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이한철씨와 하림이 동행한, 음악이 흐르는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
이한철 씨의 음악과 글로 소개합니다.
공항을 나와 트럭킹을 시작하다.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을 빠져나와 이번 여행을 함께할 가이드 케빈(Kevin), 운전사 존(John), 요리사 와조이(Mwazoi)와도 "Jambo~" 인사를 나눴다. 케빈은 영어에 능통한 엘리트 청년이었는데, 나중에 양치를 생수로만 하는 모습을 보고 '케냐의 좀 사는 집 도련님'일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뺀질뺀질한 케빈과 대조적으로 존과 와조이는 푸근하고 인정 많은 동네형 같은 느낌이었다. 아~ 실제 나이는 나보다 어리던가?ㅋ
아무튼 난 젊게 살고 싶으니까 그냥 형이라 하자 ^^
이 세 남자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크고 땐땐한 분이 계셨으니... 바로 이번 여행에서 우리를 실어 나를 Travelco의 트럭이었다.
드넓은 땅, 구불구불한 비포장 길, 열악한 현지의 대중교통 등 그 곳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가장 보편적인 여행수단이 바로 트럭킹이다.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자기에게 알맞은 트럭킹 코스를 정하고, 그에 따라 정해진 트럭을 타고 여행지를 옮겨 다니며, 식사 때면 요리사를 도와 조리와 설거지를 함께하고, 밤이 되면 캠프장에서 텐트를 치거나 롯지를 빌려서 자는 식의 여행을 한다. 초록색의 이 트럭과 앞으로 21일간을 함께할 생각을 하니 마구 설렜다. 게다가 명품 브랜드에 생각보다 커서 어떤 위압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적어도 첫날은.
여행의 시작
첫날은 나이로비 외곽의 캠핑장에서 묵었다. 텐트를 치기에는 너무 늦은 밤이라 첫날은 도미토리에서 잤다. 구멍이 숭숭 나있는 허술한 모기장이지만 그래서 바람이 더 잘 드나들어 조금 더 시원하기도 하겠으며, 나는 여행 3주 전에 황열병, 장티푸스, A형간염에 대한 면역작업을 마쳤고, 하루에 한 번 먹는 말라리아약도 꿀꺽했기에 마치 몇 겹의 보호막이 쳐진 어릴 적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아무 문제없다는 긍적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마구 넘쳤다.
예상대로 별일 없이 잘 자고, 잘 깼다. 태국산 모기 쫓는 약도 강한 효능을 발휘한 것 같다.
자~ 이제부터 출발!! 다시 트럭에 오른다. 보시다시피 트럭은 차고가 좀 높다. 내리고 오를 때 평행봉에 오르내리기 운동효과도 좀 있으며,
거리의 상인들이 몰려들 때에 그들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킬리만자로 산(山:5,895m)의 남서쪽 80km에 있는
해발고도 1,350m의 고원에 위치한 탄자니아 제2의 도시 아루샤(Arusha)다. 세렝게티를 가기위해 들르는 도시로도 유명한데, 나이로비에서 트럭으로 8시간 걸린다. 아프리카 트럭여행은 다음 목적지로의 이동시간이 길어 이런 식으로 2~3일을 계속 달리기만 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말했듯 나에게는 기타와 머릿속 음표들이 있지 않나? 6인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 트럭의 앞자리에서 젊은 친구들과 함께 기타치고 노래하고 수다 떨며 트럭보다 더 빠르게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
언제든 그렇지만 여행의 시작에는 초행이라는 살짝의 두려움만 빼면 엄청난 여행소화력으로 뭐든 다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의 기운이
넘치기 마련이다.
초록색 트럭을 타고
작사,작곡: 이한철
간다. 초록색 트럭을 타고 간다.
거친 비바람이 와도 멈추지 않으면 이내 무지개가 두 눈 가득
간다. 먼지, 더위 따윈 잊고
험한 덜컹거림에도 참을 수 있다면 그게 삶이 주는 그루브
아아아 끝없는 들판
아아아 어깨 위 하늘
아아아 오 난, 나만의 길을 간다네
트럭을 타고 달리는 아프리카 여행의 즐거움과 불편함이 상쇄되어 그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여행의 말미에 이 곡을 만들었다.
덜컹거리는 트럭 안에서 휴대용 레코더에 녹음하며 작곡했는데, 트럭의 엄청난 소음에 가려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을 나중에 가려내느라 애먹었다.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초록색 버스를 타고' 들으러 가기>
(원문출처 : 싸이월드 스페셜 뮤지션's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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