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출신 인터랙티브 아티스트 Ivan Cash는 뉴멕시코에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친구 결혼식을 축하해주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 비행기 안에 앉은 사람들도 서로 다른 곳에서 와서 한 공간에 모인거잖아. 어차피 같은 비행기를 탔으니 이 순간은 우리가 다같이 경험하는건데, 그냥 멀뚱멀뚱 앉아서 가는 것보다 우리가 무언가를 같이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로부터 한달 뒤 그는 'The Passenger Project'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Cash는 이 프로젝트를 한 비행기의 탄 승객들이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는 참여예술이자 사회적 실험이라고 부릅니다. 실험 방법은 굉장히 심플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할 때 The Passenger Project 홈페이지에서 설문지를 다운받아 갑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옆에 앉은 사람에게 설문지를 건내면 끝. 설문지에는 이런 지령이 써져 있습니다: "1. 빈 칸을 채우세요. 2. 옆에 사람에게 전달하세요. 3. 빈 칸이 없으면 좌석 ______으로 가져다 주세요."
그러면 처음엔 하얗고 텅 빈 모습으로 내 자리를 떠났던 설문지가 다음 같은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칸칸마다 비행기에 같이 앉아 있는 사람들의 조그마한 무언가를 담고.
설문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당신의 가방 속에 있는 물건 한가지를 그리세요.' '나의 가장 큰 꿈은 __________.' '지금 나의 기분은 ________." '당신의 고향과 당신의 드림 휴가지를 지도에 표시하세요' 등등.
이런 설문을 통해 같이 비행기를 탄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MOMA에 자신의 작품을 거는 것이 꿈이고, 어떤 아이는 공주가 되어 성에 사는 것, 또 어떤 이는 모두를 위한 공원을 만드는 것이 꿈이네요.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지만 모두들 기분은 제각각입니다. 집에 갈 생각에 행복한 사람도, 길어진 비행에 피곤한 사람도, 영화를 보고싶은데 이어폰을 안 챙겨 슬픈 사람도 있듯이.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윌과 클로이는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기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서로의 옆자리에 앉습니다. 사소한 일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같은 날짜, 같은 시간, 같은 항공사의 같은 비행기, 그것도 서로의 옆자리에 앉을 확률은 상상하기 힘든 확률이라며 '낭만적 운명론'에 취해 단박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윌이 주장한 '낭만적 운명론'처럼 사전계획 없이 두 사람이 한 순간, 한 공간에 모여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건 참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요? 다음에 비행기를 탈 기회가 생기면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지 말고 같이 비행기를 탄 사람들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시는게 어때요?
이미지 출처: http://thepassenger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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