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채식전문매거진 비건 2014년 1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미지의 땅 미얀마가 다가온다!
한때 태국 전역을 지배하고 인도와 대적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져 ‘황금의 땅’이라고 불리던 곳. 하지만 정치적 봉쇄로 40여 년간 외부의 발길이 끊겼던 ‘미지의 세계’, 그런 미얀마가 봉쇄가 풀리면서 아시아 여행자들의 새로운 명소를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얀마에 대한 정보는 적고, 여행의 경험도 적기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런데 여기, 미얀마와 약 1년을 함께한 사람이 있다. (사)헬프에이지 송유림(28)활동가, 그녀가 미얀마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던 이유. 미얀마의 문화와 사람 그리고 여행 이야기.
+ 글, 사진. (사)헬프에이지 송유림 간사, ㈜트래블러스맵 권유선 연구원 www.travelersmap.co.kr
+ 에디터. 이향재
나와 미얀마, 인연의 시작
Map(이하 M) 미얀마에서 1년 동안 뭘 하셨나요?
송유림(이하 S)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미얀마의 사회, 문화 자산을 조사하려고 만든 프로젝트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하게 되면서 원조 사업의 단원으로 파견됐어요. 전공인 문화인류학을 살려 미얀마의 문화를 조사하는 일이었죠. 원조, 문화인류학, 이런 단어들을 나열하니 심오해 보이지만 그냥 미얀마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는지, 뭘 하고 노는지, 어디서 사는지 그런 것을 기록하는 일이었답니다. 이름만 어려울 뿐 그저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다 오면 되는 일이었죠. 사실 그게 쉽지 않았지만.
M 여러 국가가 있는데 그 중 미얀마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S 어떤 나라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 나라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가 보고 싶은 나라가 있잖아요. 미얀마가 그랬어요. 요새 미얀마가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요새’, ’황금의 땅’, ‘미지의 세계’ 이런 미사여구를 끌고 다니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전 그런 건 아니었고 정말 그냥 끌렸어요.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솔직히 어디 잇는지도 몰랐을 정도예요.
미얀마는 어메이징한 나라!
M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는 말이 재미있네요. 미얀마가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라는말은 들은 적이 있어요. 1년 동안 경험한 미얀마는 어떤 나라인가요?
S 어메이징한 나라에요. 땅 넓은 것을 티 내듯 가는 곳곳마다 다 다른 나라이고 중국, 인도, 태국, 영국의 영향을 고루 받아서 도대체 고유의 매력이 무엇인지 감 잡기 어려운 나라이기도 했죠. 사실 5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이런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근데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미얀마의 색깔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미얀마는 또 사춘기 청소년 같은 느낌이 있어요. 2차 성징이 일어나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것 같지만 마음은 아직 아이인 그런 느낌. 대도시인 양곤은 미얀마가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각종 투자, 원조, 관광이 마구 늘어나 좀 혼란스럽기까지 해요.
매일매일 달라진다는 말을 실제로 느낄 정도인데 여행 다니면서, 그리고 마을 조사를 하면서 만난 작은 도시나 농촌 주민들의 일상엔 별 변화가 안보였죠. 그들은 그냥 태연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마치 그런 변화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그래서 변화하기 시작한 지역은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노력하는 단계이고, 아직 그런 징후가 없는 곳은 여전히 이전의 삶을 유지하는 곳이죠. 사춘기라는 비유가 진짜 적절한 것 같네요.
M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개발과 보존의 교차점에 있는 것 같아요. 사춘기라는 말에 굉장히 와 닿네요. 그럼 유림씨의 기억에 미얀마라는 나라는 어떻게 남아 있나요?
S 양곤국제공항에 착륙하려고 비행기가 서서히 내려올 때 밖을 내다보면 황금빛 불탑들이 보여요. 그게 딱 미얀마의 첫인상이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징적인 모습이죠. 자다가도 그 세모 모양의 탑을 보면 ‘아 이제 미얀마에 도착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전 미얀마에서 승려 거주 비율이 가장 높다는 만달레이에 살아서 그런지 불탑을 거의 매일 셀 수 없이 봤어요.
