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수가 없다
2014년 7월 청소년 지구별여행자 6기의 9박 11일 인도네시아 본격여행 후기입니다.
청소년 지구별여행자는 트래블러스맵 교육여행팀에서 운영하는 6개월 과정의 주말여행학교입니다.
글쓴이_룰루
뭐..뭔데 여기..?
여행을 떠나는 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자연스럽게 캐리어를 끌고 가방을 매고 모자하나를 쓰고 공항으로 갔다.
가자마자 내손에 쥐어진 것은 캠코더 하나. 옆에 있던 아빠가 사라졌다. 수속을 밟기 위해 여권을 내밀자 캐리어도 사라졌다. 여행의 시작으로 들떠 궁별들과 수다를 떠는데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고개를 돌리자 기억이 안 난다. 하하 호호 싱글벙글 웃고 있으니 비행기에 타 있다. 그리고 7시간의 감금이 시작됐다.
드디어 정신을 차려보니 인도네시아에 도착했다. 앞날이 걱정되었지만, 동물월의 원숭이, 오랑우탄이 아닌 자연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며 여행의 첫발을 디뎠다.
계획은 지키기 위함이지만, 틀어지기마련
국내여행을 다니면서 계획은 ‘틀어지라고 있는 거‘라고 늘 생각했는데, 여행의 시작부터 일정이 틀어졌다. 칼리만탄으로 가는 비행기가 3시간 30분 연착됐다. '얼마나 걸리겠어?' 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기석에 앉아서 노래를 듣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항공사에서 사과의 뜻으로 간식을 줬고, 그것을 먹으며 12시를 기다렸다. 짧지만 길었던 3시간 30분이 지났다.
엄마가 매번 말씀하셨다, 부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말을 하면 잘 되려던 일도 부정적으로 풀린다고. 역시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 예정 시간이었던 12시가 지나자 슬슬 짜증이 났고, 속으로 '에효, 더 늦는가 보다 그럼 그렇지 뭐..' 라는 생각 때문인지 더 연착이 됐다. 멘탈이 서서히 깨져가고, 어느샌가 공항 바닥에서 누워있었다. 드디어 8시간동안 공항에서의 시간은 끝나고, 칼리만탄행 비행기가 떴다.
세르기르 강위 클로톡, 클로톡위 우리.
칼리만탄의 쿠마이 항구에 왔다. 우린 '클로톡'이란 배를 타고 세르기르강 구석구석을 보기로 했다.
비행기가 연착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해야하나? 나무에 붙어있는 엄청난 반딧불이가 마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같았다. 하늘에는 북두칠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별이 떠있었고, 별 하나하나가 우릴 반기고 있었다.
세르기르강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는 악어가 많아서 크로커다일 강이었는데, 강 옆에 살던 두민족이 강위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그때 승리한 부족의 배 이름을 따 이강의 이름이 ‘세르기르‘라고 한다.
오랑우탄.. 자연에서의 첫 미팅
인도네시아가 워낙 더우니 밤도 덥겠지? 절대 아니다. 만약 인도네시아 여행을 할 때 반팔, 반바지만 챙겨 가면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내가 그런 생각을 한 사람 중 한사람이다. 밤에 반바지와 반팔만 입고 잤을 경우,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입이 안돌아 갔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밀림의서의 그것도 배위에서는 사막의 밤이 따로 없다. 하여튼 추운 밤을 보내고 본격적인 클로톡 생활이 시작됐다.
아침을 먹고 숲의 주인인 오랑우탄을 보러갔다. 숲에 도착해서 바로 오랑우탄을 볼 줄 알았는데 기다려야했다. 바나나를 놓고,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오랑우탄을 부르며 기다리던 끝에 오랑우탄이 눈앞에 나타났다. 오랑우탄 가족은 맛있게 바나나를 먹었다. 오랑우탄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오랑우탄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오랑우탄은 무었을 먹고 살게 될까? 이곳의 오랑우탄은 인간이 주는 음식에 길들여 진건지도 모르겠다.’ 오랑우탄이 길들여 진거라면, 내가 오랑우탄을 만난 곳은 자연이 아닌 그냥 철장 없는 동물원이 아닌가 싶다.
