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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6)

지난 1월, 트래블러스맵은 <아프리카 여행학교> 라는 트럭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뮤지션 이한철씨와 하림이 동행한, 음악이 흐르는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
이한철 씨의 음악과 글로 소개합니다.

아루샤의 큰 시장에 가다

이른 아침 아루샤의 캠핑장을 떠나려던 우리의 계획은 비 때문에 수정되어야 했다. 세렝게티의 초원과 동물들을 만나는 순간도 조금 늦춰졌다. 대신에 우리는 탄자니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아루샤의 큰 시장 '소코쿠'(Sokoku, 스와힐리어로 큰 시장을 소코쿠라고 한다)에서 낮시간을 보냈다. 큰 시장답게 규모도 컸으며 길가의 차들도 빼곡하다. 탄자니아의 대중적인 운송수단인 미니버스 '달라달라'도 보인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건 시장을 가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다. 아루샤의 큰 시장 소코쿠도 그랬다.

트럭을 쇼핑센터 옆 주차장에 세우고, 먼저 환전을 했다. 탄자니아의 화폐 단위는 탄자니아 실링(Tsh:Tanzania Shilling)으로, 환율은 우리 돈 1,000원이 1,150실링정도의 값어치를 한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큰 쇼핑센터와 시장이 마주보고 있다. 안전하고 편리한 쇼핑을 하려면 쇼핑센터, 사람 사는 모습을 좀 더 가깝게 마주하려면 시장으로 가면 된다. 쇼핑센터 옆 환전소에서 길을 건넜다.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일상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개인 소지품과 안전에 주의하라고 케빈이 당부했다. 길이 많이 질척해서 바닥만 보고 걷다가 카메라와 지갑이 든 주머니를 확인하고 또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살피기만 바보처럼 반복하며 500미터쯤 걸었을까? 두 발은 아프리카 땅을 딛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내 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다싶었다. 그제야 두 눈은 사람을 향한다.

 

까티야 키로고의 기억

시장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과일상가로 들어갔다. 상가라고 하지만 지붕만 있고 양 옆은 트여있다. 알이 굵은 파인애플, 망고, 코코넛 등의 열대과일이 즐비하다. 그 중에 채 익지 않은 초록색 망고를 사서 베어 물었다. 신맛을 좋아하는 나지만 초 극점의 신맛에 눈이 가늘어지고 입술에 힘이 들어가 찌푸려진다. 그 모습을 본 주위의 아주머니들이 마구 웃으신다. 그 중 한 분에게 '좀 드릴까요?' 하는 시늉을 했더니 "까티야 키로고"라고 대답하신다. 무턱대고 따라서 "까티야 키로고"해봤다. 아까보다 더 큰 웃음소리가 대답으로 들려 온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 마디를 더 따라하고 더 크게 한바탕 웃었다. 그 다음에 만나는 야채가게 아저씨, 작은 공산품을 파는 아주머니에게도 망고를 건내며 문장의 끝만
올려서 "까티야 키로고?"해봤는데 조금 받아 드시는 분, 고맙지만 괜찮다는 분, 그 짧은 문장으로 내가 스와힐리어가 된다고 생각하셨는지
되받아 말하기 힘들 정도로 긴 문장으로 말을 건내는 분 등의 다양한 반응을 마주했다.

고백컨대 지금도 '까티야 키로고'의 의미를 잘 모른다. 그날 이후 여행 중에 '키로고'라는 말은 자주 들을 수 있는데, 그 말이 등장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a little bit' 정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말의 뜻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때까지 알고 싶지 않다. 아프리카 사람들과 대화를 건네고 웃음을 나눴던 그 날의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말로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삶의 순간에도 그 의미와 결과를 꼭 알아내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할 때가 잦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의미와 결과는 곧 옷장의 깊숙한 곳이나 잘 열지도 않는 폴더에 처박아 두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삶이라는 하늘에 지금의 일을 높이 던져놓고 언젠가 마주할 행운을 택하고 싶다.

 

까띠야 키로고


까띠야 키로고 뜻은 몰라도
까띠야 키로고 마음이 웃네
까띠야 키로고 의미는 몰라도
너와 나를 이어주는 말

삶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네, 이곳에 왔다네)
싱그런 웃음을 나누기 위해서 (시장에 왔다네, 시장에 왔다네)
소코쿠 (소코쿠), 소코쿠 (소코쿠) 맘을 활짝 열면 친구들이 반짝
소코쿠 (소코쿠), 소코쿠 (소코쿠) 예에~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까띠야 키로고'' 들으러 가기>


(원문출처 : 싸이월드 스페셜 뮤지션's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