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채식전문매거진 비건 2015년 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당신과 가까워지는 따뜻한 섬, 바디안
달라도 너무 다른 자매의 바디안 에코 리조트 여행기
바디안은 필리핀 세부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섬 전체가 '바디안 리조트'로 구성되어있
는데 모던하고 럭셔리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자연친화적이고 앤틱한 분위기를 풍긴다. 한 때 허니문 여
행지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오랜 시간 현지 주민들이 지켜온 친환경적인 운영 방식과 섬세하고 정성스
러운 서비스 등 건강한 휴식을 위한 공정여행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커플이 아닌 자매가 함
께한 바디안 여행은 어땠을까? 트래블러스맵 공정여행연구소 소장 '나윤'이 들려주는 바디안 이야기.
허니문 여행은 자매에게도 썩 잘 어울린다
Q.바디안은 언제 누구와 다녀오셨나요?
A. 작년 추석 연휴 성수기에 친언니와 함께 3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어요. 언니가 남대문에서 액세서리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때가 아니면 여행 갈 시간이 없었거든요. 저도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이것저것 알아보고 할 시간이 없어서 여행사를 찾게 되었죠.
Q.수많은 여행지 중에 굳이 바디안을 고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해요. 동남아시아 여행 치고 가격도 높은 편이고 또 당시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허니문 상품이었는데요.
A. 일단 허니문 상품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서비스 질이 높다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행 기간 동안 모든 활동과 교통, 음식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따지고 보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었고요. 실제로 가서 저는 와인 사고 직원 팁 준 것 외에 그 어떤 비용도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푸켓같은 유명한 휴양지처럼 번잡함, 화려함 보다는 작은 섬이라는 점에 끌렸죠. '아, 정말 조용히 푹~ 쉴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
Q.그러고 보니 허니문 여행코스는 낭만적이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니까 자매나 모녀같은 여자끼리 가는 여행에 좋을 것 같네요. 두 분은 여행지를 고를 때 어려움은 없었어요?
A. 저의 여행 취향은 절대 아니었어요. 저는 중국 차마고도 트레킹이나 남미, 네팔같은 활동적인 여행을 좋아해요. 그런데 언니에게 여행이란 곧 '쉼'이에요. 정말 가만히 있는 거. (웃음) 잘 먹고 잘 자는 거죠. 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일년에 몇 번 없는 황금 휴일에 얼마나 쉬고 싶겠어요. 저도 그런 언니를 배려해서 휴양 쪽으로 정했어요.
Q.함께하는 여행에는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내심 좀 아쉽지 않았어요?
A. 바디안 리조트에도 에코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스킨스쿠버와 스노클링, 호핑투어까지 있어서 전혀 심심하지 않았고요. 또 기억에 남는 건, 카와선 폭포투어에요! 뗏목을 타고 폭포를 떠다닐 수 있는데 정말 시원하고 물도 깨끗하고. 온갖 잡생각과 사회생활 스트레스가 씻겨나가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어요.
자연의 언어로 지어진 에코리조트와 신선한 유기농 식사
Q.바디안 리조트는 다른 휴양지의 대규모 리조트와 다르게 '에코리조트'라고 하던데 정확히 어떤 점이 친환경적인가요?
A.바디안은 섬 전체가 리조트에요. 총 42채의 객실만 지어서 대규모 관광객은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어요. 콘크리트를 최대한 배제하고 가능한 한 자연소재를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풀빌라를 지었다고 해요. 아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리조트는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정이 간다고 할까요. 숙소에 들어서면 은은히 퍼지는 흙 냄새와 풀 향기가 공간을 채우는데 몸이 포근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또 설립자는 독일인이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영어를 잘 못하시는 현지 마을 원주민이랍니다. 거기다 투숙객들과 함께 나무심기 행사를 하며 섬을 이용한 만큼 자연을 재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청소도 어찌나 자주 하시는 지 해안가나 빌라 안이나 빈틈없이 깨끗해요. 새 것이라 깨끗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 가꾸어진 느낌이 들어요.
Q.바디안 섬에는 유기농 채소농장이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정말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 게 바로 바디안의 음식이에요. 바디안 리조트 레스토랑의 모든 음식 재료는 섬에서 직접 유기농법으로 기른 농작물로 만들어져요. 원래 여행가면 귀찮아서 아침밥을 거르는 편인데 언니랑 삼시세끼 꼬박꼬박 다 챙겨먹었어요. 너무 맛있어서요. 1982년 리조트가 완공되면서부터 농장에 쓰이는 퇴비, 해충제까지도 직접 만든다고 하니 말 다했죠. 완전 100% 유기농인거에요. 그 사실을 모르고 먹더라도 한 입 먹어보면 바로 다르다는 걸 느낄 정도에요. 여행기간 동안 총 10끼는 넘게 먹는데 매 끼마다 테이블 장식이 다른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차 한잔을 주더라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곁들이는 센스!
바디안 리조트의 세심한 서비스는 행복한 마음으로부터
Q.다국적 리조트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들의 불공정한 고용과 가혹한 노동 강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어요. 바디안 사람들은 어떤가요?
기술과 정성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유명한 리조트에서 묵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답게 직원들의 서비스 기술 수준은 뭐 말도 안되게 높죠. 바디안 리조트 사람들은 그렇게 막 철저하고 세련되게 응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내가 정말 집안의 공주가 된 느낌을 줘요. 내가 공주라면 그들은 나의 엄마? 이모? 삼촌? (웃음) 하인이 아니라 나를 돌봐주는 사람. 늘 눈 여겨 보고 있다가 뭔가 불편한 점이 있다 싶으면 재빠르게 와서 도와줘요. 카와선폭포에서 만난 원주민 아저씨는 원래 다른 관광지에서 일하시다가 바디안으로 옮기고 나서부터 마음이 참 편해지셨다고 해요. 그곳에서는 관광객들에게 '팁'을 받는 것에 집착해서 정신적으로 피곤했었는데 여기로 옮긴 이후로는 팁에 연연하지 않고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고요. 진심에서 비롯된 서비스는 결국 제공자 그 사람의 행복에서 오는 것 같아요. 주는 사람이 행복해야 받는 저희도 행복하고.
Q.리조트 직원 외에 섬 원주민들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섬이 참 작고 조용해요.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 자체가 그렇게 거칠게 놀고 시끄럽고 그렇지가 않아요. 바나 유흥시설은 전혀 보지 못했고 정말 작은 시골 동네 사람들이에요. 소박하고 순수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
Q.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도 바디안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일상으로 돌아오고 1년이 지났는데 다시 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바쁘고 힘들때?
A. 음... 언니가 보고 싶을 때요. 바디안에서 둘이 함께 수다 떨며 보냈던 시간이 떠올라요. 각자 삶이 바쁘고 떨어져서 살고 있으니까 언니가 그리우면 그 때의 추억부터 떠오르는 것 같아요.
Q.역시 여행의 추억은 장소와 사람을 떨어트려놓을 수 없나봐요. 앞으로 또 나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디안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우선, 섬이 작고 좁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거기가 섬인데 크게 싸우면 어찌할 도리가 없잖아요. (웃음) 도망갈 수도 없고. 그러니 늘 가까이에 있더라도 마음이 편안한 사람과 푹 쉬러 가셨으면 해요.
또 한 가지는, 거의 30년이나 된 오래된 리조트 이기때문에 최상의 시설을 기대하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어요. 빈티지하고 자연스러운 매력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신 사람들은 정말 좋거든요. 산미구엘 맥주도 무제한으로 가득 가득 채워주고. (웃음) 마음이 가까운 사람과 가슴 따뜻한 시간 보내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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