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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구생활] Yo 여행, 파헤쳐 보자. 팍팍! (2) 아름다운 고립, 울릉도 나리분지

::: 아름다운 고립, 울릉도 나리분지 :::

이와이 슌지의 영화 <러브레터>를 좋아한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DVD 컬렉션중의 하나이며 10번 정도는 본 것 같다. 매년 겨울이 되면 꼭 한번씩은 본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은 후지이 이즈키가 죽은 산을 향해 히로코가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겐키데스'라고 소리치는 장면.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살아있는 후지이 이즈키가 히로코의 편지를 받고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눈 쌓인 운동장에서셀카질을 하는 장면이었다. 나카야마 미호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꼭 그녀와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그래서, 훗카이도에 가고 싶었고 설국의 정원에 발을 디뎌보고 싶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그 소원을 이뤘다.

포항발 울릉도행 여객선이 일주일 동안 악천후로 인해 결항되었다.
다행이 내가 담당한 여덟명 가족의 울릉도 여행 출발일에 재개되었다. 바다는 나의 입도를 허락해 주었다.

겨울의 울릉도는 인적이 없다. 여행객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민박과 식당주들은 포항에서 겨울을 보내거나 가끔 섬에 들어와 시설을 관리하신다. 그래서 겨울의 울릉도는 한적하고 더 울릉도답다.


함께한 여덟 가족분들은 공동육아를 하고 계시는 부부들이셨다. 지난 여름에는 몽골로 공정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한 공정관광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었다. 조금은 불편하더라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문화를 직접 실천하고 계신 분들을 인솔하게되어서 행운이었다.


우리의 간략한 일정은, 1일차. 행남해안산책로 걷기, 저도항수산물 구경하기, 2일차. 성인봉트래킹, 나리분지 들어가기, 3일차. 태하등대 구경하고 모노레일 타보기 이었다. 많은 뒷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행남해안산책로의비경과 절벽 그리고 바위들, 울릉도로 가고 오던 비하인드 스토리 등)그건 나리분지로 가기 위한 전주곡에 불과하니까 생략하기로 한다.

나리분지까지는 관내 버스가 다닌다. 눈이 많이 오면 그 버스마저도 끊긴다. 울릉도 겨울의 눈은 차량도 오고 가기 힘들게 한다. 성인봉을 넘어오던지, 천부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나리분지까지 올라와야 한다.
봄(기획여행팀 스탭)의 인솔하에 어린이들은 천부쪽에서 올라가기로 하고 어른들은 나와 성인봉을 넘어 알봉분지를 지나 나리분지로 가기로 한다.


울릉도 현지분이신 울릉산악회 산악대장님을 모시고 나리분지로 향했다.

겨울, 눈 쌓인 성인봉을 향하는 길은 많은준비가 필요하다. 스패치, 여벌장갑, 스틱 등 보온과 방한장비가 필수다.


대한민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울릉도, 그중에서도 최고라는 성인봉과 나리분지.
눈, 눈 그리고 눈… 그건 겨울이 주는 최대의 선물이다. 겨울산에게 휴식을 주는 하늘의 배려였다. 4시간을 올라 성인봉정상에 다다라 인증샷을날렸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울릉도는 히든카드를 남겨 놓았다.

지형을 잘 알고 계시는 산악대장님은 눈썰매를 타고 나리분지까지 갈 수 있는 비경코스를제안하셨다. 1km 가까운 거리를 시속 50km가 넘는 속도로 엉덩이 봅슬레이를 타고 내려왔다.(그 장면을 사진에 못 담은 것이 너무아쉽지만 온통 눈밭인데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 추위와 허기도 잊게 하는 시간이었다. 대피소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나리분지입구에 들어섰다.

아,~ 나리분지…
그건 내가 경험한 최대의 눈이었다.

강원도 화천에서 3년을 살면서 눈을 참많이 봤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애들 장난 이랄까?
울릉도는,
설국, 눈의 나라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1박. 보통 여행사들은 겨울 나리분지에서 숙박을 기피한다. 여러 인프라가 안되어있고, 손님들에게서 수익이 나올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간다.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기회, 지역 주민분들께는최선의 기여, 환경에는 최소의 영향!


나리분지를 떠나오면서 뒤돌아본 풍경은 아름다운 고립이었다.




나와 자연.
나를 뒤돌아볼 수 있는
절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후지이 이즈키가 저기 있을 것 같았다.







여행기획팀 네오 (@neo_jujo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