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걷히지 않은 푸르스름한 밤기운을 젖히고 붉은 색을 뿜어내며 아침을 알리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이미 마을은 분주하다. 자전거에 곡괭이를 싣고 들일 나가는 사람, 이리저리 부지런히 오가는 자전거탄 사람들, 마주치면 사립문 안쪽으로 숨는 꼬마,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스키니 dog과 닭(캄보디아에서 만난 가축들은 비쩍 마르고 야성미가 넘친다), 아열대지역이라 그런지 이들은 이른 새벽으로 시작한다. 느닷없이 마을 전체에 퍼지는 방송에서 나오는 노래, 노래가 끝나자 남자 목소리로 30분 정도 쉼없이 얘기한다. ‘아~ 아~ 마을 이장입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외지에서 손님이 왔으니 다들 친절히 대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런저런 농사일이 있으니 한 분도 빠짐없이 개인장비 챙겨서 몇 시까지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시골에서도 방송되는 이런 내용일까? 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자기 몸보다 큰 자전거를 끌고 등교한다. 헉~ 아침 6시 30분, 이 시간에!
CBT사무소 옆 야외레스토랑에서 맛난 아침식사 후 마을 시장을 둘러보며 처음 보는 과일도 먹어보고, 이곳저곳을 구경한 후에 자전거로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인근 성과 호수까지 1시간 정도 자전거 트레킹. 울퉁불퉁하고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신작로를 자전거로 달리며 캄보디아의 맑은 하늘과 공기를 맘껏 누린다. 공사차량이나 큰 트럭이 지나가면 흙먼지가 일고, 내리쬐는 햇빛이 살갗을 달구지만 다들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잘나가지 않는 자전거는 바로바로 수리해가며, 작열하는 태양빛에 얼굴이 타든 말든 씩씩거리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드넓은 호수, 낮게 드리운 구름, 맑디 맑은 파란 하늘, 바라보는 곳이 그림이다.
sopheng이 크메르식으로 앉아서 먹는 법을 시연하고 있다.
낮게 드리운 구름과 맑디 맑은 푸른 하늘, 보는 것만으로도 자유롭다.
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을에서 경운기로 운반한 점심식사를 한다. 적당하니 매콤하며 향이 있는 크메르식 구이, 국물이 많은 카레 같은 아목, 샐러드류 등 맛나게 먹는다. 이 식사가 끝나면 우리는 떠나야한다. 이어서 아쉬운 이별, 또 오겠다, 잘 지내라, 그렇게 헤어졌다. 영어 발음이 정확치 않아 미안해하는 sopheng, 영어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며 다음에는 봄(지난 출장때 같이 갔던 맵 동료)도 같이 오라는데 당신의 생각만큼 여행자를 우리가 모집할 수 있을지... 이번 1차 여행으로 나눌 얘기가 많아졌다. 마을과 여행자의 만남이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교하고 세밀한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도록 노력해야한다. 다시 만날 때 까지 건강히~ 그리고 길고 긴 시간을 차 안에서 시달리며 씨엠립에 돌아왔다. 반띠아이 츠마 오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 조심스럽게 참가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걸리는 반띠아이 츠마 프로그램 어떻냐? 괜찮다, 하지만 마을 주민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강화되면 더할 나위 없겠단다.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생각을 했구나.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저녁에는 올드마켓, 나이트마켓, 여행자거리 등을 자유여행 했다.
글 : <신들의 도시 앙코르> 담당 스탭 아치 (@yang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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