바간에 여행가서는 말할 것도 없었구요. 재미있는 건 제가 프로젝트를 했던 마을 이장님과 마을 지도를 그렸는데 가장 먼저 세모 그림을 그리더니 그 동네에서 가장 큰 불탑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그 곳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그리시더군요. 불탑은 단순히 예불을 드리는 곳이 아니라 마을의 랜드마크이고 자산이에요. 그래서 저에게는 ‘미얀마=불탑’. 이렇게 남아있어요.
미얀마에는 누가 살고 있나?
M 그래서 미얀마를 ‘불탑의 나라’라고 하는군요. 바간은 불교 성지 중 하나라고 들었어요. 그럼 불교와 불탑의 나라 미얀마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나요?
S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보통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한류의 타겟 지역은 베트남이나 태국정도인 것 같은데 미얀마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에 그렇게 열광하는 게 이상했어요. 농촌지역에 가도 주민들이 한국어로 인사 정도는 다 하더라구요. 저도 본 적 없는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고 배우들도 인가가 엄청나요. 한번은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님께서 부인이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는데 한국 남자들을 진짜 결혼하면 다 그렇게 바람을 피냐고 물어 보시는 거예요. 제목을 물어보니 아침 드라마더라구요. 역시…, 미얀마 불교의 계율 중에 다른 사람의 남편이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불륜이 소재로 쓰이다 보니 문화충격이 컸나봐요.
아, 그리고 무엇보다 순박한 사람들도 잊혀지지 않아요.
미얀마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커피가 생산되는 곳이에요. ‘매묘커피’가 너무 맛있길래 커피빈(Coffee bean)을 사고 싶다고 했어요. 분쇄되어 있는 커피빈을 사고 싶으니 파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더니 거듭 물어보는거예요. “you want coffee bean?” “yes” “sure? Coffee bean?” “yes!!!!!” 대략 이런 대화였어요. 그 분이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길래 ‘왜 그러시지?’했죠. 조금 후에 커피를 판다는 곳에 도착해서 내렸는데 막 숲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여기서 무슨 커피를 팔까 싶었는데 조금 후에 그 기사님이 이게 커피빈이라면서 가리킨 것을 보고 웃음이 터졌어요. 그것은 바로 커피나무 묘목이었거든요! 미얀마어로 ‘빈’은 나무라는 뜻이에요. 기사님은 심지어 ‘너 이 나무 한국 가져갈 수 있는거냐’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길래 정말 웃을 수 밖에 없었죠. 곧이곧대로 나무를 찾아 주는 순진함이란!
미얀마에서는 어디를 여행할까?
M 즐거운 여행은 사람이 기억되는 여행인 거 같아요! 1년 동안 여행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미얀마 거주 경험자로서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S 양곤, 바간, 인레, 만달레이는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관광객들이 붐비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세 곳 말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라면 미얀마에서 날씨가 가장 좋다는 삔우린과 미얀마에서 절대 기대하지 않았던 와이너리가 있는 따웅지에요. 삔우린은 선선한 날씨 덕에 농산물과 과일이 맛있어요. 특히 딸기가 유명한데 딸기로 만든 온갖 음식들도 유명하죠. 딸기와인, 딸기주스, 딸기잼, 딸기쿠키 등등, 곳곳이 딸기밭이에요. 그리고 또 유명하진 않지만 매묘(삔우리의 옛 이름) 커피가 있는데 맛이 좋아요. 따웅지의 와이너리는 생긴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래도 와이너리가 서너 군데 생기면서 와인 산업이 번창하고 있죠. 마트에 가면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이 ‘Pride of Myanmar’라는 섹션에 전시되어 있어요. 따웅지는 또 인레호수 근처라 들렀다가 가는 길목으로도 좋지요. 와이너리에서 치즈 한 조작ㄱ에 와인 시음하기도 좋고! 미얀마에서 정말 뜻밖에 커피와 와인을 즐겼던 것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떤 부분인데 신기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들이라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M 삔우린과 따웅지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 곳이네요. 하지만 역시 미얀마라고 하면 바간과 인레를 먼저 떠올리지요. 바간과 인레 여행은 어땠나요?
