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족을 보러 가다
먼 산 위에서 바라본 작은 점 하나가 되어 응고롱고로의 동물들과 만났던 몇시간, 그 들뜬 마음을 잠시 멈추고 마사이 부족 마을로 향했다. 원래 마사이족은 케냐의 대협곡에서 남부 탄자니아까지 넓게 퍼져 가축을 방목하며 살았다. 유목민이기에 농경은 하지 않고 소의 고기, 우유, 피로 생활했다고 한다. 또한 마사이족 전사들은 용맹하기로 이름나 영국이 식민지를 침탈할 때도 가장 어려운 상대로 생각한 종족이었단다. 성인식 통과 의례 과정 중에는 사자를 한 마리 죽여야 하기도 했다는 마사이족의 오늘날 모습을 보기로 했다.
나에게 마사이족은 그들이 걷고, 뛰는 모습을 착안해서 만든 기능성 운동화로 면이 닿아 있다. 그 신발로 효험을 본 어머니의 권유로 우리 가족 모두가 신게 된 것인데, 꾸준하게 착용하지 않아서인지 나에게는 그저 그랬고, 게다가 좀 비쌌다. 아무튼 가끔 신고 다니는 폭신한 운동화의 유래가 되기도 한 마사이 족과 대면할 순간이다.
마사이족 마을에서 겪은 일
마사이족 마을 앞에 도착했다. 요즘의 마사이족은 예전처럼 사자를 잡지도 가축을 기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응고롱고로 같은 넓은 초원으로부터 강제 이주 당한 그들은 보호 구역 안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마을을 구경시켜주고, 기념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생활하는데 수입은 훨씬 좋지만 각종 세금과 생활비로 사는 모습은 나아지지 않는다 했다. 마을은 한 사람에 10달러가 입장료인데 나와 텐트를 함께 쓰는 ‘뱅’이 들어가기를 주저한다. 동물원에 구경 가는 듯한 그 상황은 싫지만, 그나마 10달러가 그들의 삶에는 보탬이 되기에 그 둘 사이에서 고민하며 마음 아파했다. 그의 태생적 감수성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나 역시 멈칫했다.
그러기를 잠시, 우리 차가 도착하고 하나 둘씩 모여들던 마사이족 사람들이 어느덧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반원을 그린 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땅의 울림 같은 그 소리. 발밑을 울리는 진동과 내 몸을 감싸는 소리들 그리고 군살 한 점 없는 몸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하늘 높이 뛰어 오르는 마사이족 사람들을 눈앞에 두고 있던 그 순간을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라 믿고 싶지 않는 그 원시적 소리는 나를 환영하는듯 들리다가 때로는 위협하는 듯 들렸다. 나는 대지를 울리는 그 소리와 점프로 마사이족의 원시적 용맹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마사이족 특유의 환영행사란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반원 안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함께 점프를 한다. 나도 호기 좋게 뛰어 들었다. 공연 중에 기타를 메고도 잘 뛰는 편이라 용기 낸 것인데, 점프도 상대적이더라. 이 곳에서 내 점프는 도시생활과 편리함의 무게를 벗어던지지 못한, 무거운 육체의 발악 같은 것이었다.
이제 환영행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마을안을 둘러 볼 시간. 뱅은 결국 들어가기를 포기했고 나는 들어가 보기로 했다. 짧은 이별이었지만 뱅과 악수를 나눴다. 자기 몫까지 잘 보고 오라고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입술에 힘을 넣은 채 입을 닫고 고개를 끄덕하는 것으로 답했다. 그렇게 들어간 마사이족 마을 안은 그저 그랬다. 환영행사가 마사이족 특유의 용맹성과 원시성을 보여줬다면 마을 안 구경은 요즘의 실상을 느끼게 해줬다. 반원형의 낮고 작은 진흙집 안을 잠시 보여준 가이드 청년은 재빨리 설명을 마무리하고 기념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는 돈을 벌어서 도시로 나가 파일럿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잠시 짬을 내어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찍으려 했다. 반사적으로 피사체인 마사이족 아주머니가 화를 내시며 돈을 요구했다. 결국 기념품을 구입하고 사진 몇 장을 함께 찍는 것으로 마사이 마을 관광은 끝을 맺었다.
그래도 그런 마사이 족을 미워할 순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상황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는 짚시 아이들, 부족한 물자와 낮은 임금으로 팍팍한 하루를 사는 쿠바 사람들의 바가지. 우리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불친절한 택시기사의 서비스와 각종 파업으로 인한 불편들에 대해 무턱대고 불평하고 미워하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가 미워하고 바꿔야 하는 대상은 그런 상황과 역할을 만들어 선량한 사람들을 내 몬 이들이다. 마사이족의 용맹성을 박탈하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도록 만든 그들을 잠시 탓해본다.
마지막으로 마사이 족의 신발을 확인 했다. 그러고 보니 하림이 아루샤의 캠핑장에서 신고 있던 폐타이어로 만든 신발이었다. 당연히 마사이족은 마사이 신발이 필요없다. 서울에 두고 온 내 운동화의 두툼한 모양새와 견고한 기능이 이미 그들에겐 발목과 종아리, 허벅지에 내장되어 있으니까. 붉은 천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두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비해 우린 지나치게 많은 것을 두르고 걸쳐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는 것 아닐까. 마사이 족의 신발
마사이족의 환영행사
이번 글에는 노래가 아니라 마사이 부족 마을 방문 때 직접 녹음해 온 환영행사에서의 소리와 울림을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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