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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소셜프로젝트

[칼리의 지구별여행기] 동강여행

어린이 지구별여행자들의 두 번째 여행지는 동강입니다.

동강이 품은 마을, 제장마을 주변으로 고성분교, 고성산성, 칠족령전망대, 하늘벽 유리다리 등등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예쁜 풍경들을 한걸음 한걸음 밟아보고 돌아왔답니다.

제장마을에서 동강사랑지기를 하고 계시는 김영주 선생님이 이번 여행에 함께해 주셨어요.

마을 구석구석을 함께 돌아봐 주시고, 마을 분들에게 저희를 소개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덕분에 쌩~하게 여행다녀온 느낌이 아니라 동강에 푹 파묻혀서 그 결을 제대로 느끼고 왔다는 느낌이 드는 여행이었습니다.

사진놀이를 담당하고 계시는 어무녕 선생님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여행 사진을 보시다 보면,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있는 궁별들의 모습이 눈에 띌 것입니다. 여행은 그 자체로도 즐겁지만, 그것을 기록하고 나눌 수 있는 방법과 함께할 때에 또다른 의미를 가지고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걸으면서 본 것과 느낀 것들을 사진에 담아보기로 했어요.

 

동서울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영월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면,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예미역까지 들어갑니다.

제장마을은 한번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요. 쉬운 곳이 아니어요.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한시간 동안은 영월서부시장에서 강원도 먹거리들을 구경하며 침을 꼴깍 삼키기도 했습니다.

 

 

이날 강원도에는... 기상이변이 있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4월에 눈이 내리는 건 처음 본 것 같아요. 그것도 이렇게 쌓일 정도로. 고속버스를 타자마자 아이들은 잠들었습니다. 눈을 뜰 때 즈음 우리는 강원도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눈이 오고 있었고요. 아, 눈을 뜨는 순간에 우리는 다른 세상에 도착해 있었네요.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승용차와 트럭으로 이동수단을 바꿔가며 마침내 고인돌민박에 도착합니다. 오랜 여정 끝에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습니다. 나물과 두부, 밥과 국으로 차려진 소박하지만 맛있고 푸짐한 밥상이었습니다.

 

 

고인돌 민박의 발바리 강아지와 첫 눈맞춤을 하고 있는 책벌레. 아이들을 아주 좋아하는 발바리였습니다. 여행내내 우리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길을 안내(?)했지요. 그 깊은 인연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첫 만남의 순간이네요.

 

 

그럼 첫번째 목적지인 고성분교를 향해, 조심조심 고랑만 골라 밟으며 출발!

 

 

산성들을 지나고, 갈대밭길을 따라 걷습니다.

 

 

가파른 언덕길을 종종걸음으로 내려가기도 하구요.

그리고 마침내 동강과 만납니다.

 

 

동강에서 한참을 재미나게 놀았습니다. 물수제비 뜨는 법도 연구해보고, 동강에 사는 동물들의 발자국을 뒤쫒기도 하구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어무녕과 사진놀이를 합니다. 지금은 지도를 보며 오늘 우리가 걸은 길을 표시해 보고 있지요.

그리고 나서는 사진과 관련된 단어들로 게임도 하고, 간식도 먹고, 다락방에 올라가보기도 하며 동강사랑에서의 하룻밤을 만끽했습니다.

첫째 날 걸은 길은 동강을 바로 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길이었어요. 강을 따라 걸으며 자갈도 밟고, 풀도 밟았지요. 두번째 날은 동강을 멀리서 볼 수 있는 길을 걸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길이었지요. 높은 곳에서 본 동강은 굽이 굽이 휘어지는 유연한 굴곡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궁별들, 물 한 모금도 나눠마시면서 걷습니다.

지역마다, 땅마다 기운이 있고 성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강의 아름다움은 여성스럽고 온화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고, 그 기운을 타면서 걸을 수 있는 그런 곡선 . 그렇다고 마냥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격한 굴곡과 관능을 가지고 있는, 그런 여성스러움이요.

칠족령 전망대, 하늘벽 유리다리를 지나 연포마을로 내려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갔다 내려온 아이들의 발걸음이 마냥 피곤하거나 무거워 보인다기보다 리드미컬해 보였습니다. 힘들면 터벅터벅 걷기도 하고, 그러다가 기운이 나면 씩씩하게 내닫기도 하고 종종걸음 치기도 하고, 그러면서 걷는 거죠.

꽃나무 사이로 걷는 아이들. 어제는 눈이 왔는데 오늘은 봄이네요.

마지막 언덕을 오르고 있는 맨발의 순례자들입니다.

 

언덕을 끝까지 오르고 나면, 트럭이 기다리고 있지요. 여기서부터 트럭을 타고 예미역까지 이동합니다.

이틀간의 걷기여행를 마치고, 좋아하는 트럭 뒷자리에까지 탄 궁별들의 표정이 봄날 꽃처럼 활짝 피었네요.

기차를 처음 타 본다는 궁별들도 적잖았습니다. 저는 기차는 처음이 아니지만 예미역처럼 작고 예쁜 역에서 타는 기차는 처음이었습니다.

이틀간 저희 여행을 함께해 주신 김영주 선생님과의 작별의 순간입니다.

책벌레는 울고 있는 것이 아니어요. 인사를 하고 있는 거랍니다.

아라는 점잖은 악수로 작별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기차에 타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나자 길별, 궁별 할 거 없이 모든 사람들이 곯아떨어졌습니다.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해서 기차를 타는 순간까지 열심히 걸었으니 피곤할 만도 하겠지요. 그렇게 잠에 빠져들고, 다시 눈을 뜨면 우리는 다른 세상에 도착해 있습니다. 서울입니다.

동강은 다른 세상 같았어요. 평화롭고 비밀스러운, 그렇지만 푸근하게 우리를 받아주는 그런 장소에 이틀 동안 푸욱 안겨 있다가 돌아온 것 같은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참고-동강여행의 아름다운 사진들은 트래블러스 맵의 인턴, `쟈기`가 찍어주셨습니다. 너무 예쁜 사진들이죠?

트래블러스맵 교육여행팀 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