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사냥을 떠나는 여행>
사파리(safari) - 스와힐리어로 "여행"이라는 뜻.
하지만 우리가 하는 여가로서의 여행이 아닌
'사냥'을 하러 떠나는 여정을 말한다.
머지않은 과거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창/화살'을 들고 'Hunting'하던 세렝게티에
지금은 전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Shooting'을 하러 찾아온다.
주체와 방식은 바뀌었으나,
동물들을 찾아 헤메고, 그들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확실한 것은,
정작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사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파리는,
흥분되고 꿈같은 경험이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불편하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그곳에 사는 동물들도 더 이상 주인행세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점령한 듯한 어딘가 비현실적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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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을 벗었는가>
아프리카 여행을 기획할 때 마다 매번 생각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여행자들의 "색안경'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안전과 편리와 재미를 위해서,
결국은 색안경의 색을 아주 조금 옅어지게 하는 정도의 여행을 만들었던 것 같다.
희고 커다란 트럭속에 앉아서
창문을 통해 아프리카와 그 속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우리는 소통을 하는가, 구경을 하는가.
우리는 여행을 하는가, 관광을 하는가.
우리는 사진을 찍는가, 기록을 하는가.
공정여행을 기획한다는 것은,
영화를 만들거나 책을 쓰는 것만큼이나 많은 고민이 필요하더라.
다만 그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여행에서 드러나기 어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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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무슨이유에서인지
아프리카의 하늘은 유난히 더 넓고, 더 낮다.
가끔은 머리가 하늘에 부딪힐까봐
머리를 숙여야할것 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다.
그리고 저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 나올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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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는 죽음의 땅이었다>
킬리만자로 화산이 대폭발하면서 그 화산재가 주위의 모든것을 덮어버렸고,
그 곳에 살던 동식물들은 모두 죽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그 화산재는 미네랄이 풍부한 흙이 되었고, 그곳엔 비가 내려 강이 흘렀다.
굴곡없이 드넓게 펼쳐진 이 땅은 풀이 자라기 더할나위없이 좋은 장소가 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으로 수많은 초식동물들이 모여들었고,
그 초식동물을 따라 육식동물들도 이동해 왔다.
화산재에 덮힌 죽음의 땅이었던 이곳은,
꿈틀대는 생명력의 상징인 세렝게티 대초원이 되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뿐,
죽음과 삶은 언제나 같은 곳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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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라의 뿔은 아름답다>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임팔라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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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무법자>
세렝게티를 가장 무섭고 난폭하게 달리는 동물은, 더 이상 버팔로가 아니다.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타고 있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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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가족의 대이동>
사실, 세렝게티에서 타조는 그리 쉽게 볼 수 없다.
버팔로나 누처럼 많은 개체들이 모여 다니지 않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일지도.
어쨋든
내가 본 타조 가족들 중에선 가장 큰 규모의 가족.
부의 상징이라는, 자식이 무려 8마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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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은, 인간>
넓디 넓은 세렝게티에서 교통체증.
사파리 차량들이 모여있고,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십중팔구
사자, 치타, 하이에나 등 포식자들을 보기 위한 기다림.
정확히 말하자면,
'포식자'가 아니라 '포식자의 사냥'을 보기 위한 기다림.
뒷다리를 다쳐 절룩거리는 얼룩말 한마리가 있었다.
그곳을 향해 멀리서 슬금슬금 걸어오는 하이에나가 있었다.
사람들은 숨죽인다.
치타나 사자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저 하이에나라도 얼룩말을 사냥해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하이에나는 무심히 얼룩말을 지나치고서는
사파리 차량들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아~뭐야."
"잡아먹어, 공격해!"
잠깐이지만,
하이에나가 멈춰서서 분명히 우리를 바라봤다.
원망이 섞인 듯한
그 까만 눈동자와 마주한 뒤에야,
그들의 치열하고 냉정한 생존의 장을
게임을 하듯, 영화를 보듯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내 자신이 무섭게 느껴졌다.
하이에나도, 사자도, 치타도,
무언가를 재미로 죽이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재미를 위해서, 사진을 위해서, 추억을 위해서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의 생명을 빼앗기를 숨죽여 기대하는,
세렝게티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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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저녁은 낮보다 아름답다>
캠핑장으로 들어가는 저녁.
달리는 차안에서 셔터를 누른다.
신기하게도,
아프리카의 태양은
한 순간에 떠오르고
한 순간에 사라진다.
쨍한 햇볕과 따스한 바람이 지나간 후,
어스름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그 때.
편안한 시간을 지나 먹고 먹히는 잔인한 생존의 싸움이 시작되는 그 때.
역설적이게도,
세렝게티의 저녁은 낮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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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Drive>
세렝게티 등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에서
차량을 타고 동물을 보러 다니는 이 같은 여행활동을,
'Game Drive'라고 부른다.
('사파리'도 혼용되지만, 공식적/비즈니스 용어로는 'Game Drive'가 쓰인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언어를 접해보았지만,
Game Drive 만큼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적확하게 드러내는 표현도 없다.
말 그대로,
야생(이라 우리가 칭하는 곳) 에서의 게임/놀이/여흥.
드넓은 초원에서 동물들을 찾아 헤메는 - 롤플레잉 게임.
먹고 먹히는 장면을 구경하는 - 액션 시뮬레이션 게임.
그리고 풍경과 동식물 그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는 - 슈팅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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