나무를 심고, 자연을 심다.
모든 궁별과 모든 길별이 숲에 나무를 심었다. 내가 심은 나무는 '순디' 라는 나무다. 이 나무는 오랑우탄이 좋아하는 나무라고 한다. 어제 봤던 오랑우탄이 생각났다. 이 나무가 언젠간 잘 자라서 오랑우탄의 터전이 된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치유의 섬 발리
칼리만탄 여행이 끝나고 우린 발리로 이동했다.
우리가 홈스테이를 할 마을은 펠라가마을이었다. 주민분들은 우리들에게 맛있는 밥을 제공해 주셨고,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이곳은 대부분의 음식을 직접 재배한 재료를 사용해 요리한다, 처음 먹어본 인도네시아 현지식이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펠라가마을은 커피농사를 많이 한다. 이곳에서 커피에 성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현지마을의 문화를 느껴보다
이곳은 전자제품이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sns와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매일 밤늦게까지 일할필요도 없고, 직장에서 잘릴 걱정도 없다. 농사를 지은 작물을 공유하기 때문에 못 사는 사람도 없다.
우린 빠른 발달로 인해 세대차이가 있는데 이 마을은 아직 산업화가 들어오지 않아 세대차를 느낄 수 없었다. 어른아이 할 거 없이 같이 대화하고, 놀며 생활 한다. 이곳의 사람들은 각자의 장기가 있다. 아이들은 연 만들기 고수이고, 여성은 춤의 달인, 남성은 여성분들의 춤에 맞는 노래를 연주한다. 우리들도 하나쯤은 잘 할 수 있는 장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해외에서 직접 계획한 우리의 여행
본격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수 있는 독립여행의 시작이다. 2~4명이 조를 짜서 팀끼리 계획을짜고,팀끼리 움직인다. 부모님도, 길별의 터치도 없는 우리 궁별들 끼리의 여행이다.
난 산과 제타와 같은 조로 움직였다. 우리에게 주워진 돈은 90만 루피(9만원정도) 우린 이것으로 점심을 먹고,저녁을 먹고,간식을 먹고,여러 사원이나 미술관을 들러야했다. 일정을 잘짠것 같았지만 여행중에 문제가 있었다. 산과 제타가 다리를 다친것이었다. 둘다 피가 많이나서 일정을 중단하고 호텔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점은 제타와 산에게 너무 고맙다. 다들 그 아픈 다리로 모든 일정을 해내었다. 네카미술관도 가고 쇼핑도 하고 우붓 시장을 돌아보는등 많은 것을 보고 왔다.
서울 세르파도 마찬가지였고 이번여행도 역시지만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역시 만만치 않은것 같다.
한국행 비행기, 드디어 뜨다!
9박11일, 모든 궁별과 길별의 여행이 끝났다. 정신없이 흘러간 여행 첫날. 날이 갈수록 나의 분신이 돼버린 캠코더.
빨리 한글을 보고 싶었다. 비행기에서 오는 내내 한국에 간다는 것에 설레어 잠을 자질 못했다. 7시간의 비행 후, 마침내 한국에 다시 발을 디뎠다.
못한 이야기들(Thanks to)
중간에 영상을 백업하다 외장하드를 떨구는 바람에 영상반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내가 조그만 조심스럽게 옮겼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영상팀(산, 제타, 우주)과 이니그마께 죄송합니다..
여행 중에도 말했지만 제타한테 너무 고맙다. 여행을 하며 항상 활력소가 돼주었고, 최고의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이번여행에서 반은 제타 덕분에 웃은 것 같다.
이번여행에서 산에게도 제타 못지않게 고맙다. 독립여행이나 영상팀으로 활동하며 항상 잘 챙겨주고, 힘든 것을 선뜻 먼저 해주었다.
이니그마, 가지, 진도 힘드셨을 텐데, 12명의 궁별들이 아프진 않나, 힘들진 않나. 걱정을 하며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 때 한마디도 못했는데, 여기에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유디쌤, 수아쌤, 어지쌤, 여리쌤. 이번 여행의 든든한 가이드 선생님들!
Terima kasih!
모든 길별, 궁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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