶어. 이렇게 길가에 핀 들꽃 보는 것도 너무 좋은데 말야. (드디어 정상!) 그래도 힘들지만 올라온 보람이 있네! 이렇게 멋진 정상인줄도 모르고 안왔으면 후회할 뻔 했어.

이번 여행에는 연세가 아흔되신 할아버님 여행자도 참가하셨는데,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체력과 건강을 자랑하시며 방태산과 곰배령을 오르내리셨다.
얼마 전에는 맵의 동강트레킹 프로그램에도 참가하셨는데, 담당 스탭인 신지와의 여행을 즐겁게 추억하신다.
할아버님 옆에서 함께 길을 걷다보면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이고, 저 풀은 어떤 풀이고, 이 자리는 간밤에 멧돼지가 다녀갔네 하시며
익숙하지만 또 새롭게 발견하신 것들을 안내해주셔서 오히려 내가 더 즐거웠던 동행이었다.

-(건강 비결을 여쭙자) 내가 등산만 45년, 게이트볼은 30년째 하고 있어요. 노인정에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전 보고 하는 건 하기 싫더라고. 틈만 나면 매일이고 산에 올라요. 직장다니는 젊은 사람들한테도 말하고 싶어, 등산이 정말 건강에 좋다고.

-(곰배령을 오르는 길, 잠시 멈추시더니) 저기, 저 계곡에 햇빛이 비추는 부분 바로 옆에 보여요? 열목어야. 물이 아주 맑아야 사는 물고기인데, 여기 있구만.


결국,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열목어. 등산을 열심히 하다보면 저 멀리 계곡 물에서 놀고 있는 열목어를 볼 수 있는 눈도 생기게 될까?

이성원 기사님에게 곰배령은 쉼이고,
이형자 어머님에게 곰배령은 들꽃이고,
김정은 할아버님에게 곰배령은 익숙한 새로움인 것 같았다.

나에게 이번 곰배령은?
인터뷰라기보다는 여행자와 나눈 수다의 기억, 그리고 여름을 예찬하게 만든 힘으로 남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는 짜증으로 여겨지는 여름이 다가옴을 곰배령에서는 한없이 감탄하게 하는 힘이 그곳에 있었다.
투명한 계곡 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소리와 빽빽한 숲의 필터로 걸러진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땀 흘리며 걷다가 문득 뒤돌아봤을 때 건너편 산을 메운 초록의 숲에 눈까지 시원해지는 자연의 선물 같은 한 때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곰배령에는 여름 들꽃의 꽃망울이 세상에 나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