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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소셜프로젝트

여행, 낯설게 보기-어린이지구별 여행자 지리산 여행 후기

 

3월 23일, 24일 이틀간 어린이 지구별여행자들은 지리산으로 첫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궁별들과 길별들이 다녀온 감꽃홍시 게스트 하우스는 실상사 작은학교,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지리산 문화공간 등 크고 작은 커뮤니티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산내마을에 위치해 있습니다. 짧다면 짧은 1박 2일의 일정동안 어린이 지구별여행자들은 서울에서의 일상을 잠시 떠나 지리산 기슭에 위치한 이 마을에 포옥 안겨 있다 왔습니다.

 시골에는 도시와 다른 속도와 리듬의 일상이 있습니다. 그 다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느끼며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여행자의 감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안에서 함께 먹고 자고 씻는 생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지구별여행자의 자세를 배워 나갑니다.

지리산 여행은 어린이 지구별여행자의 시작여행으로서, 6개월간의 여정을 함께할 팀웍의 시초가 되어줄 것입니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서 노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는데...

남쪽에는 봄이 더 빨리 찾아오네요. 따뜻한 햇살 쪼이면서 잘 먹고, 잘 놀다 돌아왔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라는 명칭 때문에 궁금별들은 숙소가 이렇게 오밀조밀 예쁘고 오래된 집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이게 게스트 하우스예요?` 라고 질문하면서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집안 곳곳에 가지런히 쌓아올려진 장작들, 반듯하게 정리된 텃밭, 한눈에 보아도 정성스레 가꾸어진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함께 음식을 먹을 때에 언제나 강조하는 것은 `먹고 싶을 만큼만 퍼서, 남기지 않고 먹자.`, `함께 먹자. 나에게 맛있는 것은 남에게도 맛있다.`

입니다. 음식을 남기는 궁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행의 음식은 감꽃홍시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장이자 초대길별인 작은나무가 마을 분의 도움을 받아 건강하고 맛깔나게 준비해 주셨거든요.

궁별들이 어찌나 잘 먹던지 함께 여행을 인솔한 부담임, 가재는 여행 어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얘들이... 너무 잘 먹어요...`

밥 먹고 나서는 마을산책을 나갔습니다. 초대길별 작은나무가 감꽃홍시에 얽흰 뜻을 대문에서 설명해 주고 계십니다.

 

마을 지도 한 장씩 나눠 받고 출발합니다. 우리가 가는 길을 예쁜 그림과 손글씨로 하나 하나 적어주셨습니다.

놀기 좋은 물가 한번 들렀다 갈까? 라는 물음에 발 젖는 게 싫다는 아이들.

 그 생각이 바뀌는 데에 3분 정도 걸렸습니다. 물가에 가자마자 양말 벗고 개울로 들어가는 아이들. 물에 발을 담그고, 그 발을 햇볕에 말리면 그 느낌이 뽀송뽀송 보들보들 하다네요.

저는 귀찮아서 물에 안 들어가고 손만 살짝 적셔 보았는데 칼리는 왜 안 들어오냐며 강력하게 참여를 권하던 아라.

실상사에 도착해서 목도 축이고, 설명도 듣습니다.

근처로 자리를 옮겨서 냉이와 쑥 채취를 시작합니다.

냉이와 쑥을 캐는 것이 아이들에게 물가에서 노는 것보다 재미있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흙을 만져보고, 그 사이로 사부작 사부작 피어나는 꽃과 풀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알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채취한 냉이와 쑥은 아이들에게 일부 기부를 받아서 이날 저녁 메뉴에 냉이 튀김으로 나왔습니다. 냉이 튀김은 냉이 채취보다 좀 더 인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은 갑자기 하룻밤을 뛰어넘어 다음날 아침으로....

사진기록 담당인 가재가 전날 밤 주머니 만들기 진행 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빠 카메라 속 사진들은 시간을 쑥 뛰어넘어 버렸네요.

 

감꽃홍시 게스트 하우스를 떠나기 전, 단체 사진 한번 찍고 나가자며 모여 봤습니다. 제일 잘 나온 사진이 뭘까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결정하기가 힘들어 잘 나온 것도 아니고 못 나온 것도 아닌 사진으로 한번 올려 봅니다. 이틀 동안 식사도 준비해 주시고 마을 이곳저곳을 함께 둘러보며 산내마을을 소개해 주시고 알게 해주신 작은나무 선생님, 감사합니다. 맛있고 재미있었어요. 인사 드리고, 출발합니다.

어디로?

 

다시 물가로 자리를 옮겨 전통놀이를 배워봅니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부엉양.

 

 

이날, 비석치기의 에이스로 등극한 세 사람이네요.

 

 

 

물가에서 운명의 돌을 잘 골라다가 비석치기 승부를 합니다. 한 판 마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돌 세워놓고 던지기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굉장히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요합니다. 손으로 던지는 것, 어깨에 얹어서 떨어뜨리기, 머리에 얹어서 떨어뜨리기 등 각 상황에 잘 맞는 돌을 잘 골라야 하며 거리 감각또한 중요합니다. 몇몇은 본인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비석치기를 가르쳐 주시고 진행해주신 트래블러스 맵의 아치 초대길별은 `너는 이 쪽 길로 나가 보렴.` 이라고 진로에 관한 조언을 해 주시기도 합니다.

 

 

 

 

근처 초등학교에서 축구 한판 하고, 인월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닫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좋았던 것과 그렇지 않았던 것, 내가 잘 한 것과 잘 못한 것들을 꼽아보며 여행을 정리합니다.

 

좋았던 것: 밥, 물가에서 놀기, 비석치기.

그렇지 않았던 것: 밤산책(23일이 지구의 날이었습니다.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시간 정도 동네를 걸어보았습니다.)이 지루했어.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힘들었어. 냉이를 캐는 게 허리가 아팠어. 주머니 만드는 게 힘들었어.

잘 한 것: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같아. 밥을 남기지 않았어. (장하다!) 주머니 만드는 게 힘들어도 끝까지 했어.

잘 못한 것: 밤 산책 때 말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 주머니 만드는 게 힘들어서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아.

 

이것은 첫 번째 여행입니다. 아직 우리가 함께할 2번의 국내여행과 1번의 해외여행이 남아있어요.

좋았던 것, 그렇지 않았던 것, 내가 참 잘한 일, 별로 그렇지 않은 일들을 생각해 보면서 더욱 즐겁고 값진 여행을 만들어 나가 볼까용? 우리 궁별들?