S 너무 뻔한 비유지만, 바간은 미얀마의 경주 같은 곳이에요. 지평선이 안 보일 만큼 넓은 평지 위에 무려 5,000여 개의 불탑이 흩어져 있어요. 당연히 모든 불탑을 다 보지는 못하죠. 바간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현지인이 불탑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설명함 안내해주던 것이에요. 그런데 전 일정 함께할 수 없어서 후반 부에 봤던 작은 불탑들은 어떤 역사적 배경이나 사연을 가졌는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죠.
M 그럼 바간을 여행하기 전에는 미얀마 불교에 대해 공부해 봐야겠네요.
S 네, 여행하는 내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실감 났어요. 바간에 가시기 전에는 꼭 불교에 대해 알아보시고, 현지인 안내자와 함께하시기를 추천해 드려요.
M 바간이 불탑의 도시라면, 인레는 휴양지로 많이 소개되지요. 인레는 어떤 곳인가요?
S 계속 식상한 비유지만, 바간은 경주, 인레는 제주도예요. 그만큼 여유로운 휴양지의 느낌이자, 배낭여행자를 가장 많이 본 곳이기도 해요. 그래서 숙소나 식당도 다른 지역과 다르게 좀 관광지의 느낌이 더 많이 났어요. 그래도 태국의 붐비는 휴양지와는 또 다른 미얀마만의 차분함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곳이에요.
M 배낭여행자가 많다면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일까요?
S 일단, 호수가 가장 유명하죠.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액티비티가 굉장히 잘 발달해 있어요. 또 매해 1월이면 지역에서 가장 큰 보트 축제를 열어요. 인레에 관련된 사진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사진은 한 발로 노를 젓고 있는 잉따족의 사진이잖아요. 그 잉따족의 축제예요. 다른 민족들도 함께하는 대표적인 축제랍니다. 또 호수에 배를 대고 산으로 올라가면 미얀마 소수 민족들의 생활을 직접 만날 수 있어요. 물론 호수에서 살아가는 수상 부족들도 있고요. 나라가 넓고 역사가 오래된 만큼 여러 민족이 함께하고 있지요.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 것은 인레에는 온천도 있다는 것이에요. 물이 굉장히 뜨거웠는데, 여행의 모든 피로를 덜어주는 노천 온천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네요.
아,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은 인레에서 가까운 껄로에서부터 인레까지 트레킹이 가능해요. 이 코스를 이용하면 고산족 마을에서 홈스테이도 가능하죠. 미얀마의 문화를 직접 느끼고 싶으면 이 방법보다 좋은 것은 없어요.
민족만큼 다양한 미얀마의 음식
M 미얀마도 이제 곧 유명해 질 것 같은데, 아마도 뿌듯하면서도 한켠에서는 걱정도 있을 것 같아요.
S 걱정 많이 되죠. 지금 바간도 개발정책에 의해 모든 시설이 뉴 바간으로 옮겨지고 뉴 바간에는 호텔, 쇼핑센터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여행자를 위한 거라지만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죠.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답게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는 것의 중요함이 아직 많이 공감대를 못 얻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미얀마를 여행할 때는 스스로가 여행자로서의 예의를 지키고자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불교국가라는 것을 잊지 말고 옷차림, 행동, 말에 주의를 많이 해야 해요. 그리고 밝게 인사하고, 사진 찍을 때 허락을 받는 등. 기본적인 공정여행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얀마가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여행자에 의해 더욱 파괴되면 안 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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