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이한철씨와 하림이 동행한, 음악이 흐르는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
이한철 씨의 음악과 글로 소개합니다.
음악만큼 여행을 좋아한다.
낯선 세상에 불쑥 던져질 때의 두려움과 설레임, 그 곳의 것들이 서서히 익숙해질 때 느끼는 친근감, 그러던 어느새 원래의 나로 돌아와야 하는 아쉬움. 이런 여행의 사이클이 마치 짧은 인생을 사는 것과 같아서 좋다. 게다가 여행은 감성에 목마른 뮤지션에게 즉각적 효험을 선사하는 링거와도 같다. 일상과 그 안에서 맴도는 음악에서 멀어져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를 즐기게 된지 십여 년째 나는 아프리카로 가게 된다.
아프리카 여행의 실마리를 준 것은 도쿄의 대형레코드 가게 월드뮤직 코너에서 재킷에 이끌려 우연히 구입한 Fela Kuti의 추모음반이었다. 조악한 음질이지만 근육이 꿈틀대듯 역동적인 아프리칸 리듬과 북클릿에 담긴 이국적 풍경, 그리고 어릴 적 맡은 색종이 냄새 같은 묘한 종이 향까지 그 시디 한 장이 내게는 아프리카 여행으로의 초대장과도 같았다.
하림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프리카 가지 않겠냐고.
아프리카 색종이 냄새의 취기가 한창일 때 그가 나미비아 여행을 떠났는데, 내가 대놓고 부러워했던 것을 잊지 안고 연락을 준 것이다. 따질 것 없이 무조건 오케이 해 버렸다. 뒤이어 들은 설명까지 좋았다. 트래블러스맵에서 만든 여행학교라는 이 여행은 그냥 좋은 경치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정여행을 지향하며 아프리카의 역사, 문화, 사회적인 부분까지 고루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가슴으로 느끼기 위해 두 번의 프리스쿨을 열어 그 곳을 알아 나갔다.
2010년 1월, 눈 내리는 서울을 떠났다. 여느 때처럼 기타와 휴대용 레코더, 그리고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잊지 않고 챙겼다. 나는 공항과 비행기를 즐긴다. 어느 나라도 아닌 것처럼 마구 뒤섞인 여행자들과 어느 나라에나 있는 쇼핑거리에서 나른한 시간을 공항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환승 대기시간이 길어서 비행기가 훤히 보이는 넓은 창가에 앉아 빈둥대는 시간이 많았다. 기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준비와 공항에서의 번잡스러운 일들이 좌석에 앉는 순간 먼지처럼 내려앉고 이내 스르륵 잠이 든다.
얼마간 잠들었을까 깨어보면 어느새 창가인 내 옆자리에 구름이 앉아 있다. 노트를 꺼내 여행에서는 떠올리기 싫은 3주간의 일거리를 미리 정리하고, 좌석 앞의 모니터에 시선이 간다. 요즘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는 음반단위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어있다. 거의 100여장의 음반을 들어 볼 수 있는데, 듣고 있노라니 미리부터 맘이 들썩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음악은 말리 출신의 시각장애인 부부 Amadou & Mariam의 새 음반 Sabali였다.
이렇게 홍콩,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겨울도 아닌 여름도 아닌 세상 어디에도 없을 23시간 45분을 보내고 케냐의 나이로비에 도착했다.
시린 기내의 공기에 내밀려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밖으로 나오니 더운 아프리카 바람이 훅하고 밀려온다. 그리고, 처음으로 만난 아프리카 사람이 내게 말한다. ‘잠보~’
Jambo
Jambo Jambo bwana
Habari gani mzuri sana
Wageri Mwakaribishwa
Kwnya yetu
Na tikea Korea (Hakuna matata)
Kenya niche muzuri (Hakuna matata)
Nchi ya maajabu (Hakuna matata)
Nchi ya kupendeza (Hakuna matata)
Hakuna matata
2번의 프리스클을 통해서 익힌 아프리카 대표적인 전통음악이다.
‘Jambo’는 스와힐리어로 ‘안녕’이라는 가벼운 인사이고, 가사내용은 여행자를 환영하고 모든 일이 잘 될거라는 의미란다.
케냐, 탄자니아의 길거리에서 ‘잠보’하고 인사를 건내면 ‘맘보’하고 답이 온다. 그러면 ‘보아’라고 답을 건내야 한다. 이렇게 3번 말을 건내는 것이 인사의 완성이다.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JAMBO'' 들으러 가기>
(원문출처 : 싸이월드 스페셜 뮤지션's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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